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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Nov 09. 2023

어른은 어린이를 울리지 마세요.

아침에 책을 읽던 온이는 무심하게 엄마를 툭툭 치더니 손가락으로 책을 가리켰다.

'어른은 어린이를 울리지 마세요'

그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알겠지?"


엄마는 찔리는 게 많아서인지 네 손가락 끝에 걸쳐진 문장을 보고 마음을 저릿해졌다.

엄마는 너희가 영어학원을 옮기면서부터 많이 조급해졌고 다그쳤다.

오래 앉아서 해야 하는 숙제가 많아졌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했다.

엄마는 자주 시간에 쫓겼고, 양몰이하듯 너희를 자꾸만 몰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닌 것 같은데 모두가 하고 있으니 안 할 수 조차 없어서 맞춰가야 한다는 사실이 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래서 자주 속상하고 슬펐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도 고치거나 바꿀 수 있는 게 없어서 그저 발을 맞춰가야 한다는 것만 바뀌지 않는 사실이었다.


너희를 울리지 않고 가야 할 길이 아직 한 참이나 남았는데,  

때때로 너희를 울리고 있는 엄마는 얼마나 더 많은 자책을 해야 할까.

너희는 또 그런 엄마가 얼마나 미울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휘청이지 않는 마음과 지금의 너희보다 나은 어른이 보여줄 수 있는 이해심일 텐데 

엄마는 아직도 멀었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반성문 같은 글을 쓰면서 다짐을 해본다.

엄마가 너희의 거울이 될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불꽃처럼 터지는 화를 잠재워보겠다고,

엄마 나름의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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