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찜을 못해서 글로 쓰는 갈비찜

"외할머니가 해주는 갈비찜은 고기가 보들보들하고 진짜 맛있는데.. 아.. 갈비찜 먹고 싶다."

유는, 배가 고플 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떠 올리며 먹고 싶다고 한다.

오늘은 갈비찜이 생각났는지 입을 쩝쩝 거리며, 갈비찜 발라먹는 것을 묘사했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가 오늘 해줄게' 하고 싶은데, 엄마는 갈비찜 자체가 부담스러운 요리였다.

요리 고수들만 하는 것 같아서 선뜻 '해줄게'라는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맛있게 먹었던 어떤 날의 기억을 음식으로 떠올릴 때가 있다.

누군가 좋아했던 음식이 맛뿐만 아니라, 추억까지 더할 거란 생각에 머뭇거리게 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는 엄마와 달리, 갈비찜 먹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남편은 당장 갈비찜 고기를 주문했다.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삶아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양념을 해서 압력솥에 넣고 끓여내는 것까지 완벽했다.

갈비찜을 만들어 내는 동안, 요리를 못하는 내게 타박을 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새벽 한 시가 다 되도록 갈비찜을 만들어내고, 출근 전 데워 놓으며 아이들 먹이라는 말에 민망하고 부끄럽고 미안하기까지 했다. 

온이와 유는 눈을 뜨자마자 집 안 가득한 갈비찜 냄새에 코를 킁킁 거리며 활짝 웃었다.

엄마는 멋쩍게 말했다.

"아빠가 너희 주려고 새벽까지 만드신 거야. 이미 냄새만 맡아도 맛있겠지? 아빠는 진짜 최고야."

엄마는 갈빗살을 발라내고 양념에 밥을 비벼주었다.

아빠는 맛있게 만들고, 엄마는 맛있게 차려내고, 너희는 맛있게 먹었다.

너희는 양념에 비벼진 밥 한 숟갈이 입에 들어가기 무섭게 엄지손을 추켜올리며 온몸을 흔들거렸다.

먹는 입만 봐도 배부른 엄마는 너희 입 속에 음식이 들어가면 기분이 참 좋다.

'아니 그런데도 갈비찜을 안 해줬단 말이야? 이렇게 잘 먹는데도?'

신혼 초 갈비찜 먹고 싶다던 남편한테 '못하니까 맛있는 거 사주겠다'라고 하던 그때 그날의 작은 거실에서 나누던 대화가 떠오르고, 강산이 변한 지금까지도 안 해준 무심함에 스스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이제 새벽까지 싱크대 앞에 서서 갈비찜을 만들고, 그 옆에 서서 보조를 했던 오늘의 기억이 더해질 것 같다.

애증의 갈비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