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하면서 가장 서러웠던 날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 남의 눈치 안 보는 생활이 편했으니까. 하지만 처음으로 서러워진 날이, 누군가의 잔소리가 그리운 날이 찾아왔다.
컨디션 최악.
눈을 뜨자마자 욕이 나왔는데 글로 옮길 수 없는 종류였다.
단단히 체했는지 기운이 안 든다.
예상되는 원인은 너무 많다.
어제 점심에 배에서 방치되었던 밥 한 그릇을 먹었고, 배가 고파서 저녁엔 혼자 요리 세 개를 먹었고, 그 뒤에는 맥주를 마시고, 얇은 민소매 원피스만 입고 조금 쌀쌀한 밤거리를 걷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죄가 너무 많아서 욕은 접어 두고 자가검진을 했다.
오늘은 후에로 가는 4시간짜리 슬리핑버스를 타야 한다.
흔들리는 버스를 생각하고 곧장 화장실로 가서 모두 게워냈다.
평소에 잘 체하는 체질이라 잘 토하면 잘 회복하는데 오늘은 다르다.
두 번을 게워 내고도 속이 불편하다.
내가 이러려고 어제 소원등에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빌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
결국 체크아웃을 하며 택시를 부탁했다.
슬리핑버스가 출발하는 신투어리스트 사무실까지 걸어가기 위해 일찍 일어났으나 모두 허사였다.
약을 털어 넣고 화초처럼 택시에 몸을 맡겼다.
얼얼한 몸 상태로 신투어리스트 사무실에 도착했다.
버스는 정시보다 늦게 도착했다.
상태가 안 좋으니 버스도 안 좋게 느껴진다.
처음 보는 모습의 버스가 신기해 보일 타이밍인데 감흥이 없다.
빼곡한 의자가 답답하다.
자리를 찾자마자 그냥 잤다.
여행객들은 모두 조용했고 기사들만 목소리가 높다.
선잠이 들고 깨고를 반복한 지 4시간이 좀 안돼서 후에에 도착했다.
후에는 비가 온다.
비 온다.
비가 많이 온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아픈 몸에 묵직한 비의 무게까지 더해진다.
버스가 도착한 곳에서 밴으로 신투어 사무실까지 이동해야 한다.
늦게 내려서 첫 번째 셔틀을 못 탔다.
기사들이 나와 어떤 여자 한 명만 남아 있는 걸 보더니 다시 버스에 태운다.
셔틀이 돌아오는 주차장까지 비를 맞지 않게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슬리핑버스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 때문에 신발을 신은 우리는 버스 입구에 서 있었다.
버스는 우리를 대롱대롱 매달고 주차장까지 갔다.
다음 차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문 열린 버스 안에 우뚝 서 있었다.
비가 내려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계단 한 칸 정도의 공간에서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냉기가 느껴질 때쯤 차가 와서 우리를 사무실로 데려갔다.
먼저 도착한 짐을 찾아 호텔로 갔다.
오늘 몸이 이럴 줄 알았으면 좋은 호텔을 예약했을 텐데 하필 최악의 호텔을 만났다.
제일 싼 도미토리 중 하나였기에 냉기가 느껴지는 2층 침대에 짐을 풀어야 했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다.
몸 상태와 날씨가 더블로 안 좋아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온전히 빈 속에 뭔가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나왔다.
로컬 음식이 너무 먹고 싶지만 익숙한 음식이 필요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한식당을 찾았다.
배는 고프지 않았고 죽 한 그릇이 있길 바라며 메뉴판을 봤다.
제일 무난해 보이는 김치찌개를 주문했으나 반도 못 먹고 나왔다.
터덜터덜 호스텔로 가는 길에 마사지샵이 보인다.
충동적으로 들어가 한 시간 짜리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남자 마사지사인데 베트남에서 볼 수 없는 아픈 마사지였다.
비명을 참아가며 마사지를 받았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몸이 좀 가볍다.
내일 일정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 중이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다.
돌아가는 길에 한국마트가 보인다.
혹시 도움 될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 들어갔다.
구석에 먼지 쌓인 통조림 죽이 있다.
한국에서는 먹지 않았을 야채죽을 집어 들자 안심이 된다.
남들 모르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다.
혼자 여행을 다니며 처음으로 외로워 본 날이다.
제발 내일은 혼자여도 괜찮은 날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