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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Sep 21. 2020

학교가 지옥 같다는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6


홈스쿨링을 결정하기까지


어떤 날은 머릿속으로 홈스쿨링을 상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동분서주하며 사람들을 만나거나 대안이 될 만한 교육기관(학원, 대안학교)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도 캐나다, 호주, 유럽 등 해외의 교육제도에 대한 자료를 모으며 학교를 그만둘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바쁜 날들을 보냈다.


이 시기에 존 테일러 개토의 《수상한 학교》(민들레, 2015)라는 책을 통해 근대 산업화 이후 학교가 세워지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다. 늘 다름을 추구하는 준규에게, 학교라는 곳은 참 견디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직도 현직에 계시는 내 초등학교 은사님은 꼭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생각의 틀에 갇히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대학 은사님도 자신의 소중한 경험들을 이야기해주시면서 보다 넓은 시각에서 아이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셨다.


은사님들과 다양한 지인들을 만나면서 학교를 다니고 다니지 않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교육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그렇게 조금씩 학교 밖 배움터에 대해 가까워지며 마음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다만 정보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대안교육을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단체들이 기존의 공교육을 너무나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사실 나는 공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그저 내 아이에게 앎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수단을 찾고 있었을 뿐이었다.


2년여의 고민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만한 교육적 대안을 찾지 못했다. 솔직히 홈스쿨링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 교육을 전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의 무게가 컸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혹시 아이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관심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내 스스로 너무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아이에게까지 전가시킬까봐 아이와 같이 의논해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1년간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솔직하게 그동안의 고민과 과정들을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학교를 한 달만 쉬어보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의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조만간 집이 학교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항상 나를 채찍질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한 학기 과정으로 운영하는 Tesol(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이다.)이었다. 영어 교수법을 배우면서 나는 영어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만약을 위해 뭐라도 배우면서 이 힘겨운 고민 속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했다.


학기가 끝나면서 미국 현지 초등학교에서 2주간 실습할 수 있는 해외 인턴십 과정도 참여하게 되었다. 여전히 머릿속으로는 준규의 홈스쿨링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이와 떨어져 미국에서 지낸 한 달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인턴십을 하는 동안 한 가지에만 몰두하면 되는 것이, 아줌마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육아와 살림, 게스트하우스 운영, 커피 관련 일 등 늘 여러 가지를 해오던 나에게 밥 먹고 공부만 하는 일은 휴식이나 다름없었다. 온전히 나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우리 집 상황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볼 여유도 생겼다. 이 여유는 내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주었다. 그런데 결혼 후 10년 만에 찾아온 꿈같은 휴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마주한 것은 지옥 같은 학교를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학교가 지옥 같다는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3학년 1학기를 끝마쳐갈 때쯤 아이의 상태는 날이 잔뜩 서서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렇게 더 두다가는 아이의 밝은 모습을 다시는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학교로 가는 매일 아침이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난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버틸 만큼 버티다 결국 홈스쿨링을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 와 생각하면 홈스쿨링을 결정하기까지 고민하던 2년의 시간 동안 내게 필요했던 것은 다른 교육환경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진정으로 내게 필요했던 것은 나를 넘어설 수 있는 용기였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살아왔던 방식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질 수 있는 그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시간 동안 아이는 학교에서 점점 지쳐갔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3학년 중반 학교를 나오기까지 그 2년 반의 시간 동안 나는 학교를 관두게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단 하루도 놓지 못했다.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그 고민들이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처럼 늘 가득했다. 그렇다고 주위의 학부모들을 붙잡고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자칫 잘못 이야기했다간 내 아이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관한 고민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한두 번이면 족했다. 아이의 학교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남편은 나의 이런 고민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세탁기에서 다 돌아간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다. 적막함이 느껴지는 고요한 밤, 갑자기 내 심장에 기이한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 들면서 손동작이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느껴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빨래를 널고 있는 내 손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뭔가 진정되지 않는 이상한 느낌이 점점 커지면서 그 기분 나쁜 상황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얼른 이불 속에 누워 휴대폰을 켰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볼 수 있는 동영상을 켜놓고 스스로 손을 주무르고 심호흡을 하며 안정을 되찾으려고 애썼다. 이후에도 가끔씩 그런 이상한 증상이 나타날 때면 음식을 찾아 먹어본다든가, 드라마를 틀어놓고 정신을 딴 데로 돌려보려고 애써야 했다. 나중에 한참이 지나고 이러한 증상들이 공황장애의 일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스트레스를 느꼈던 것 같다. 엄마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었기에 오롯이 그 무게를 감당해야만 했다. 그렇게 2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나 자신만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남들이 생각하듯 나는 교육에 대한 거창한 이념이 있는 부모도 아니었고, 사회 문제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남들이 한다고 자기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 덕분에,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를 위해 사는 방식에 눈뜨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이로 인해, 우리 가족은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며 살면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학교를 나오기 위한 절차----------------------

의무 교육인 초등학교를 그만두는 경우 공립초등학교와 사립초등학교에는 차이가 있다. 준규는 사립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나오기 위해서는 자퇴서 를 써야 했다. 보통은 해외 이주 또는 타 초등학교로 옮길 경우 자퇴서를 쓰게 된다. 

반면 공립초등학교는 자퇴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교육 과정이 의무 교육이라 자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보통은 학교 측과 사전에 상의하고 3개월 이상 장기 결석을 하게 될 경우 정원외관리대상자로 분류되는 과정을 밟는다.


만일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다면 시험 접수 시 정원외관리증명서를 출신 초등 학교에서 발급받아 첨부하면 검정고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다. 검정고시는 시행 전년도 기준 만 11세 이상의 나이 자격 조건, 초등교육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제29조에 의하여 학적이 정원 외로 관리된 경 우 초등 졸업 학력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후 검정고시 합 격증 사본을 제출하여 ‘의무 취학 면제 신청’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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