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Hugo Books

48. 어떤, 문장 _ 아거

HugoBooks_우고의 서재

by 정효민

48. 어떤, 문장 _ 아거


문장 하나가 홀연히 내 삶으로 들어와 위로, 근심, 격동, 깨달음, 무너짐, 환희, 감동, 분노, 쾌감 등의 감정을 남긴 기억이 있는가? 내게 있어 그 문장은 영화 <물랑 루즈>의 대사로 다가왔다.


"The greatest thing you will ever know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일이다)


KakaoTalk_20200803_092551361_02.jpg 내 방 침대 옆 벽에 붙어 있는 문장인 '물랑 루즈'의 대사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장 속 말처럼, '사랑을 돌려받는 것' 또한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물론 이 문장만으로 그런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니라, 일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경험들에 의해 문장에 생명력이 생긴 탓이었다.






이 책은 @kong_books 공가희 작가님의 콩출판사에서 발간된 @agerbite 작가님의 에세이다. 책의 한 문장을 통해 작가님이 사고가 확장되어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어떤, 문장>을 읽으면서 느낀 건, 역시 채워지는 것보다는 비워내는 것에서 사람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보다는 이별의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명문장'이 태어난다. 비슷한 결에서 충족이 아닌 결핍에서 우리는 나 자신과 세상을 더 많이 돌아본다는 것이다. 사랑할 때는 눈 앞의 사람만 보이고, 채워질 때는 당장 겪는 행복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KakaoTalk_20200803_092551361_01.jpg 어떤, 문장







<어떤, 문장>을 읽으며 오랜만에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 비어있는 시간을 돈 주고 살만큼 여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회사 일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가득, 그렇다고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뒷전으로 할 수도 없고, 주말엔 평일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해야 한다. 어찌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 가장 치열하게 살고 있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예전처럼 책에도 손이 잘 안 가고, 특히 마음을 내어 읽어야 하는 책들, 예컨대 에세이나 시 같은 책들은 더더욱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월요일 새벽이라는 무서운 시간에 용기를 내어 <어떤, 문장>을 책장에서 꺼냈다. 역시 독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날들을 뒤로한 채.






KakaoTalk_20200803_092915916.jpg 어쩌면 사랑은... 머묾



끝이 보이는 관계. 그 관계에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놓여진적이 있다. 매일 매 순간이 불안했다. 이 관계를 억지로 이어나가는 것은 내가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끝이 보이는 관계에도 하나의 장점이라면 장점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


아거 작가님이 인용한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두 남녀는 하나의 '끝이 보이는 관계'에 대해 두 개의 '다른 마음'을 가졌다. 남자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될까 두렵다 말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미워하지 않게 될까 두렵다고. 나는 그 시절 대체 어떤 감정이 두려웠던 걸까.








KakaoTalk_20200803_092915916_01.jpg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글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 사람들과 감정선을 공유하는 것이 좋았고 그들의 희노애락이 내게도 똑같은 희노애락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삶을 내게 동기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 모든 관계들이 내게는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정해져 있는데 다른 이의 인생까지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눈만 뜨면 늘어나는 인간관계에서 누적되는 피로도를 건강하게 푸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했다.

결국 애써서 내가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들을 하나 둘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놓은 관계들은 신기하리만큼 다시는 연결되지 않았다. "역시, 내가 그저 잡고 있었구나. 나만 놓으면 끝날 관계들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놓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그거대로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만 내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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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



오랜만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글을 읽어서 좋았다. 바쁠수록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되지 않는 게 문제다. 시작된 8월은 코로나 19로 연기되었던 모든 일정이 다시금 시작되는 달이다. 지금까지도 바빴지만 훨씬 더 바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자칫 나 자신을 놓치고 일에 치이다 상처는 상처대로 피로는 피로대로 얻기 딱 좋은 시기다. 오늘, 월요일 새벽이라는 부담스러운 시간에도 책을 읽어낸 것처럼 조금은 용기를 내서 바쁜 순간에도 쉼을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인데, 회사 테라스에 식물 내놨는데 얘네 강풍에 날아간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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