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사막은 처음이지?

카타르 도하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

by 사십리터
첫 사막이었다. 처음 본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여행에서 본 모든 놀라운 것들과는 전혀 다른 신비감이 사막에 있었다.


# 도하에 도착

유럽여행의 최고 문제점은 역시 긴 비행시간이다.

지루한 영화의 무삭제 감독판을 보는 기분이다.

가기 전에는 그나마 여행에 대한 기대로 참을만한데 돌아오는 길이 문제다.

여행이 끝났다는 우울함에 바닥난 체력이 더해져 고통스럽다.

그래서 이번엔 카타르 도하에서 스탑오버를 한다.

카타르 스탑오버의 목표는 '1. 휴식 2. 사막사파리' 두 가지다.

카타르의 밤풍경. 폰카의 한계와 렌즈에 달라붙은 습기 때문에 멀쩡한 사진이 없다.

카타르항공은 가성비 좋은 항공사 중 하나로 유명해서 많은 환승객이 찾는다.

그에 비해 카타르를 여행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변의 두바이만 해도 환승 여행지로 인기 있는데 도하 여행 후기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럴만한 게 도하엔 부르즈 칼리파 같은 랜드마크가 없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모두 환승을 많이 하지만 관광지로서 매력은 두바이 쪽이 훨씬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건 카타르항공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여행은 아니다.

도하 시티투어 코스인 전통시장 쑥와키프같은 곳은 전혀 가지 않았다.

호텔에서 쉬다 사막 사파리를 다녀오는 것이 일정의 전부였다.

왜냐하면, 50도에 육박하는 카타르의 여름은 여행에 부적절한 시기이기 때문!

그냥 사막체험을 해본단 사실에 의의를 둔다.

결정적으로 카타르항공에서 무료로 호텔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중이었다.


# 카타르에서 술은 안됩니다

끝장나게 피곤한 로마 시내 관광은 평소 비행기에서 잠들지 못하는 나를 한방에 재웠다.

그렇게 제정신이 아닌 가운데 눈코입 윤곽에 찰흙을 덧바른 듯이 퉁퉁 부은 얼굴로 도하에 도착했다.

원래 너무나 동양적인 얼굴형이라 이목구비가 흐려서 서양인들이 본다면 정말 평면으로 보였을 것 같다.

휴식이 급했지만 방해 요소가 너무 많다.

이탈리아에서 기념품으로 사 온 술이 문제다.

공항에서 산 와인과 이탈리아 남부의 특산물인 레몬첼로는 명백한 알콜이다.

누가 봐도 기념품이지만 이들의 종교관에서 술은 금지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도 술을 반입할 수 없다.

나는 보안 검색대 직원들에게 끌려가 공항 구석의 어딘가에서 술을 모두 내주어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찾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당황스럽긴했다.

공항 구석의 오피스에서 내가 가진 술이 모두 몇 병인지 등을 기재하고 나서야 일반구역으로 나올 수 있었다.

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르라 했다.

카타르에선 카타르의 법을 따라야 한다.

로마에서 사 온 내 술은 카타르 공항에서 불법체류 신세가 되었다.


*소소한 정보*
카타르는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주류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알콜 또는 돼지고기 등의 금지품을 소지하고 있다면 공항 검색대에서 걸릴 것이다. 물론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로 환승 비행편을 이용한다면 상관없고, 카타르 관광을 하는 경우가 문제다. 스탑오버로 카타르를 관광할 사람들은 공항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한 뒤 소지한 주류를 맡기고 다시 출국할 때 찾아가면 된다.
수하물을 카타르에서 찾지 않고 인천으로 바로 보낼지를 출발지에서 물어볼 텐데 그때 인천공항에서 찾는다고 말했고 현재 술이 없는 사람도 상관없다.
나처럼 알콜을 가지고 카타르에 입국하는 경우가 문제다.
공항에서 술을 찾아야 하는 경우, 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하자. 술은 면세구역에 있는 사무실에서 찾아야 하는데 직원들이 몇 시간씩 없기도 하다. 주변에 있는 직원에게 물으니 15분 후에 열리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1시간 15분이 지나도 사무실은 열리지 않았다. 특히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편은 새벽 시간이니 시간 없어서 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 외화와 술을 낭비해선 안된다.



# 공항에서 환전하기

도하에 도착한 건 현지시각으로 5시 정도인 새벽.

환승객이 많아서 면세구역은 복잡하지만 정작 밖은 한가하다.

캐리어를 들고 다니니 공항 직원들이 택시를 탈 거냐고 먼저 묻는다.

택시 대신 환전소가 어디인지를 물어 찾아가는 동안 다른 직원이 택시를 찾느냐고 또 묻는다.

외국인 인력이 넘치는 카타르답게 공항엔 승객보다 직원이 많이 보인다.

ATM에서 바로 뽑는 쪽이 더 쉬웠겠지만 달러가 있어서 직접 환전을 선택했다.

동남아에선 달러만 주면 알아서 해주던 환전인데 여기선 환전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

한국 내 주소까지 요청한다.

물론 나의 한국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쪽지에 영어로 주소를 적어줘야 했다.

드디어 생긴 돈을 들고 공항 안 가게에 들어갔다.

물을 사려는 순간 내가 산유국에 왔음이 실감 났다.

1리터 에비앙 한 병이 한국 돈으로 4천원 가까이한다.

내가 한국에서 먹던 2리터 생수가 한병에 5백원이 안 되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 사막의 날씨란 상상초월

긴 공항 체류 끝에 드디어 밖에 나올 수 있었다.

문이 열리고 공항을 나서는 순간 생각했다.

'아, 들어가고 싶어...'

건물 안은 서늘한 기분이 들 정도로 시원하지만 카타르의 정체는 사막이다.

