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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Bike

Ⅵ. 바간

by 정효민

2. E-Bike


미지의 세계에 도착했다는 흥분감과 아침 공기의 상쾌함에 빠져있던 순간, 하얀 옷을 입은 남자에 의해 우리의 캐리어는 택시에서 호텔 안으로 일사불란하게 옮겨졌다.

나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반대로 극진한 환대와 서비스를 받을 때면 아직도 낯설고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양곤에서도 17kg에 육박하는 내 캐리어를 5층에 있는 방으로 들고 나르던 호텔 직원의 모습을 보면서 미안함이 가득했었다.

여행지에서는 이렇게 감사하고 미안한 일을 심심치 않게 마주하게 된다. 이럴 때 ‘팁’을 이용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는 팁에 더해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선물을 전달하곤 한다.


20190825_062850.jpg 미얀마스러운 호텔 내부


이런 특별한 나만의 팁이 시작된 것은 2017년 첫 직장 퇴사 후 떠났던 스페인 여행에서부터였다. 스페인의 가정집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해보고 싶었기에 호스트가 사는 집에 방을 셰어 해 주는 곳으로 숙소를 정했다. 내가 그들에게 스페인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배우듯 나도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호스트를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비록 호스트를 위해 준비해 갔던 선물이었지만 여행을 하다 뜻밖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 예상치 못한 친절함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 여행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경우에도 선물은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나를 반겨준 식당 직원, 야경의 감동을 함께 나눈 낯선 이, 옆자리에 앉아 도시 간의 긴 여정을 함께 한 사람, 그저 천사 같은 미소로 날 보며 웃어주었던 아기. 만나게 될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 짧았던 만남에 긴 여운을 주게 되고 오랜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양곤에서 인간 엘리베이터가 되어 주었던 정말 감사했던 호텔 직원을 포함해 이후 미얀마에서 만나게 된 선하고 아름다웠던 사람들에게 전해진 ‘믹스 커피’와 ‘땅콩 과자’들이 그들에게도 작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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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호텔과 맛있었던 조식


객실에 들어가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걸터앉으니 창문을 통해 바간의 풍경이 들어왔다. 액자 속 아름다운 회화를 한 편 감상하듯 티 없이 맑은 하늘과 초록빛으로 가득한 대지가 얼른 씻고 자신을 만나러 나오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간단히 식사와 샤워를 끝내고, 무수히 많은 불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천 년 전으로 탐험을 떠나기 위해 방을 나섰다. 탐험가의 발이 되어주었던 말 등에 올라타듯 비장한 마음으로 E-Bike(이하 이 바이크)의 등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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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발이 되어준 이바이크


최고 속도가 60km/h 정도밖에 나지 않는 이바이크였지만 드넓은 미얀마의 고대 바간 왕국을 누비고 다니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범벅이 되게 만드는 햇볕과 눅눅한 습도도 이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시원하게 지워낼 수 있었다.

물론 이바이크를 처음부터 잘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도 짝꿍도 오토바이 운전은 처음이라 처음에는 작동법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60km/h라는 최대 속력은 마치 100km/h 이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골목에서는 비로 인해 진흙으로 변해버린 비포장 도로에서 하마터면 그대로 미끄러져 넘어질 뻔하기도 했고,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경사의 오르막을 올라가지 못해 옆으로 넘어져 버린 일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배달의 민족'아닌가? (물론 그 배달이 그 배달이 아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이바이크가 익숙해져 갔다.


20190825_111136.jpg 이바이크를 타고 바간의 골목골목을 탐험하는 즐거움


바간은 3,000여 개의 사원이 지역 곳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걸어서 투어를 한다는 것은 미얀마의 날씨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한 투어가 성행하고 있는데 버스, 택시, 툭툭에 이어 마차로도 바간을 둘러볼 수 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이바이크를 대여한 이유는 운전자에 의해 목적지가 정해지는 수동적 여행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즉흥적으로 갈 수 있는 능동적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바이크를 대여한 호텔을 떠나 바간의 아기자기한 골목, 자동차 도로 그리고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달릴 때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듯한 흥분감에 한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Unnamed Pagoda : 이름 없는 사원>매주 금요일에 업로드됩니다. 작가의 변덕에 의해 게릴라성으로 추가 업로드될 수 있으니, 빠르게 에세이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구독신청 부탁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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