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들의 열한 살의 기록
"내가 형님이지"
"아니거든 미국에서는 내가 형님이거든."
"그래도 여기는 한국이니까 내가 형님이거든."
"의사 선생님은 왜 나를 먼저 안 꺼내고 너를 먼저 꺼내서 네가 형님 되게 한 거야. 날 먼저 꺼내주지!"
'세상 최고의 제일 친한 친구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고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동생 타령이 지나가고 나니 이제는 형님 지분을 챙기고 싶은 모양인지 지금보다 어렸을 때도 잘 하지 않던 서열 정리로 티격태격한다.
언젠가 유가 그랬다.
"엄마 우리 반에도 자매 쌍둥이가 있거든요. 근데 그중에 동생이랑 제가 짝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무슨 얘기 한 줄 알아요?"
"무슨 얘기 했어?"
"의사 선생님이 자기를 늦게 꺼내서 동생으로 만든 게 기분이 나쁘다는 거예요. 근데 저도 그런 생각 했거든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왜 그랬냐고 따지고 싶다고 하는데 저도 사실 그렇거든요!"
"네 짝도 쌍둥이 중에 동생이야?"
"네"
뱃속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첫째와 둘째가 구별되고, 낳고 보니 사람들이 말하는 첫째와 둘째의 성향이 쌍둥이에게도 있었다. 온이와 유만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녀석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웃음부터 터졌다. 쌍둥이 동생끼리 이런 불만을 이야기한다는 게 웃기기도 했고 나름의 고충이 귀엽기도 했다.
"쌍둥이끼리 짝 되는 것도 흔하지 않은데 둘 다 동생이라 통하는 게 많았겠다."
"맞아요. 걔도 언니 하고 싶대요. 사실 나도 형아, 하고 싶거든요."
온이와 유는 제일 친한 친구 모습인 줄 알았는데 속마음은 형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니….그 마음도 모르고 온이가 말했다.
"내가 형님이니까 공손하게 형님이라고 말해봐"라고 하자 유는 대꾸하지 않았다.
가벼운 농담으로 넘어가면 좋겠는데,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엄마는 눈치를 살피다가 얼른 말했다.
"네~~형님 부르셨습니까~"
유는 그런 엄마를 보고는 이해가 안 가는 듯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럴 땐 있잖아. 싫어! 네가 왜 형님이야! 하고 짜증 내지 말고 웃으면서 말하는 거야. 네 형님~ 형님이 맛있는 것 좀 사주슈. 라고 하는 거야."
엄마도 그다지 넉살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너희는 둥글둥글했으면 좋겠고 쿨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게 말했는데 너는 그게 이상했던 모양이다.
"요즘 칠가이 유행이잖아. 엄마는 네가 그렇게 칠가이가 되면 좋겠어. 쿨하게"
그러자 입이 댓 발은 나와서 툴툴거릴 것만 같던 유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네 형님~"
그러자 기분이 들뜬 온 이는 "오냐 동생아"라며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봐봐. 짜증 내고 화내는 것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별일이 아니게 되잖아. 그치?" 그러자 유는 씩 웃어 보였다.
"유는 칠가이!"
언성이 높아지기 전에, 가볍게 분위기를 풀어보려는데 오랜만에 형님 소리를 들은 온 이는 멈출 줄 몰랐다.
"동생아, 우리 3.6.9. 게임 한 번 하는 게 어떻겠냐?"
그러자 유는 "그러시죠. 형님. 먼저." 하고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이 한 네 바퀴쯤 돌았을까, 형님 동생 하며 어울리지 않게 진중한 모습을 흉내 내던 녀석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지! 내가 할 차례잖아."
"아니지. 네가 박수 안치고 넘어갔으니까, 네가 진 거지."
에휴, 사이좋은 형님 아우 놀이는 오늘도 파국이다.
태어난 건 1분 형님.
형님 소리는 Just One 10 MINU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