Ⅲ. 양곤
“우리 비행기 곧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목, 허리, 엉덩이, 무릎 중 어디 하나가 잘못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육지가 그리워질 때쯤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미얀마 시간으로 오전 8시, 우리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미얀마에 도착했다. 컨베이어 벨트로 뱉어지는 수많은 캐리어 중에 자기 것을 찾아내는 작업은 여행에서 가장 큰 집중력을 발휘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미간을 찌푸리고 찾아낸 두 개의 캐리어를 들고 도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장에는 'Mr. OOO', 'OOO Travel‘ 등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 무리 사이로는 발목 위 까지 내려오는 긴치마를 두른 남자들도 보였다. 하체에만 두른다는 점이 다르긴 했지만 일본에서 입어본 유카타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옷은 '롱지'로 불리며 치마처럼 허리에 걸쳐 입는 미얀마의 전통의상이었다.
우리나라는 치마는 여자가 입는 것, 바지는 남자가 입는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강하게 지배해왔다. 자연스레 치마는 여성스러움을 대변하게 되었다. 여학생들이 바지로 된 교복을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여성 직장인들도 바지로 된 정장을 당당히 입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남자가 치마를 입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가 남성에게 고전적 남성다움만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남자답다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남자로 태어나 세 번만 울어야 남자다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건지, 자동차와 기계를 좋아하고 잘 다뤄야만 남성미가 폭발하는 건지 말이다. 나는 적어도 한 달에 세 번씩은 울고, 길에서 외제차를 봐도 브랜드만 겨우 알 정도며, 컴퓨터, 노트북, 휴대폰의 사양도 제대로 모르기에 이미 남성다울 수 있는 자격을 이미 상실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마를 입고 일상을 살아가는 미얀마 남자들에게는 화려한 색상과 패턴, 좋은 재질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롱지를 입는 것이 가장 남자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롱지를 입은 택시기사는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로 가?”하며 영어로 물어왔다. 택시를 탈 생각이 없었던 우리는 손을 저으며 거부의 의사를 보였지만, 한국인임을 알아챈 몇몇은 “안녕하세요?”라며 재차 접근해왔다.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문화를 느끼고 싶어서 떠난 이번 여행이었기에 미얀마에 도착하자마자 듣게 되는 우리말에 왠지 모를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들을 외면한 채 도착장 앞에 있는 환전소에서 미얀마 화폐 ‘짯’으로 돈을 바꾼 뒤, 유심을 구매했다. 그리고 단호한 표정과 재빠른 발걸음으로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30여 미터 가량 끊임없이 말을 걸며 쫓아오던 그들은 가망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다른 여행자들에게 향했다. 그러곤 또 다른 언어가 등 뒤 멀리서 들려왔다.
“니하오~”, "곤니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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