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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Jul 12. 2020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로 엮은 여행 후의 여행

프롤로그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로 내 여행들을 엮어서 여행 이후의 여행,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여행이 끝난 후의 여행, 추억여행 프롤로그


여행의 시작은 언제일까? 끝은 언제일까?


여행 전 날 밤을 새워서 캐리어를 챙길 때.

공항버스를 기다릴 때.

늘 새로운 인천공항에서 길을 헤맬 때.

비행기 좌석을 찾느라 두리번거릴 때.

타국의 공항에 발을 내딛을 때.

냉난방 없는 이국의 공기를 들이켤 때.

읽을 수 없는 글자 앞에 설 때.

누군가 뭉툭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부를 때.

길을 걸을 때 보이는 남의 집 빨래까지 예뻐 보일 때.

집이 아닌 곳에서 잠자리에 들 때.

처음 먹는 음식을 집어 들고 고민할 때.

길에서 들리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영어가 반가울 때.

길을 잃어도 즐거울 때.

사진으로만 보던 유적지가 눈 앞에 서 있을 때.

호텔로 돌아가면서 집에 간다고 말할 때.

자주 먹어서 지겹다고 생각한 배달음식이 그리워질 때.

우연히 지나가는 한국인들의 사투리를 못 알아 들어도 익숙하다고 생각할 때.

와인을 마시며 소주보다 약하다고 생각할 때.

신기했던 트램이 너무 느리다고 느껴질 때.

돌아가는 비행기표 시간을 확인하며 한숨이 나올 때.

인증샷으로 카톡 프사를 바꿀 때.

기내식 메뉴를 고민 없이 비빔밥으로 고를 때.

인천공항의 입국심사 줄에서 내국인 줄로 들어갈 때.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부은 다리를 두드리며 기다릴 때.

이곳을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못합니다라는 경고문을 보면서 일반구역으로 나갈 때.

여독을 풀기도 전에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서 그래도 지하철은 한국이지라고 생각할 때.


여행은 이중 어디쯤에서 시작하고 끝날까?


나에겐 어딘가에 가고 싶다고 마음먹은 순간이 여행의 시작이다.

끝은 여행을 추억하는 글을 끄적일 때다.


여행지가 랜드마크가 아닌 테마로 기억되는 순간들이 있다.

여행을 떠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내 여행역사가 쌓이고 카테고리가 생긴다.

국내여행, 유럽여행, 먹방여행, 사진여행, 홀로여행 그런 것들이 아닌 내 기준으로 여러 개의 여행이 묶이는 때가 온다.


여행 이후의 여행, 추억 여행.

나는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을 그렇게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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