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보라색을 좋아하고 넌 그런 선생님을 좋아하고

by 자잘한기쁨

일곱 살이 되면서 녀석들의 표현은 상당히 달라졌다.

시기가 그럴 때가 된 건지 아니면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적극적인 모습에 서운할 겨를 없이 감사한 마음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온이는 유치원을 다녀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하얀 종이에 보라색 색연필로 사랑한다는 말을 닳도록 썼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며 수도 없이 하트를 그리고 '마음'이라고 써서 붙였다.


'선생님 사랑해요. 아프지 마세요. 코로나 조심하세요'

절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전하지 못한 편지는 며칠 동안 가방 구석에 있었다.


"선생님 드리려고 쓴 편지는 왜 안 드렸어?"


"아니.. 부끄러워서"


"편지 열심히 썼는데 전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네 마음을 모를 수도 있는데 내일은 전해드리는 게 어때?"


"아니야. 소피아 선생님은 다 알아. 대단해.

근데 엄마. 엄마는 선생님이 무슨 색 좋아하는지 알아?

좋아하는 꽃이 뭔지 알아?

선생님은 이름이 세 개인 줄 몰랐지?

선생님 집이 어딘지 알아?"


엄마는 모르지만 저는 다 안다고 생각하는 온이는 질문을 쏟아내고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와. 선생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구나~ 선생님이 어떤 색을 좋아하셔?"


"선생님은 보라색을 좋아하신대.

그래서 도라지꽃을 좋아하신대.

도라지꽃이 보라색인 거. 엄마 알았어? 나 도라지꽃노래를 좀 들려줘."


"도라지꽃? 그런 노래가 있어?"


"응"


너는 도라지꽃노래를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해서.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질리도록 들어서 온 가족을 외우게 했다.

또 너는 오늘도 하얀 종이에 보라색으로 사랑한다는 절절한 편지를 썼다.

산책길엔 보라색 꽃을 찾아 헤매고, 결국 꽃 집에 가 보라색 드라이플라워도 샀다.


"엄마는 안 주고 왜 선생님만 주는 거야?"


"엄마. 엄마는 매일 볼 수 있지만 소피아 선생님은 우리가 여덟 살이 되면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동안 잘해줘야 돼. 엄마 알겠지?"


엄마가 예상했던 말이 아니라서 당황했지만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어 알았어"


"엄마 근데 소피아 선생님은 백 한 살 이래. 놀랍지!"


"와! 진짜?"


"선생님이 백 한 살인데 주름살이 없는 건 친구들 사랑을 먹어서 그랬대. 그래서 주름살이 없는 거래"


"엄마 나는 세상에서 우리 가족이랑 소피아 선생님을 제일 사랑해"


"선생님도 정말 행복하시겠다."


엄마는 그런 너를 보면서 기특하고 고맙고,

온이의 일곱 살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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