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그랬다.
아들 엄마는 정형외과를 소아과처럼 다닌다고.
아들 엄마는 보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웃어넘겼던 말들은 빈 말이 아니었다. 그래. 나는 아들 엄마니까 새겨들었어야 했었다.
유 다리에 깁스를 풀자마자, 온이 팔이 부러졌다.
구름사다리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손에 힘이 빠졌는지 툭 떨어졌다. 나는 떨어질까 봐 바로 옆에서 지키고 서있었는데도 떨어지는 녀석을 받아주지 못했다.
망부석처럼 우두커니 서서 녀석을 잡아주지 못했고, 눈으로 상황만 끝까지 좇았다. 순간 스스로가 얼마나 미련하고 원수 같은지 재빠르지 못했던 내가 너무 한심하고 화가 났다.
떨어지는 소리가 꽤 컸고, 갈비뼈를 다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숨을 멈추었다 몰아 쉬기를 반복했다.
온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거 같더니 울음을 삼켜버렸다. 그리고는 통증을 참는 듯 끙끙 소리만 낼뿐 내색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황당하고 기가 막히고 속상하고.. 널뛰는 가슴을 붙잡고 철봉에서 떨어졌던 순간과, 다리를 접질렸던 순간을 떠올려 상태를 살폈다.
숨을 쉬어보라고, 등도 펴보고 허리도 펴보라고 했다.
괜찮다고 말에 한시름 놓으려다 “온아 팔 좀 들어봐”라고 말했다.
그러자 온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팔이 들어지지가 않아. 좀 들어줘."라고 했다.
팔이 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곧바로 병원에 갔다. 놀라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는 스스로를 보면서 불필요한 경험이 쌓여서 이런 일에 노련해지다니 참 씁쓸했다.
아니나 다를까. 골절.
최소 3주 깁스를 해야 한다는 말에 온이는 눈물이 가득 고이더니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깁스하면 유치원 학습발표회에서 장구를 칠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듯 '내가 조심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며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엄마는 그런 너에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그래도 성장판이 다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다독였다.
그냥 제 나이에 맞게 아프다고 엉엉 울었다면, 무섭다고 엉엉 울기라도 했다면 엄마는 덜 속상했을 텐데 너는 어쩌자고 울음을 참고 삼키며 모든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리는지 엄마는 그런 너를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장구를 잘 치고 싶어서, 학습발표회를 잘 해내고 싶어서 점심밥도 빨리 먹고 쉬는 시간마다 연습을 했다고 했다. 혼자만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지막 학습발표회를 친구들과 다 같이 잘하고 싶어서 친구의 부족한 부분을 도왔고 또 같이 연습했다고 했다. 그런 너의 모습을 선생님께 전해 듣고 엄마는 고맙고 기특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너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해도 엄마는 스스로 열심히 하는 모습 그 자체로 이미 기특하고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너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청천벽력인 듯했다. 다시없을 기회를 잃는다는 좌절을 경험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슬픔을 버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장구 대신 큰 북으로 소리를 내며 연주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어 그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엄마는 팔이 아파서 고생하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이 경험이 너를 조금 더 성장케 했다고 생각한다.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 도움을 받는 입장이 되어 배려를 받음으로써 왜 도와야 하는지,
어쩔 수 없는 일에서 속상한 마음을 털고 긍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엄마도 더 이상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하는 너를 그냥 데리고 집으로 갔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순간의 슬픔을 이겨내고 그것을 경험 삼아 조금씩 나아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