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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Mar 11. 2019

일 년 속에 여행을 담다

여행으로 만든 달력

달력을 만들었다. 보험사, 교회 등등 여기저기서 들어온 달력이 한가득이지만 왜 내 손에 들려 있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달력들은 버리고 자원낭비를 해봤다. 내가 찍은 사진이 들어 있는 포토달력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 아이사진, 연인사진을 넣지만 나는 둘 다 없다. 그래서 여행달력을 만들었다. 최근 가장 좋았던 여행지인 트롬쇠의 오로라는 표지가 되었고, 몇 년 전 1월에 여행했던 미얀마는 2019년 1월이 되었다. 그렇게 각 달에 여행했던 여행지를 모으니 미래를 알려주는 달력에 그리운 과거가 가득 찼다. 이제 내 달력은 내가 몇 월에 어디로 떠났었는지 과거를 보여준다. 폰카로 찍었고 보정을 하나도 못한 못난 사진이지만 내 눈엔 어떤 특별한 날을 보여준다. 완성된 달력을 사무실 책상에 올려두니 걱정이 앞선다. 이걸 보고도 다시 떠나지 않을 자신이 없다...



# 1월 : 미얀마 바간

하던 일 때려치우고 어디라도 가고 싶어서 무작정 떠났던 미얀마. 이때부터 동남아여행을 좋아졌다. 아직 여행자들의 먼지가 덜 쌓인 곳이라 그동안 다닌 여행지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여기저기 사랑스러운 곳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바간 유적지에 올라가 보는 열기구들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한다.


# 2월 : 호주 시드니

사실 2월에 갔던 건 아니지만... 2월에는 여행을 간 적이 없는지 마땅한 사진이 없다. 호주는 만족스러운 여행지였고, 호주에 도착한 첫날 하버브리지에서 본 일몰이 좋아서 넣었다. 

# 3월 : 중국 상하이

예쁘기로 유명한 상하이 예원이지만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아서 나무는 앙상했다. 사실 상하이는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지만 주말만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너무 제한적이라 선택했다. 대단히 좋은 여행지는 아니지만 특별한 친구들과 함께 해서 기억에 남는다.

# 4월 : 그리스 산토리니

휴학하고 떠났던 유럽여행은 내 여행사의 시작 같은 곳이다. 20대 초반, 인생의 봄에 떠난 봄 여행은 기억에 남는 순간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건 아니지만 사진이 제일 잘 나왔던 곳은 포카리스웨트의 고장 산토리니였다.  

# 5월 : 일본 도야마

한국인에게 너무 익숙한 여행지인 일본. 하지만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도야마는 조금 낯설다.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 비해 관광지는 적지만 이곳을 찾았던 이유는 매년 4~6월 사이에만 펼쳐지는 특별한 풍경 때문이다. 그 결과 보게 된 도야마의 설벽은 열 번 이상의 일본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 6월 : 터키 카파도키아

유럽여행 마지막 도시였던 터키의 카파도키아는 두 달이 넘는 유럽여행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열기구에서 비몽사몽 내려다본 풍경, 종교 유적지, 특이한 자연 등 새롭고도 새로운 곳이었다. 

# 7월 : 이탈리아 베네치아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행지 중 하나인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베네치아의 부라노섬은 사진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 부라노에 갔던 사람이라면 이런 사진 한 장씩은 모두 있을 것이다. 사진 기술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색감을 더 잘 살렸겠지만 폰카와 내 손에서는 이 정도가 전부였다.

# 8월 : 스페인 알함브라궁전

알함브라 궁전은 지금까지 본 궁전 중 가장 환상적인 공간이었지만 너무 넓어서 어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곳이기도 했다. 사진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이 사진을 보면 그날 본 알함브라가 생각난다.

# 9월 : 제주도

예로부터 제주도는 유배지였다. 무슨 말이냐면 추석에 일하기 싫어서 제주도로 도망갔었다. 여러 번 갔지만 제주는 항상 옳다. 

# 10월 : 대만 예류

예스진지 투어 중 갔던 예류해상공원. 하늘이 이렇게 맑다는 건... 너무 더웠다는 말이다. 사실 10월에 마땅한 사진이 없어서 한여름에 갔던 사진을 넣었다. 무슨 말이냐면 너무 더웠다.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데 나중에 사진은 잘 나와서 기가 막혔다.

# 11월 : 베트남 호이안

다낭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던 그때 베트남에 처음 갔다. 베트남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밤은 호이안의 야경이었다. 호이안의 보름날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안 찍는 내가 배터리가 닳도록 사진을 찍게 만들었지만 며칠 후 휴대폰을 잃어버렸고 남은 사진은 이것뿐이다.

# 12월 : 베트남 사파

베트남 여행을 시작한 건 11월이었고 끝난 건 12월이었다. 15일짜리 여행이었고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사파 판시판의 풍경이다. 구름이 발 밑에 있는 말도 안 되는 풍경은 정말 환상이었는지 내가 산에서 내려오던 순간부터 급격히 날씨가 나빠지면서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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