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되기 전부터 온이와 유는 3학년이 되기를 기다려왔다.
이유는 단 하나.
'회장님'이라는 감투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는 같은 반을 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있지만, 회장님 직함에 탐이 났으니 다른 반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가 된 셈이었다.
"엄마 나 회장선거 나갈래요"
사실 유에게 있어서 발표는 두려움을 넘어선 무서움이었고, 벗어나고 싶고 또 이겨내고 싶은 짐이었다.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네 살 때의 어떤 기억 때문에, 유는 나이 답지 않게 고민했고 힘겨워했다.
"엄마 저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거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도와주세요."라고 했던 작년 너의 말에 내색하지 않았지만 울컥 눈물이 났었다.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엄마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너에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피아노 콩쿨, 태권도 심사를 나가겠다는 너를 응원해 주는 거였다.
그리고 매 학년 담임선생님과 상담할 때 자신감을 갖고 발표할 수 있게 이끌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 결과였을까, 네 입에서 먼저 회장선거를 나가겠다고 하니 엄마는 그간의 고민이 다 흩어지는 것 같았다.
"회장선거? 너무 좋지!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엄청 큰 용기를 낸 거야 이미 대단해!"
"안되면 어쩌지?"
"안 돼도 괜찮아! 도전하는 게 대단한 거야! 그리고 1학기때 안되면 2학기때 하면 돼. 용기가 생겼을 때 그냥 해보는 거야!"
유가 도전해 보겠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이미 다 이룬 것 같아서 당락의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유가 먼저 회장선거에 나가겠다고 하자, 뜨뜻미지근하던 온이도 적극적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빈 종이에 공약을 쓰더니 얼굴을 마주 보며 발표 연습을 했다.
온이와 유는 한참을 궁리하더니 서로의 공약을 듣고, 조언을 주고받았다.
"과자파티 같은 걸 하나 넣어야 된다니까?"
"아니야.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는 게 아니야. 그럼 거짓말쟁이잖아."
"아니지. 과자파티를 한다고 하면 파티를 위해서 규칙을 잘 지킬 거라고"
회장선거는 처음이지만 온이와 유는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각자의 방식대로, 생각을 나누고 응원했다.
둘이서 같은 뜻으로 뭔가를 해보겠다고 머리를 맞댄 모습만으로도 든든하고 배부른 기분이었다.
엄마가 기대한 건 나 혼자 잘해보겠다고 욕심내는 것이 아닌,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벌써 보게 되다니 회장선거라는 게 여러 가지로 엄마에게 큰 선물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가뿐하고 홀가분해졌던 마음에, 뿌듯하고 대견함까지 더해준 귀한 경험이다. 정말.
-이하, 온이와 유가 스스로 고민하고 쓴 공약
[내가 만약 회장이 된다면.
첫 번째로 우리 반의 중간놀이 시간에 필로티에서 줄넘기를 하고 놀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한 달에 한 번씩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낸다면 과자파티를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 3학년 3반을 위해서 따돌림이나 싸움이 없는 반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뽑아 주신다면 우리 3학년 3반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학급임원 선거에 나온 후보 김*유입니다.
제가 만약 회장이 된다면, 첫 번째로 따돌림 없이 행복한 반을 만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모두가 웃는 행복하고 재미있는 반을 만들겠습니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선생님을 도와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