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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Sep 18. 2017

여행 일정을 짜봅시다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여행 계획 짜는 방법


맛집 프로만큼이나 많은 게 여행 프로고, 누가 어딜 갔는데 좋았다고 그러고, 이제 슬슬 해외여행 한 번쯤 해보고 싶은데 사람들이 패키지는 남는게 없다니까 뭔가 가면 안될거 같고. 그런데 여행 계획을 짜려고 찾아보니 어디 가라, 뭐가 좋다, 가서 뭐해라. 그런 정보는 넘치는데 계획을 만드는 방법은 아무도 안 알려줌. 그래서 막막하고.




# 자~ 떠나자~ 해외로, 그런데 어떻게?


step1. 우선 기본에 충실하자

해외 나가면 유명한 길거리마다 한국인 몇 명은 게임NPC 수준으로 있다.

그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블로그, 카페에 정보 공유하고 한국 돌아와서 여행책을 쓴다.

한국어로 된 여행 정보는 그 어떤 언어로 만든 여행 정보의 총량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그 많은 정보 중 일단 기본은 가이드북이다.

내 경우엔 동네 도서관에 가서 가이드북을 살핀다.

제일 처음에 보는 가이드북은 일단 2가지, 저스트고 시리즈와 인조이 시리즈다.

내가 저스트고를 먼저 보는 이유는 습관이다.

책장에 시리즈별로 깔맞.....하는 재미도 있고 해서.

옛날부터 있던 책이라 첫 여행 때부터 봤고, 저스트고가 아니면 가이드북이 없는 나라들도 있다.

그래서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의 특징이 뭐다?

재미가 없다!

그런데 필요한 건 있다.

저스트고 시리즈는 좀 딱딱하지만 효율적이다.

너무는 말고 조금만 정독하면 그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것, 많이 가는 곳, 필수로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들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들어온다.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벼락치기로 알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스트고 시리즈 최고의 장점은 지도다.


step2. 복습

교과서 위주로 공부한 이후에 우린 뭘 해야 한다?

복습을 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두권의 책을 통해 필수정보와 부수적인 정보를 가려낸다. 

가이드북 2권 이상을 보면 공통으로 등장하는 도시와 장소가 있다.

보통은 어느 나라가 가고 싶다면 대표도시와 관광지 정도는 알고 있기 마련이다.

이탈리아에서 로마를 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로마 유명한 건 로마 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한적인 없는 사실이니까.

중요한 건 그다음부터.

"난 로마에 갈거야!

콜로세움도 볼거고, 바티칸도 갈거고, 스페인 광장 가서 계단에서 사진도 찍을 거야! 이거 다 영화에서 본 거야! 그런데 하루 정도 로마에서 더 있을 시간이 되는 것 같은데 어디 더 갈만한 데가 없나?"

가이드북에 있다.

콜로세움과 트레비 분수는 모든 가이드북에서 가장 중요하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로마 시내의 어떤 언덕이 야경을 보기 좋은 스팟인지, 근교에 어떤 도시가 있는지, 로마에 숨겨진 피라미드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건 옵션 같은 거다.

참고서마다 설명 방식과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가이드북을 2권 이상 보면서 조금 다른 방식의 설명을 보면 좋다.

인조이 시리즈의 경우 저스트고보다 조금 부드럽고 실용적인 설명이 있다.

다만 지도는 약도에 가까워서 길눈이 어둡다면 인조이의 지도만 봐서는 목적지에 가지 못할 수 있다.


step3. 업데이트

가이드북을 통해 대략적 정보와 지도로 주요 관광지 위치를 확인했다면 이제 정보의 버전을 확인할 차례다.

이때가 되면 네이버와 다음이 필요하다.

가이드북은 가이드라인을 잡는 용도, 자세한 건 인터넷 블로그와 브런치(전 브런치 작가니까요)를 본다.

각각의 포털에 이런 식으로 전형적인 단어로 검색을 해보자.

"미얀마 여행 1일차 / 미얀마 여행 첫날 / 미얀마 여행 일정, 루트, 코스."

여행 기간, 코스, 주요관광지를 일정에 맞춰 기본에 충실한 여행을 한 블로그들이 검색된다.

