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와 유가 네 살 무렵부터,
일주일에 한 번 아파트 단지 앞에 트럭으로 화분을 실고와 파시는 사장님이 계셨다.
녀석들은 그 사장님을 '꽃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엄마는 봄부터 가을까지 일주일에 한 번 꽃 할아버지의 화분을 구경하러 갔다.
대부분을 너희의 손을 잡고 갔고, 일주일에 한 번 꽃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은 빼먹지 않았다.
어느 날엔가 아파트 앞 상가에 꽃가게가 들어오자,
꽃 할아버지는 꽃가게에 손해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며 두 블록 건너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옮기셨다.
우리는 두 블록을 산책하듯 걸어서 꽃을 구경하러 갔고, 작은 화분을 손에 들고 집으로 왔다.
온이와 유는 궁금한 게 많아서, 작은 손가락으로 꽃을 가리키며 "이건 뭐예요?"라고 물었다.
웅크리고 앉아 꽃 향기를 맡고, 색이 고운 꽃의 이름을 물었다.
아파트 앞에서 두 블록이 멀어졌다가, 한 블록 가까워졌다가 다시 두 블록이 멀어졌다 제자리로 오기까지 6년이 흘렀다.
그렇게 우리는 그 시간 동안 봄에서 가을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6년을 동행했다.
무릎까지 오던 고무나무가 어느새 온이 키만큼 자랐고,
여름과 가을을 화사하게 보내고 봄이 되기 전에 이별했던 화분을 정리하고, 다시 또 새 식구로 들이기를 반복하면서 온이와 유는 꽃이름을 배웠다.
온이와 유는 꽃이 피기 전 꽃망울을 좋아했고, 야들야들한 새싹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에 감탄했다.
꽃에게 예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며 '예쁘다 사랑한다'를 말하다가, 또 금세 관심을 잃기도 했다.
같은 화분을 보고도 온이는 전체적인 모양을 보았고, 유는 향기와 꽃의 생김새를 보았다.
엄마는 그런 너희를 보면서 온이가 좋아하는 꽃과 유가 좋아하는 꽃은 서로의 성격만큼이나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름에 쑥쑥 자라던 화분은 차가운 계절이 다가오자 더디게 크는 게 보인다.
너희도 마음이 자라는 어느 때에 엄마와 씨름을 하는 폭풍 같은 시간을 지나고 나면, 조금 더 의젓해질 때가 있던데.. 꽃도 너희도 그 시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우리 같이 모든 계절을 태연하게 지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