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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Oct 05. 2020

공부가 게임의 조건이되어서는 안 된다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8


미안해, 엄마가 큰 실수를 했어


홈스쿨링 시작 후 처음 1년 동안 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정해진 학습량에 대해 모른 척 넘어가주었다. 그러다보니 수학 공부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즈음 아이는 스마트폰도 없고 컴퓨터 게임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온라인 게임에 목말라했는데, 친구를 통해 우연히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해보고는 신세계를 만난 듯했다. 며칠 내내 스케치북에 마인크래프트 화면을 연필로 그리고, 서점에 가면 마인크래프트에 관한 책만 보았다. 그리고 책에서 접한 마인크래프트가 가진 재미있는 기능들을 나에게 온종일 이야기했다. 뭔가 지루해진 일상에 동기 부여가 되리라는 생각과 잠깐씩 하던 공부를 바짝 시켜보자는 욕심에 조건을 내걸었다. 하루 학습량을 채우면 게임을 30분 정도 시켜주겠다고. 그리고 6학년 수학 공부를 끝마치면 일주일간 게임을 실컷 시켜주겠노라고.


아이는 눈뜨면 수학 공부에 열을 올렸다. 처음 일주일은 아이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공부가 재미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학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엄청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학습량을 얼른 채워야 게임을 하는데, 공부가 걸림돌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시간을 지나 드디어 6학년 수학 과정을 마치게 되었고, 일주일간의 게임 기간이 시작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절대 일주일로는 게임을 만족할 만큼 실컷 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학습에 대한 잘못된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밥 먹는 것조차 건성이던 그 일주일이 지나고 게임에 더 목말라하는 아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엄마가 너를 키우며 한 행동 중에 가장 후회될 뿐 아니라 큰 실수였노라고……. 아이는 백일몽이라도 꾼 듯한 표정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일주일을 아쉬워하며 서럽게 울었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는 게임에 대한 욕구로 가득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제한이 엄마가 자신을 진심으로 위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아이는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따라준다. 참 감사한 일이다. 요즘은 아이 아빠와 의논을 해서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친구들을 만나서 하게 될 경우는 물론 허용해준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하는 어른들, 오락을 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참 많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운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온종일 컴퓨터와 스마트폰 속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다. 또 어떤 아이들은 게임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무조건적인 부모의 명령을 납득하지 못해 엄청난 반발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의 유대감과 서로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행동들을 되돌아보며 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아이들도 안다. 그것만으로도 부모는 자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학교 밖으로 나와 보니 내가 부모이자 선생님이고 친구가 되어야 했다. 이 시간이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와 더 가까워지게 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 일상이 느슨해져 매일 늦잠을 자고 싶을 때, 같이 늦잠을 자버리는 날도 있지만 더는 아니구나 싶을 때는 나부터 달라져야 했다. 내가 생활 태도를 바꾸고 부지런히 생활하면 아이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백 마디 잔소리 할 자격을 나 스스로 떳떳하게 갖추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잔소리는 필요 없었다. 그렇게 아이로 인해 나도 하루하루 잘살아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다


늘 엄마를 완벽한 사람으로만 봐오던 아이가 어느 날 내게 물었다.


준규: 엄마, 이렇게 교재나 공부법을 자주 바꿔도 되는 걸까요?

엄마: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너한테 맞지 않는 방법을 계속 고수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엄마도 홈스쿨링하는 아들을 둔 건 처음이잖아. 우리 틀리면 다시 고치고,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계속 고쳐보자. 그러다 보면 준규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 가족은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재미있게,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학교를 보내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냥 학교에서 알아서 하겠지, 부족한 것은 학원에서 알아서 채워주겠지 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나도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모든 과정을 계획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생기면 수정하고 재실행해보는 것도 모두 우리가 해야 한다. 누군가 대신 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미룰 수 없다.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그 과정 속에 부모의 개입이 큰 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끊임없이 겪다보면, 언젠가 나와 남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부족함을 인식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아이로 크지 않을까 기대한다.



게임에 목마른 아이를 위해

사실 나조차 이 부분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앞으로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고 이에 따라 게임 산업도 계속해서 커나가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는 조금이라도 늦게 게임을 접했으면 하는 게 모든 부모가 가진 생각일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부분이지만 준규가 게임에 심취하지 않도록 내가 했던 방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왜 안 되는지를 이해시킨다


“준규야, 엄마는 너 스스로 네 시간의 주인이 되었으면 해.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이나 온라인 게임은 너무 유혹적이라 네 시간이 온전히 준규 것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 뇌 과학자들이 말하길 너 나이 때는 어른만큼 뇌가 성숙하지 않아서 좀 더 쉽게 중독되고, 흥분하고, 자극적인 것에 이끌린대. 심지어 어른들조차도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 중독에 빠져서 많이들 헤어나지 못하잖아. 너 스티브 잡스 알지? 그 아저씨는 2010년 아이패드를 최초로 출시할 당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아이들도 아이패드에 열광하죠?’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대. ‘제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못하게 막거든요.’라고. 그리고 MS 창업자 빌게이츠 알지? 그 아저씨도 고교생 대학생인 자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대. IT 개발의 최전선에 있고, 그것으로 성공한 사람들조차도 자기 자녀에게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엄마 아빠는 준규 친구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이 있고, 온라인 게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엄마도 허락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준규가 조금 더 자라서 성숙해졌을 때 그리고 그것들을 스스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을 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2 | 아이에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준규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들은 나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생활에 다중작업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특별한 용도나 목적 없이 실시간으로 울려대는 메시지 수신음, SNS의 새 글 알림, 단체 채팅방의 수백 개의 대화들로 인해 실제 세상과 온라인 세상이 혼재한다. 자투리 시간에는 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덜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것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거나 쉬는 시간을 정해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3 |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시간들을 만든다

게임은 그 자체로도 사용자들에게 유혹적인 매체이다. 하지만 온 정신이 게임에만 가 있다면 그것은 중독이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은 약물 중독과 공통점이 많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나는 아이의 에너지가 게임이 아니라 조금 더 활동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를 통해 해소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편이다. 아빠와 집 근처에서 축구, 탁구, 배드민턴 등 땀 흘리며 할 수 있는 운동하기, 주말에 집으로 친구 초대하기,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기, 극장에 영화 보러 가기, 대형 서점 가기, 놀이공원 가기, 수영장 가기, 방 탈출 카페 가기 등 조금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려고 애쓴다.

13세가 된 지금이야 보드게임을 함께 해준다고 해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욕구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 저학년이나 취학 전 시기에는 보드게임이 유용하기는 했다. 부모나 친구들과 다양한 종류의 보드게임을 하면서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 결과 아이는 6~7세부터 12세까지 보드게임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다. 보드게임은 그 안에 수리, 연산, 추리, 사고력과 연결되는 부분들도 많고, 상대방과 상호작용하며 사회성을 기르기에도 좋으니 온라인 또는 모바일 게임보다는 보드게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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