가이드북에 나온 일정에 맞춰 여행한 사람들이 이론을 실제에 적용한 결과를 볼 수 있다.

가이드북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가 시의성이다.

책은 느려....

개정판이라고 이름 달고 있어도 내용 변화 없는 경우가 많고, 2017년에 2012년 개정 이런 타이틀이 달린 가이드북들도 있다.

틀린 정보도 많다.

그래서 우린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및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 성수기에만 교대식을 한다고 해서 그냥 왔는데 같은 숙소의 사람들은 모두 보고 왔다는 말을 듣고, 들고 있던 가이드북을 찢어발겼던 기억이 난다.

뮤지컬 시간을 잘못 써놔서 시간 안 맞으니까 포기해야지 했는데 막상 극장 앞에 가니까 시작 시간 한참 남아서 티켓 사고 엄청 재밌게 본 기억도 있다.

가이드북은 실전에서 종종 쓰레기가 된다.


그럼 애초에 인터넷으로만 보면 되지 않냐고?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교과서 안 보고 문제만 풀다가 시험 보고 왕창 틀린다.

요즘은 가이드북 이상의 친절한 블로그도 많지만 블로그들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말을 쓴다.

단어가 어려운 게 아니고 내가 모르는 말을 한다.

그냥 TV 보다 '와 저기 되게 멋있다 저 나라 한번 가봐?'라는 마음으로 여행 계획을 잡기 시작한 당신이 사학과 교수가 아니라면 그 나라에 대해 모르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외국인이 서울에 경복궁, 창덕궁, 종묘가 있는지 없는지 알게 뭔가.

그런데 블로거는 그걸 다 알아보고 현장답사까지 마친 사람들이다.

"인레호수 보트투어하고 와이너리가서 노을 보니까 좋더라고요."

이 문장을 읽은 당신은 인레호수가 미얀마에 있는 건 아시고, 거기 와이너리가 선셋포인트고,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지 아시나요?

다 알아들으셨으면 그건 미얀마 가보신 분이거나 현지인이실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블로거는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

오늘은 여기 갔는데 듣던 대로 뭐가 되게 좋았어요.

듣던 거 없고 뭐가 뭔지 모른다.

그런데 교과서(가이드북)를 봤다면 그게 뭔지를 알아듣는다.

프랑스에 에펠탑만 있는 게 아니라 공원도 있고, 유명한 휴양지도 있고, 그 이름이 니스라는 걸 전부 알아듣기 시작한다.

영어 듣기평가에서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눈치로 답을 맞힐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 가이드북으로 만든 다음 세부 정보를 인터넷으로 얻는 거다.


또 블로그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건 사진이다.

나같이 폰카만 갖고 다니는 무성의한 여행자가 아닌 이상 블로거들은 카메라라는 걸 쓴다.

그것도 제법 좋은 카메라.

그래서 사진을 잘 찍어서 보여주는데, 사진은 글보다 좋은 자료다.

일단 그 사진으로 환상을 갖되 사진빨이란 걸 고려해서 헛된 희망은 갖지 말도록 하자.



# 알겠어, 하지만 난 귀찮아


이해한다.

나도 그렇다.

서점도 도서관도 가기 싫고 모든 정보를 공부하는 건 끔찍하다.

그래서 쓰는 편법들이 있다.

참고로 내가 여행계획을 짜는 방식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리즈의 이탈리아 친구와 가장 비슷하다.

멕시코 친구들보다는 덜 즉흥적이고 독일 친구들처럼 철두철미하진 못하다.

사전 조사를 통해 꼭 가고 싶은 곳은 정하고 나머지는 될 대로 되란 식이다.


1. 여행사 패키지 상품 일정표

모두투어, 하나투어 같은 대형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살펴보면 여행 일정이 있다.

여행사는 수년간 돈을 들여서 특정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토대로 만든 상품을 개발한다.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여행이 바로 패키지다.

그리고 그 계획을 홈페이지에 써둔다.

시간별로 상세하게 쓴 그 계획을 따라 하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경제의 중심을 따라가는 여행이 가능하다.

