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나 고민하기도 하고, 나는 조직생활에 잘 안 맞는 스타일인가 성향을 들추어 보기도 하지만 종국에는 나의 부적응에 일조하는 대상을 미워하게도 됩니다. 어떤 커뮤니티 또는 회사에서든 이런 경험들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곳은 그래도 꿋꿋이 참으며 버틴결과 내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곳은 내 인생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의 시간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유치원에,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엄청 힘들어합니다. 안 가겠다고 울거나 떼를 쓰기도 하고 아프다는 핑계를 대면서 상황을 우선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면 그 수준을 넘어서 잦은 친구들과의 트러블,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문제 행동 등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난감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슬슬... 엄마에게로 화살이 돌아오게 됩니다.
수단과 방법은 엄마가 잘 생각해서...?
아무 문제없는 아이로 학교에 보내줬으면 하는... 그런 뉘앙스로 말이죠.
그 과정에서 아이뿐만 아니라 선생님 눈치, 다른 학부모들 눈치를 조금씩 보게 되고 엄마도 점점 위축되게 됩니다. 그렇게 위축된 상태에서는 뭐가 문제인지 'Fact'를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내 아이가 무슨 문제냐며~ 부정 해버 리거나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워 이렇게 된 것 같아 자괴감에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치원에, 그리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게 내 아이에게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아이의 문제들을 빠른 시간 안에 고쳐보고자 한약, 상담센터, 정신과 치료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해보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계획한 대로 쉽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명한 이치이지요. 아이들의 기질이 다르고, 성향이 다른데 짜 맞춰진 틀에 누구나 잘 들어가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엄마는 서서히 지쳐가고, 교육기관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마치 인생의 실패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남들 다~ 잘 다니는 학교를, 너는 왜??'라는 마음으로요.
나 자신이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나 스스로 잘못된 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보면 됩니다. 아니면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힘들면, 난 조직에 안 맞는구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내 성향을 고려한 다른 일을 해보는 노력을 해보겠지요.
그러나 아이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스스로 문제 상황을 인지하기도 힘들뿐더러 엄마나 교사로부터 받는 부정적인 피드백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아이 마음속에는 불편하고 속상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삐딱한 마음이 똬리를 틀기도 합니다. 엄마 또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힘든지 가늠할 수 없기도 할뿐더러 교육기관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상황 자체로 이미 엄마는 멘붕에 빠져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문제가 되는 상황에 처한 건 아이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그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라고 떼어주기도 참 난감합니다. 엄마는 당사자가 아니라 상황을 다 이해할 수 없고,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문제의 중심에 있지만 오롯이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힘든, 구조적인 아이러니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비롯된 환경인 유치원이나 학교의 교사가 그 역할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교사가 일일이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이 아이들은 교사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간혹 그렇지 않은 교사를 만나기도 하겠지요.
자... 그러면 여기서~~~ 생각을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요??
교육기관 내지는 어딘가에 적응을 잘하지 못한다는 게 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반대로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다른 사람들이 이유라며 들먹이는 것처럼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지고, ADHD이고, 자폐라서가 아니라 내 아이가 하루를 보내야 하는 교육환경의 문제일수도 있다고요.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경우 교사의 폭행, 폭언, 방치 등 어른들로부터 문제가 비롯되는 경우들도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나이로만 재단하듯 잘라서 모아놓은 다양한 아이들이 모두 다 똑같은 커리큘럼에 적응을 잘한다는 게 더 이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단순히 사회성, 배려심, 참을성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내 아이의 사회적 나이가 조금 달라서일 수도 있고, 내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충분히 끌기에는 수업이 재미없을 수도 있고, 내 아이가 조금은 부산스럽지만 흥미 있고 좋아하는 것은 충분히 집중력이 있는데... 하며 생각을 하다 보면 '재미있으면 모래를 파서 지구 중심까지도 닿을 수 있는 아이인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내 아이가 조금씩 짠해지기 시작합니다.'네가.. 학교에서 얼마나 애쓰니..' 하는 마음으로요. 엄마인 나부터도 아이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않는데, 그 누가 우리 아이를 이해해 주겠나 싶어 지지요. <준규네 홈스쿨> 책은 학교에 부적응 하는 준규에 대한 저의 시선을 바꿔야만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답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그 교육환경을 한순간에 뜯어고칠 수는 없겠지요. 여전히 교육 선진국에서도 교육에 대한 이슈는 늘 고민거리고 우리나라 교육이 갈 길도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게 다 받아주면... 아이가 나중에 재미없거나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면 어쩌려고요?"라며 우려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나에겐 아무 챌린지도 없고, 관둘 수는 없으니 다녀야 하는 회사를 꾸역꾸역 참으며 다녀야 할 때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요. 결국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연습을 하라는 것밖에 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적응을 잘 못한다는 것이... 새로운 다른 환경에 대한 도전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적응을 잘 못한다는 것이... 답습하던 기존 체계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고
부적응이라는 것이 사회에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죠. 나만의 길을 찾아~~
부디 어딘가에서...
선생님에게 불려 가고, 타 학부모들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 내 아이가 평균에서 튀지 않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며 단속하기 바쁜 엄마였다면...
부적응이 실패라는 시선을 한 번쯤 바꿔, 어쩌면 내 아이 인생에서 남들과 다른 길을 개척할 수 있는 1%의 기회가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