꾸덕거리는 습기가 꽃다발 포장지처럼 온몸을 휘감는다.

사막 : 연중 강수량이 적은 데 비해 증발량이 많아 초목이 거의 자랄 수 없는 불모의 토지

간략하게 이런 의미지만 사막을 검색하면 더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쏟아진다.

한마디로 많이 덥고 습하다.

사막하면 습도 0%를 상상하겠지만 습한 사막도 있다.

바로 카타르다.

습도가 무슨 차이를 주는가?

쉽게 말해 습도가 없는 사막에선 타죽고, 습도가 높은 사막에선 쪄죽는다.

여름의 카타르는 크로커다일의 악마의 열매 능력을 빌리고 싶을 만큼 습하다.

공항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건조한 비행기에서 갈라져 가던 온몸에 습기가 쩌억하고 달라붙는다.

왜 이렇게 직원들이 택시 탈 거냐고 묻나 싶었는데 택시까지 최단거리인 출구를 안내해주기 위해서였나보다.


# 택시, 그리고 카타르의 첫인상

카타르의 택시 사기 후기도 몇 번 들었는데 모두 옛말인듯하다.

택시기사는 직원에게 목적지를 보고 후 미터기를 켜고 출발한다.

올라가는 미터기를 보기 괴로워 대신 밖을 봤다.

카타르 시내에 가까워지자 점차 해가 뜨면서 썬크림 바르지 않은 피부에 열기가 파고든다.

가는 길엔 사막에 잔디를 심은 기이함, 그 잔디에 물을 주는 노동자의 노고를 보게 된다.

호텔에 도착했더니 직원들이 재빠르게 나타나 우리 짐을 들고 간다.

함께 나르려 했더니 그럴 필요 없다고 절레절레다.

너무나 부유한 국가라 값싼 외국인 노동자가 워낙 많으니 호텔 같은 곳의 서비스는 확실하다.

이것만 봐도 카타르 자국민들의 생활이 상상된다.

캐리어 3개를 벨보이에게 팁을 줬더니 필요하면 언제나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우리는 세수할 틈도 없이 쓰러졌다.

전형적인 5성급 호텔. 물론 카타르항공에서 제공한 시설이다.

우리가 머문 호텔은 메리어트 시티센터였다.

대형쇼핑몰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편했다.

쇼핑몰은 진짜 크다.

안에 까르푸와 스케이트장까지 있을 정도로 크다.

온갖 글로벌 브랜드 속을 돌아다니던 중 콜드스톤께서 기적과도 같이 강림해주셨다.

한국에서 철수할 땐 눈물을 흘렸던 브랜드였기에 감격하며 사 먹었다.

이탈리아에서 매일 젤라또를 먹었지만 결국 고향의 맛은 카타르 콜드스톤에서 느꼈다.

호텔과 연결 된 쇼핑몰의 일부. 콜드스톤이 있어서 I love you...


# 대망의 사막사파리

가끔 사막을 질주하는 투어가 방송에 등장한다.

카타르에서도 할 수 있다!

사막사파리라고 하는 이 프로그램은 딱히 할 일 없는 도하에서 꼭 해야할 프로그램이다.

투어를 예약한 2시가 거의 되어서 픽업 차량이 호텔로 도착했다.

카타르항공 공홈을 통해 투어 예약을 했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호텔에 묵는 뉴질랜드 커플까지 총 5명이 함께 떠났다.

가는 길에 말로만 듣던 가스가 활활 타는 장면도 보고 중동다운 건물도 봤다.

사막 입구에 도착하고 바퀴를 사막에서 달릴 수 있도록 바람을 빼는 동안 우리에겐 낙타를 탈 시간이 생겼다.

화장실도 있었는데 불도 켜지지 않는 화장실 안에는 화기가 가득하다.

동물을 이용한 관광수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채찍질당하는 낙타는 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뉴질랜드 커플과 동생만 낙타를 타고 짧게 한바퀴를 돌아왔다.

물론 무료서비스가 아니고 따로 돈을 받는다.

사막에 낙타가 있으니 현실감이 흘러넘친다.

사막 입구에 대강 지은 시설들 때문에 첫인상은 좀 지저분했다

모두 "Thank you camel!"을 외치고 다시 차에 타서 사막으로 돌격했다.

아, 정말 재밌었다.

생각만큼의 스릴은 아니지만 놀이기구를 못 타는 나에게 적당한 레벨이었다.

솔직히 방송에서 보여주는 비명이 나올 정도의 속도감은 아니다.

평범한 속도로 진행하다 한 번씩 아찔한 순간이 있긴 하다.

한참 모래 위를 달리다 잠깐 내려 사진을 찍을 시간을 준다.

하지만 사막에서 긴 촬영은 불가능했다.

사진 한두 번 찍으면 호흡에 더위가 엉겨 붙는다.

아쉬운 대로 모래를 만져본다.

사막을 지나간 것들의 흔적

앞으로 피부에 모래 같은 피부란 말은 금지.

사막 모래는 내 피부보다 훨씬 부드럽다.

너무 미세해서 건축용으로도 쓰지 못하고, 모래 거르는 기술을 가진 도요타의 차량만 사막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좀 더 달려 사막사파리의 하이라이트인 바다 앞으로 왔다.

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장소다.

사막 끝에 나타난 바다의 온도는 미지근하다. 전통 복장을 한 운전기사 덕에 현실감이란것이 폭발한다.

말로만 듣던 사막 끝에 바다가 있는 진귀한 풍경을 보았다.

사막이란 내가 아는 세상과 다른 생각이 많아지는 곳이다.

이토록 신비한 풍경 속에서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한 이번 여행이 끝났다.

사막과 여행의 공통점. 그곳에 있어도 현실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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