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의 앞니가 뻐드렁니처럼 살짝 들려있다.
작고 작은 이가 살짝 들려 있는 모양도 귀여웠다.
엄마는 그 작은 이를 손으로 흔들어 보았다.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은데 너는 무서워서 몸서리를 쳤다.
엄마도 사실 네 이를 뽑아줄 자신이 없었는데 어쩌면 쉽게 빠질 것 같아서 용기를 내면 될 것 같았다.
뻐드렁니처럼 들린 이 아래에는 새로운 영구치가 잇몸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덜렁 거리는 작고 작은 뻐드렁니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탕후루 먹고 싶다는 너에게 세 번 거절에 한 번 사주는데, 롯데월드에 놀러 간 날 탕후루가 먹고 싶다기에 얼른 사주었다.
끈적한 탕후루를 먹다가 이가 쏙 빠지면 말 그대로 앓던 이 가 빠진 것처럼 개운할 것 같았다.
"온아 너 친구 **이도 이거 먹고 이가 빠졌대. 얼른 먹어봐"
그러자 너는 그 좋아하던 탕후루를 손에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먹지 않겠다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엄마 오늘처럼 즐거운 날 탕후루를 먹고 휴지를 물고 다닐 수 없어요"라고 했다.
건강에 안 좋은 거 한 번이라도 덜 먹어 다행인가 싶다가, 즐거우려고 온 놀이공원에서 되려 기분이 상하진 않았을까 싶어 미안했다.
엄마는 온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몇 번을 손으로 시도했다.
톡 하고 빠질 것만 같아서 자꾸만 도전하고 싶어졌다. 하루 이틀.. 몰래 도전하긴 했지만 무서워서 힘을 주지는 못했다.
결국 치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선생님은 거즈로 이를 감싸고 맨 손으로 쏙 잡아당겨버렸다.
온이는 동그란 눈이 점점 커지다가 '으으으'소리와 함께 작고 작은 귀여운 이가 뽑혀버렸다. 도구도 없이 손가락 두 개에 이가 뽑히다니.. 보고 있던 엄마는 웃음이 터지는데, 눈이 왕방울만 해지던 온이는 뒤늦게 울음이 터졌다.
엄마는 뽑혀 나온 이를 네 손에 쥐어 주고는 오늘 밤 이빨요정이 다녀갈 테니 기도하라고 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 찼던 온이는 어느새 눈물이 사라졌고,
오물오물 귀여운 입술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때의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베개 밑에 이를 놓았던 그날을 이야기했다.
"엄마 있잖아. 내가 처음 이 뽑아서 베개 밑에 놓고 자던 날에 이빨요정이 내 이빨을 못 보고 가면 어떡하나, 베개 밑에 뒀는데 부서지면 어떡하지, 침대 아래로 이가 떨어질까 봐 이빨요정이 진짜 나타날까 하고 걱정되고 설레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그리고 그다음에는 이빨요정한테 황금동전을 달라고 했는데, 쨍그랑 소리 날까 봐 달러를 주고 간댔거든. 이빨요정이 보고 싶어서 잠에서 깨도 괜찮은데.."
엄마는 기대하고 희망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고, 어린이만 가질 수 있는 예쁜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서 이빨요정이 되었다.
온이와 유가 일곱 번째 이가 빠지는 동안 엄마는 열네 번의 이빨요정이 되었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이빨요정이 엄마였다는 걸 들킬까 봐 물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2년 만에 듣게 되었다.
오늘 온이가 한 껏 들뜬 목소리로 들려준 예쁜 이야기와 너의 그 표정,
이렇게 뜻밖의 기쁨을 느끼게 될 줄 몰랐던 오늘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
이빨요정하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