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da
론다(Ronda), 당신과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론다(Ronda)는 탱고를 추는 이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다. 론다는 단순히 '탱고를 추는 공간'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밀롱가에서 춤을 추기 위해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원형의 춤의 흐름이다. 바닥에 줄이 그어진 것도,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탱고를 추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안에 들어가는 순간 론다를 인식하게 된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원형을 따라 천천히 돌며, 그 안에서 수많은 땅게로스들이 서로의 보폭을 나누며 걷는다.
론다는 여러 개의 트랙으로 구성된다. 바깥쪽부터 안쪽까지 여러 줄의 동심원으로 흐름이 형성되며, 보통 댄서들은 가장 바깥의 첫 번째 론다에서 춤을 시작한다. 밀롱가의 크기에 따라 두세 개에서 많게는 네다섯 개의 론다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론다 안으로 진입할 때는 반드시 인사를 하듯 주변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이미 흐르고 있는 다른 커플들의 춤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론다에 진입하는 것이 기본적인 매너다. 또한 론다 안에서는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춤을 춘다. 론다는 누군가가 독차지하는 공간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흐름을 만들고 함께 살아 있는 춤을 이어간다. 마치 인생처럼 모두의 삶이 하나의 론다에 담기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삶이 공존하고, 모두의 춤이 춰지는 론다라도 탱고는 같을 수 없다. 각자의 춤 색깔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각자 다른 탱고를 추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론다에 선 순간, 우리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론다는 땅게로스가 춤을 출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이다. 땅게로스는 탱고를 추는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무대의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론다는 묻는다.
"당신의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그 질문 앞에서 많은 이들이 대답을 주저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 희망, 자존감을 쉽게 잃는다. 사회의 론다에서는 늘 누군가가 더 잘나 보이고, 누군가가 더 앞서나간다. 그래서 쉽게 포기하고, 기꺼이 엑스트라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론다에 설 때만큼은 다르다. 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는가. 왜 다른 사람의 평가를 신경쓰는가. 론다에는 오직 나와 춤을 추는 상대와 음악만이 있다.
잘 추든 못 추든 중요하지 않다. 음악과 내가 맞닿고, 내 심장과 상대의 심장이 닿으면 그 자체로 무대 위의 주인공이다. 그 순간, 그 춤만큼은 나 외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이야기다.
내가 멈추면 춤도 멈추고, 내가 흐르면 춤도 흐른다. 론다는 나에게 다시 말한다.
“당신이 당신 삶의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하지만 탱고는, 론다는 그걸 다시 상기시킨다. 나는 내 삶의 론다에 서 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걸으며, 내가 결정하는 춤을 추고 있다. 내가 나를 믿고 나를 세우는 순간, 춤도 인생도 비로소 내 것이 된다.
탱고에서 자주 전해지는 말이 있다.
"탱고(춤)는 수평으로 흐르는 욕망을 수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 Robert Farris Thompson
("Dance is the vertical expression of a horizontal desire.")
— Robert Farris Thompson
탱고는 그저 동작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은유다. 욕망이든 꿈이든, 우리는 그것을 ‘춤’이라는 수직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나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의 론다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살아간다. '나'는 나일 때 비로소 가치있다. 나로도 충분하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탱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