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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범 Jul 20. 2024

메디아 루나 - 오쵸 8

"오늘 유독 집중을 못하시는 것 같아요."

함께 춤을 추던 에밀리아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민망함이 밀려왔다. 상대에게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내내 다른 곳에 신경을 쏟았으니, 그저 한마디 던진 말이었을 텐데 마치 질책처럼 들렸다.

미안한 마음에 에밀리아에게 사과했다. 그녀는 웃으며 괜찮다고, 음악에 더 집중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녀의 조언에 따라 다시 한번 귀를 기울였다. 탱고 특유의 사분의 사박자 리듬이 흐르며, 현악기 선율보다 피아노의 타격음이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곡 제목은 알 수 없었지만, 음악에 몰입하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덕분에 에밀리아와 오쵸 아뜰란떼(Ocho Adelante) 동작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갔다. 그녀의 부드러운 회전과 동작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정말 잘하시네요. 탱고를 꽤 해보신 거 아닌가요?"

그녀의 유려한 움직임에 감탄하며 물었다. 에밀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같이 배우는 입장이에요. 단지 데이빗님보다 조금 일찍 시작했을 뿐이죠. 엄청 잘하는 건 아니에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그녀의 미소가 평소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에밀리아는 내가 리듬을 놓치면 은근히 박자를 맞추어 도와주었다. 덕분에 탱고가 낯설면서도 새로운 세계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삼분의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갔고,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포옹하며 인사했다. 긴장감과 불안은 이미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하나의 의문만 남아있었다.     


왜 엘리아나는 이렇게 못할까?     


에밀리아와 엘리아나가 추는 춤의 차이는 무엇일까? 에밀리아와의 춤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 그렇다면 문제는 내 리드가 아니지 않은가? 엘리아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고민에 잠기며 자리를 옮겼다.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추는 동안에도 머릿속엔 온통 엘리아나와의 문제만 맴돌았다. 스텝이 문제일까? 아니면 엘리아나가 회전할 때 부족한 점이 문제일까? 혹은, 그녀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까? 생각할수록 많은 이유가 떠올라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수업이 끝났다. 그러나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엘리아나는 여전히 루크와 대화를 나누며 뭔가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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