여행사 패키지 일정을 보면 국가별로 알맞은 여행 날짜가 며칠인지, 꼭 가야하는 도시가 어디인지, 제일 유명한 게 뭔지,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뭔지도 10분 안에 습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일정은 패키지에서만 가능한 일정이기도 하다.

여기에 본인의 취향과 상황을 넣어서 계획을 짜면된다.

패키지에선 시간이나 비용 때문에 빼는 관광지를 넣고, 쇼핑 일정을 빼면 그럴듯한 일정표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로마 패키지의 경우 콜로세움 앞까지만 가고 입장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사 패키지에 같은 날 쇼핑센터 방문이 있다면 쇼핑 시간을 빼고 콜로세움에 입장하는 시간을 계산하면 시간, 동선까지 맞는 계획표가 된다.

주로 세미패키지에서 자유일정인 날에 추천하는 장소들이 입장료가 비싸거나 시간이 많이 들어서 일반 패키지에선 잘 가지 않는 장소들이다.


2. 여행플래너 어플

반대로 패키지 이상으로 꼼꼼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행자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나 싶은 게 여행플래너 어플이다.

초등학교 때 방학마다 만들던 비현실적 ★방학생활계획표★같은 꼼꼼한 계획을 짜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코스를 볼 수 있고 소요시간, 비용 등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 제일 좋다.

희귀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엔 가이드북이나 블로그 보다 더 좋다.

난 엄마와의 여행을 위해 계획이 필요해서 올해 처음 써봤다.

결과는 좋았다.

혼행이라면 꼼꼼한 계획을 세우지 않지만 동행이 있는 여행에선 일정을 눈에 보이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나야 여행을 직접 계획하는 입장이라 머리에 뭔가 들어 있지만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면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가는지를 보고해야 한다.

엄마는 나한테 맘대로 하라 했지만 내가 얼마나 무계획한 인간인지 평생 지켜본 엄마라 나에게도 뭔가 계획이 있다는걸 보여줘야 했다.

친구와 간다고 해도 서로 의견을 조율하려면 일정이 필요하다.

특히 어플로 여행 계획을 짜면 구글 시트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일정을 만들고 수정하기가 쉽다.

그래서 여행 어플로 계획을 보이는 형태로 만들었더니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특히 지도로 동선을 정리해주는 기능은 내가 한 일은 아닌데도 부모님의 신뢰를 얻기 좋다.

친구들과 함께 계획을 짠다면 비용 계산이 편리하다.


내가 시험해본 어플은 3가지였다.

-스투비플래너 : 깔끔하고 알아보기 쉬운 여행 일정이 만들어진다. 디자인이나 어플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깔끔하고 실용적인 편이다. 하지만 아이폰 어플이 없어서 중간에 사용을 포기했다.

-볼로 : 상세한 계획을 짜기엔 좀 부족하다. 하지만 사진을 보기 제일 좋았고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 들어가서 좋았다. 블로그를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로 진화시킨 느낌이다.

-위시빈 : 제일 포멀한 계획을 짤 수 있는 어플이었다. 이용자가 많아서 정보의 양이 많다. 가이드북에도 없는 정보가 있어서 놀라기도 했고 맛집 정보를 얻기 제일 좋았다.



# 알아두면 한번쯤 써먹을 만한 것들

-요즘은 인터넷에 가이드북 내용이 제공된다. 다음은 인조이, 네이버는 저스트고 시리즈의 가이드북 내용이 그대로 제공한다. 

-내 경우엔 여행 전에 현대카드트래블라이브러리를 방문한다. 단순 가이드북이 아니라 문화, 예술에 걸친 다른 나라의 정보가 한 자리에 있어서 내 취향에 맞는 여행 정보 습득에 좋다. 오직 여행을 위한 공간에서 여행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단 사실 자체가 즐겁기도하다.

-페이스북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카드뉴스나 콘텐츠에 너무 속지 말자. 페이스북을 키운 건 팔할이 광고다. 오히려 거기 달린 댓글에서 욕하는 댓글이 있다면 거기에 더 주목하자. 속은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계획 짜기 싫고 무계획으로 다니는것도 싫은 모순적인 사람이라면 그냥 패키지 가자. 패키지 편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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