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종민 아저씨! 결혼식에 왜 초대 안 해준 거예요?

by 자잘한기쁨

우리 집 초등학생의 최애 프로그램은 1박2일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수많은 예능프로그램 중에 아이들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잘 없다.

비속어나 줄임말, 유행어는 출연자의 입에서 자막까지 당연하게 쓰이고,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가 콘셉트인 듯 양옆 사람들은 박수까지 쳐가며 깔깔대고 동조하는 장면은 껄끄러울 때가 있다.

분명 학교에서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고 따끔하게 혼나는 것들이 재미있는 행동인 것처럼 나오니까 아이들은 분별이 잘 안된다.

아이들은 좋은 것보다 닮지 않았으면, 몰랐으면 하는 것들은 스펀지처럼 쫙쫙 빨아들인다.

별생각 없이 웃으면서 봤던 프로그램 마저, 아이들과 같이 봐볼까 하면 조금 망설이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1박2일은 부모 관점에서 아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그 때문에 일요일 저녁 6시 10분이 되면 어떤 외출이 됐던 시간 맞춰 들어와야 했다.

일주일을 그 시간만 기다리는 녀석들에게 당연한 일이니까.

웃음이 번지다 못해 폭소하는 우리 집 세 남자를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매주 일요일 저녁은 그렇게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엄마 김종민 아저씨가 결혼한대요. 알고 있어요?"


"결혼하신대?"


"엄마 김종민 아저씨 결혼식에 초대받았어요?"


"아니"


"김종민 아저씨가 나이 많아요? 엄마가 나이 많아요?"


녀석은 1박2일에 나오는 출연자들을 마치 가깝게 지내는 동네 삼촌 이름을 부르듯 이름 뒤에 늘 '아저씨'라는 호칭을 붙인다. 누가 들으면 아는 사이인 양 말이다.

녀석들한테 '네 친구들이 엄마 아빠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다니면 좋겠냐며, 이름 뒤에 호칭을 붙여'라고 했더니 그 호칭의 대부분이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다.


"엄마 김종민 아저씨가 나도 초대해 주실까?"


"응? 김종민 아저씨가 너를 왜 초대해?"


"나도 축하해 주고 싶거든요. 초대해달라고 해봐. 엄마가"


"김종민 아저씨는 엄마를 몰라"


"그럼 결혼식 어디서 하는지 인터넷에 찾아봐요. 축하해주러 가게"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고, 알아도 거기 못 들어가. 축하는 마음으로만 하자"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결혼하니까 당연히 축하해주고 싶은데 축하한다는 말도 전할 수 없고, 초대도 못 받았다는 게 아쉬운 모양이었다.


"아빠 회사 사람 결혼식은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도 가는데, 왜 김종민 아저씨는 내가 아는 사람인데도 초대 안 해주는 거야?"


"너는 알지만, 김종민 아저씨가 너를 모르잖아. 그게 제일 중요한 사실이지."


"가야 했는데. 초대받아야 했는데..축하해주러 가야 했는데.."


김종민 아저씨가 결혼하는 결혼식장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한 4학년은 끝끝내 축하해주러 가지 못한 걸 아쉬워 했다.

행동이나 말하는 걸 들으면 많이 컸구나 싶은데, 이렇게 허무맹랑한 걸 보면 아직 먼 것 같다.

다행인걸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형님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