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oBooks_우고의 서재
문장 하나가 홀연히 내 삶으로 들어와 위로, 근심, 격동, 깨달음, 무너짐, 환희, 감동, 분노, 쾌감 등의 감정을 남긴 기억이 있는가? 내게 있어 그 문장은 영화 <물랑 루즈>의 대사로 다가왔다.
"The greatest thing you will ever know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일이다)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장 속 말처럼, '사랑을 돌려받는 것' 또한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물론 이 문장만으로 그런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니라, 일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경험들에 의해 문장에 생명력이 생긴 탓이었다.
이 책은 @kong_books 공가희 작가님의 콩출판사에서 발간된 @agerbite 작가님의 에세이다. 책의 한 문장을 통해 작가님이 사고가 확장되어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어떤, 문장>을 읽으면서 느낀 건, 역시 채워지는 것보다는 비워내는 것에서 사람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보다는 이별의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명문장'이 태어난다. 비슷한 결에서 충족이 아닌 결핍에서 우리는 나 자신과 세상을 더 많이 돌아본다는 것이다. 사랑할 때는 눈 앞의 사람만 보이고, 채워질 때는 당장 겪는 행복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어떤, 문장>을 읽으며 오랜만에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 비어있는 시간을 돈 주고 살만큼 여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회사 일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가득, 그렇다고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뒷전으로 할 수도 없고, 주말엔 평일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해야 한다. 어찌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 가장 치열하게 살고 있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일까? 예전처럼 책에도 손이 잘 안 가고, 특히 마음을 내어 읽어야 하는 책들, 예컨대 에세이나 시 같은 책들은 더더욱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월요일 새벽이라는 무서운 시간에 용기를 내어 <어떤, 문장>을 책장에서 꺼냈다. 역시 독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날들을 뒤로한 채.
끝이 보이는 관계. 그 관계에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놓여진적이 있다. 매일 매 순간이 불안했다. 이 관계를 억지로 이어나가는 것은 내가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끝이 보이는 관계에도 하나의 장점이라면 장점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
아거 작가님이 인용한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두 남녀는 하나의 '끝이 보이는 관계'에 대해 두 개의 '다른 마음'을 가졌다. 남자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될까 두렵다 말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미워하지 않게 될까 두렵다고. 나는 그 시절 대체 어떤 감정이 두려웠던 걸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글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 사람들과 감정선을 공유하는 것이 좋았고 그들의 희노애락이 내게도 똑같은 희노애락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삶을 내게 동기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 모든 관계들이 내게는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정해져 있는데 다른 이의 인생까지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눈만 뜨면 늘어나는 인간관계에서 누적되는 피로도를 건강하게 푸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했다.
결국 애써서 내가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들을 하나 둘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놓은 관계들은 신기하리만큼 다시는 연결되지 않았다. "역시, 내가 그저 잡고 있었구나. 나만 놓으면 끝날 관계들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놓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그거대로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만 내게 남았다.
오랜만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글을 읽어서 좋았다. 바쁠수록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되지 않는 게 문제다. 시작된 8월은 코로나 19로 연기되었던 모든 일정이 다시금 시작되는 달이다. 지금까지도 바빴지만 훨씬 더 바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자칫 나 자신을 놓치고 일에 치이다 상처는 상처대로 피로는 피로대로 얻기 딱 좋은 시기다. 오늘, 월요일 새벽이라는 부담스러운 시간에도 책을 읽어낸 것처럼 조금은 용기를 내서 바쁜 순간에도 쉼을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인데, 회사 테라스에 식물 내놨는데 얘네 강풍에 날아간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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