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동생타령

내 동생 체리를 낳아주세요

by 자잘한기쁨

유는 다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지치지 않는 동생 타령이 계속되고 있다.


일찍 자야 동생이 생긴다는 말에, 잠이 오지 않는 눈을 질끈 감고 '내일은 동생이 집에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다.

"일찍 잤는데 왜 아기 없는 거야!" 아기를 내놓으라고 떼를 쓰던 다섯 살 유.


여섯 살 유는, 통통한 엄마 배에 귀를 대며 "엄마 아무래도 아기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엄마가 뭔가 잔뜩 먹고 뱃속이 부대끼는 와중에 뱃속은 제 할 일을 다 하느라 꾸르륵 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유는 그 소리가 아기가 움직이는 소리라고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어요"라고 하던 동네방네 소문내던 유 덕분에 엄마는 갑자기 셋째를 품고 있는 엄마가 되었다.

턱까지 떨어진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축하한다는 사람들에게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아이가 동생을 갖고 싶어 해서 그러는 거라고 벌건 얼굴로 멋쩍게 웃었다.


일곱 살이 된 유는 여전히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

엄마에게 어림도 없는 일이 유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일인 것처럼,

엄마가 동생을 낳을 수 없는 이유 백가지를 늘어놓았다면, 유는 동생을 잘 돌 볼 수 있는 방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동생 나오면 내가 우유도 먹이고, 이유식도 줄 거야. 그리고 놀아줄 거고 유모차도 밀어줄 거야. 내 장난감도 양보해줄게"


"동생이 나오면 네가 놀이터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축구도 못 가고, 놀러도 못가"

엄마는 못하고 못하고 못하고, 안되고 안되고 안되고를 이야기하는데,

유는 왜 안돼? 돼! 돼! 된다고를 이야기했다.


"아기띠 하면 되잖아. 아기띠 하고 유모차 태워서 가면 되잖아. 다른 아줌마들은 다 그렇게 하던데?"


"아기 클 때 까지는 집에만 있어야 돼"


"집에 얼마나 있어야 되는데? 유치원은 갈 수 있어? 내가 그럼 기다릴게"


눈치가 빠른 유는 도저히 안 되겠던지, 16개월에 접어든 사촌동생을 집에 데리고 가겠다고 떼를 썼다.

"엄마 동생 안 낳아줄 거면, 준서라도 데리고 가자. 엄마가 삼촌한테 준서 달라고 해봐"


동생이 좋아도 함부로 데려갈 수 없는 거라고 하자 유는 엉엉 울며 말했다.

"엄마는 맨날 안된다고만 하고, 엄마 미워!"


유는 유치원 친구 중에 동생이 있는 친구 이름을 나열하며 말했다.

"00도 동생이 있고, 00도 동생이 있고, 00도 동생이 있는데, 나만 없어 나만!"

"00이네 동생은 벌써 저렇게 걷고 있는데 엄마는 왜 동생을 안 낳았어! 00이 동생이 저렇게 클 때까지 엄마는 왜 동생을 안 낳은 거냐고!"

한 동안 동생 내놓으라고 떼를 부리던 유는

"엄마 내가 아기 이름을 정했어"라며 웃음이 활짝 핀 예쁜 얼굴로 말했다.


"응?"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체리로 정했어. 김체리야. 어때 예쁘지?"


그리곤 갑자기 똥 밖에 든 것이 없는 엄마 배에 귀를 대고는 "체리야 빨리 나와. 내가 놀아 줄게"라고 했다.


엄마는 진지하게 아빠한테 있는 아기 씨랑 엄마한테 있는 아기 씨가 만나야 체리가 생기는데 엄마한테는 아빠 아기씨가 없어서 동생이 생길 수가 없다고 하자, 유는 아빠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빠! 아빠 빨리 엄마한테 아기씨를 주라고! 왜 아기씨를 안 주는 거야! 아기씨 줘!"


아빠랑 엄마는 눈물이 나게 웃는데, 유는 곧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러더니 대뜸 "엄마 그런데 아기 씨는 어떻게 만나는 거야?"라고 물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곤란했던 엄마는 웃음이 쏙 사라졌고, 뜸 들일 틈도 없이 입이 먼저 떠들어 버렸다.

"어, 아빠랑 엄마가 사랑해서 배꼽끼리 꼭 만나면 아기가 생겨"


"에이 말도 안 돼? 엄마 아빠가 사랑해야 되면 또 결혼해야 되는 거야? 배꼽끼리는 어떻게 붙어?" 하며 유는 배꼽을 쳐다봤다.

생각해본 적 없는 가파른 전개에 엄마는 방향을 잃었다.

동생 낳아달라고 떼 부리던 녀석에게 갑자기 성교육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어려운 말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녀석. 많이 컸다. 꽤 논리적이기까지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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