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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Sep 21. 2017

돗자리 들고 떠난 제주도

돗자리 펴고 멍 때리기 좋은 제주

한국인에게 제주는 좀 특이한 여행지다. 첫 방문이 아닌 이상 필수 관광지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이 취향에 따라 여행한다. 제주 여행 계획을 보면 성향이나 성격이 보인다. 내 경우는 여유롭고 싶은 게으른 여행자다. 그런 내가 이번엔 좀 더 효율적으로 게으르기 위해 돗자리를 들고 제주로 떠났다. 늦잠 자다 일어나 돗자리 들고 제주 어느 구석 풀밭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은 다이소 3천원짜리 돗자리였다. 돗자리 깔고, 배 깔고 있기 좋았던 제주의 스팟들을 소개한다.



1. 종달리 전망대

전망대 아래 쪽에 작은 주차장도 있다

제주 동쪽 해안을 지나면 뜬금없이 배 한 척이 보인다.

사공이 많았는지 언덕 위에 올라가 있는 배의 정체는 전망대다.

종달리 전망대는 주변에 건물이 없고 다소 외진 바닷가라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기 좋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동시에 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무료 망원경에는 우도 서빈백사에서 뛰어가는 사람과 성산일출봉에 오르는 사람들이 담긴다.

아주 좁은 공간이지만 그만큼 관광객이 적어서 사색에 빠지기 좋다.

망원경으로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보고 있으면 망망대해에서 표류당해 갑판 위에서 망원경으로 지나가는 배를 보며 구조를 기다리는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6~7월에 간다면 종달리 수국길과 함께 둘러보면 더 좋다.

왼쪽은 우도 오른쪽은 성산일출봉


2. 함덕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 옆엔 캠핑 중인 사람들도 있다

함덕 해수욕장은 색이 예쁘기로 유명하다.

지구 반대편에나 있을법한 에메랄드 빛 바다가 한여름에도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사람이 많지만 서우봉과 바다가 함께 만들어내는 경치 덕에 답답한 느낌은 없다.

모래사장 옆으로 잔디공원도 있어서 모래와 잔디 사이에서 번갈아 놀면 지루하지도 않다.

일광욕을 좋아한다면 돗자리를 펼치고 드러누워 동남아에 온 기분을 느껴도 좋다

혹시라도 무료해지면 스노클링 같은 수상레저를 즐겨도 좋다.

해수욕장 개장 시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3. 한라도서관

자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한라도서관

여행 중이라고 도서관에 가지 못할 이유가 있나?

북카페도 가는데 도서관이라고 못 갈 이유는 없다!

한라도서관은 제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넓은 잔디밭과 탁 트인 풍경을 가지고 있다.

제주 시민이 아니면 책을 대여할 수는 없겠지만 잠시 들리는 건 가능하다.

제주에서 제일 큰 도서관인 한라도서관의 자료실엔 제주와 관련된 서적만 모아둔 코너도 있다.

제주신화집을 들면 그리스로마신화와는 다른 새로운 판타지에 빠져들고, 제주 지명사전을 펼치면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지명의 비밀이 풀린다.

오랜만에 하는 독서에 머리가 아플 쯤엔 잔디밭으로 나와서 햇빛을 봐도 좋고 매점에서 3,8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해도 좋다.

나무와 잔디가 있어서 좋지만 그만큼 모기도 있는게 문제


4. 서건도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가는 서건도

제주어로 '썩은 섬'이란다.

이름은 좀 험상궂지만 특별한 섬이다.

일명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바다갈라짐 현상이 서건도에서 나타난다. 

서건도는 올레꾼들이 좋아하는 길이라는 올레 7코스에 속하기도 한다.

물때를 확인하고 가면 걸어서 서건도로 들어갈 수 있다.

가는 길은 바위와 자갈로 되어 있어서 편한 신발이 필요하다.

산책로가 있어서 섬을 돌아보면서 벤치에서 쉬어가기 좋다.

아주 작은 섬이지만 나무가 우거져서 그늘도 있고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도 있다.

섬에 들어오는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내 섬이 하나 생긴 기분으로 잠시 쉬어가기 좋다.

섬 안의 산책로를 따라가면 판타지 세계에 들어가거나 무인도에 갇힌 느낌이 든다


5. 제지기오름

정상엔 망원경과 벤치가 있다

제주에 왔으니 오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데 등산은 싫은 나 같은 사람에게 딱 좋다. 

대단히 멋진 오름은 아니지만 오르기가 쉽고, 서귀포 시내와 접근성이 좋다. 

올라가면 서귀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구석에 있는 망원경으로 바다도 볼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 관리가 잘 되는 편은 아니다.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는데 잡초가 무성해서 주변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정상에 있으면 사람들이 가끔씩 나타나는데 크게 볼거리는 없어서 대부분 5분 이내로 훑어보고 다시 내려간다. 그늘에 돗자리를 펼치고 한가한 피크닉을 즐기기 좋다. 

다만 벌레는 좀 많고 올라가는 길에 뱀도 한 마리 봤으니 긴바지를 추천한다. 

서귀포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6. 가파도

걸어도 좋고 자전거로 달려도 좋은 가파도의 해안도로

배를 기다릴 때 만난 가파도 주민 할머니는 "볼 거 없다, 그냥 섬이다."라고 하셨지만 난 가파도에서 바빴다.

자전거도 타고 경치도 봐야 했다.

가파도는 세계에서 자전거 타기 제일 좋은 섬이다(매우 주관적).

경사가 거의 없어서 나 같은 초보도 무리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워낙 작은 섬이라 20분 정도면 자전거로 섬 한 바퀴를 돈다.  

배가 도착해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빌려 출발하는 10분~20분 정도만 복잡하고, 각자 흩어지면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한가하다(청보리 축제 기간은 제외).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섬 곳곳에 있는 정자나 바다 근처에 드러누워 있기 좋다.

원래는 마라도와 함께 모슬포항에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운진항에서 출발하는 배로 바뀌었으니 항구를 착각하지 말자.

배를 타야 드나드는 가파도에서 자전거를 빌릴 땐 보증이 필요없다


7.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

이니스프리하우스의 마당

오설록 녹차 밭은 제주다운 자연을 잘 살린 멋진 공간이다. 

등산 같은 특별한 노력 없이 푸릇푸릇한 풍경 속에서 쉬거나 인생샷 남기기가 모두 가능하다. 

무엇보다 오설록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롤이 맛있다. 

서울에도 매장이 있지만 녹차밭 한가운데서 먹을 때랑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유일한 단점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나 수학여행 온 학생들 무리에 섞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오설록보다는 비교적 사람이 적은 바로 옆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에 간다. 

통유리 건물이라 바로 앞의 녹차 밭이 보며 브런치나 디저트를 즐기기 좋다.

비 오는 날엔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에 먹은 당근 머핀은 기대 이상이었다.

통유리 창가에 앉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지 관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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