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7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홈(Home)스쿨링
홈스쿨링 결정 후, 학교 대신 집에 있기 시작한 첫 일주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전에도 사정이 있거나 아파서 학교를 빠진 경우가 있었지만, ‘홈스쿨링’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그것과 조금 달랐다.
엄청 신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조금 얼떨떨하고 혼란스럽고 불안해 보였다. 본인이 그토록 원해서 내린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의 무게를 직감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학교를 2년 반이나 다녔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친구들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나도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으며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아이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뒤엉켜 있었다.
‘홈스쿨링을 하면 언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일주일을 쉬고 시작하나? 아니면 조금 더 충분히 쉬도록 해야 하나? 그러다 홈스쿨링이 이렇게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그럼 한 달을 쉬고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공부는 왜 하는 거라고 이야기하지?’
큰 결정을 이행하자 이런 세부적인 사항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구조화해야 할지 당황스럽고 막막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온갖 계획들을 세웠다 허물기를 반복하며 일주일이 흘렀다. 내색하지 않고, 아이의 하루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실컷 늦잠을 자거나 일어나지 않은 채로 이불 속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종이접기도 하고,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불안감과 조바심이 마음속에 똬리를 틀려고 했지만, 왠지 급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세부적인 계획들을 고민해보고, 인터넷으로 홈스쿨링에 관한 정보들을 찾으며 일주일을 보냈을 즈음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홈스쿨링하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고맙다 아들아!’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기다리길 잘했구나 싶었다. 그렇게 물어준 아이가 정말 고마웠다.
엄마: 사실 엄마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 중이었어. 너는 홈스쿨링 계획을 언제쯤 짜는 게 좋을 것 같아?
준규: 음, 마음 같아서는 한 달쯤 놀고 그 이후부터 짜면 좋겠지만 그러면 제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요. 너무 빈둥빈둥 노는 것 같잖아요. 한 일주일 후쯤이 적당하지 않을까요?
나는 내 조바심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고, 나만 걱정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고작 일주일 만에 끝났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아니 반 년이 걸릴 수도 있었을 그 침묵의 시간을, 내가 의연하게 견딜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너도 걱정하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내 속도와 아이의 속도가 조금 다를 뿐이고, 앞으로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이 스스로도 책임의 무게를 실감하는구나 싶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고 걱정이 덜어졌다. 또한 앞으로는 혼자 고민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날 저녁 아이 아빠, 나 그리고 준규는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시작했다. 처음에 남편은 그러한 상황을 어색해하고,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엄마인 내가 알아서 해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경험했던 부모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있었다. 부모가 함께 홈스쿨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엄마 혼자 교육에 대한 부담감을 감당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버겁고 힘들다는 것이었다.
우선 1년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준규 스스로 1년간 배워보고, 공부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자고 했다. 또한, 남편과 나도 준규가 1년 동안 어떤 것을 공부하고 활동해보면 좋을지 리스트를 적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겹치는 것들을 확인하고, 항목들을 만들어나갔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혼자 공부해보기로 하고, 엄마 아빠가 도와줄 수 없는 항목들에 대해서는 학원이나 도움 줄 수 있는 선생님을 알아보기로 했다.
<준규네 홈스쿨> 책에는 1년차, 2년차, 3년차 계획표들이 수록되어 있다.
학습 계획을 보면, 1년차 때는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의욕도 앞서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3년차 때는 공부의 비중보다 다른 것들(장사나 운동,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계획 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 보인다. 나는 단순한 학습 계획에서 삶의 계획으로 바뀌어가는 양상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에게 맞는 효율적인 공부 방법, 공부 시간 등을 수도 없이 바꾸면서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홈스쿨링을 초등 6년 내내 했던 한 어머니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긴 시간 동안 완벽한 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늘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의논하고, 또 새로 계획하는 시행착오를 6년 내내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과정들이 가족에게는 의미 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참 많은 힘이 되었다. 100년이 넘게 시행착오를 거쳐 정립된 공교육의 교과 과정도 그 시대의 아이들 수준을 다시 반영해야 하는 것처럼, 나도 내 아이의 상태와 수준을 끊임없이 살펴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첫 홈스쿨링, 학습량 채우기에 급급하지 말자!--------
홈스쿨링을 처음 시작하면 조급한 마음에 실수하기 쉽다. 나도 그랬다. 특히 학습 계획을 무리하게 짜거나 불안감 때문에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다.
학교를 관두고 막연한 불안감에 ○○펜과 같은 학습 보조 교재를 성급히 신청했다가 학습지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위약금을 물고 환불 절차를 밟아야 했던 적도 있다. 어떤 친구들에게는 학습 보조 도구로 유익할 수 있었을 테지만, 준규에게는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속도로 많은 과목의 수업을 들어야 했던 것이 취소 이유였다. 아이는 본인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과목을 듣는 것을 매우 지루해했다. 결국 부모의 많은 노력 없이 아이 혼자 자기 주도 학습을 해보게 하려는 내 얄팍한 계획은 재정적으로 큰 손해를 보며 마무리되었다. 왠지 모를 조급함에 아이 공부부터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성급함이 그런 결과를 초래했던 것 같다.
홈스쿨링 초기에는 학습량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아이가 학습에 대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아이의 학습 성향이나 패턴을 파악하고, 흥미 있어 하는 분야나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초등학교 자격 기준 검정고시 공부는 교육방송을 보고 준비하는 경우,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대부분의 유경험자들이 말한다. 그 정도의 시간이 든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아이의 개인적인 관심사나 성향에 따라 생활 및 공부 계획을 짜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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