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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Sep 14. 2020

아이를 위한 교육 대안 찾기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5


홈스쿨링을 결정하기까지 나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찾고 실행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느끼는 결핍을 학교 밖에서라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길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홈스쿨링을 하게 됐지만, 그간의 나의 노력들은 이러했다.



여행으로 아이의 스트레스 풀어주기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방학 때만이라도 실컷 더 놀게 해주자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이었다. 겨울 방학 때는 주로 푹 쉬고, 늦잠 자고, 실컷 책 보는 일들로 일상을 채웠다. 그리고 여름 방학이면 아이를 데리고 긴 여행을 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에어비앤비★처럼 현지 숙박 공유 시스템을 이용하면 가능했다.

직장을 다니는 아빠는 사정상 일주일만 합류하고, 아들과 나는 한 달 씩, 배낭여행을 했다. 아무래도 정해진 일정을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시간은 늘 여유로웠다. 갈 때마다 아이와 난 거의 모험 수준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여행을 하며 아이가 재미있어 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숙소를 처음 찾아갈 때 아이에게 지도를 주고 찾아가게 하는 미션

· 목적지에 찾아가는 법을 행인에게 물어보기

· 기차에 동승한 친구들과 놀기(예. 묵지빠)

· 간이역에서 내려 5분 안에 마지막 배 타기(나는 짐 담당, 아이는 뛰어가서 배 잡기

· 자전거 타고 도시 탐색하기

· 전기 안 들어오는 오두막에서 2박 3일 지내기

· 만년설이 있는 산 오르기

· 강가에서 광물 찾기

· 예상치 못한 온갖 돌발 상황들

아이는 여행길에 만난 낯선 이들과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아빠 대신 엄마를 보호해야 하는 수호신처럼 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을 잊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다시금 밝아지곤 했다. 낯선 동굴을 탐험하며 《톰 소여의 모험》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여행 중 타고 있던 기차가 어느새 커다란 배에 실려 해협을 건너는 황당함을 겪으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한없이 지루하고 지옥 같았던 학교로부터 탈피해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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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비앤비(Airbnb)는 자신의 집이나 빈방을 상품으로 내놓는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원래는 전문 숙박업체가 아닌 일반인이 에어베드 같은 잘 곳을 빌려주고 같이 아침 식사도 하자는(Air Bed & Breakfast) 의미로 출발한 사이트지만 지금은 플랫폼이 커져서 공유를 넘어 전문 숙박업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담임 선생님부터 교장 선생님 그리고 상담소


초등학교 입학 후, 1학기 중에 공식적인 학부모 면담 기간이 있다. 물론 공식적인 면담 기간 말고도 언제든 교사와의 면담을 청할 수는 있다. 사실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부모들은 내 아이의 특징이나 기질뿐 아니라, 아이가 가진 약점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수없이 고민한다. 왜냐하면 경우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도,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1학년이 끝나갈 때쯤에서야 선생님께 아이가 학교생활을 많이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해외에서 2~3년 정도 지내보는 것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1년 동안 준규를 지켜본 선생님은 늘 자신감 있게 자기 색깔을 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준규라면 오히려 해외에서 더 즐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었다.


이리저리 고민하는 사이 아이의 불만은 계속 커져갔고, 결국 2학년 말 즈음에는 교장 선생님을 조심스럽게 찾아뵙기도 했다. 그리 적극적이거나 외향적이지 못했던 나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는 것에 대해 수십 번도 더 고민해야만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정년퇴임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교장 선생님께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조언을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 교장 선생님께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학교 밖에서라도 예체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말씀이었다. 또 엄마의 기다림과 격려, 지지만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와야 했다.


그때쯤 아이의 상태를 보며 학교 수업만이 아니라 교우 관계에도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남자아이라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일일이 말하지 않았지만, 문득문득 아이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었다.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그렇다고 덮어놓고 친구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속상한 마음을 누르고 찾아간 상담소에서 인지행동 치료를 하며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학교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했다.


당시 상담 교수는 학교를 옮겨볼 것을 적극 권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준규는 전학이 아니라 학교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이는 그냥 지금의 학교를 계속 다녀보거나 아니면 아예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학교를 나오는 것이 무슨 인생의 실패라도 되는 양, 학교를 다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게 뭐든 시도해보고 있었다.




유학? 대안학교? 홈스쿨링?


학교에 다니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며 여러 가지 대안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느 부모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유학을 고민했다. 그 당시 학교를 그만두게 할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교육 환경이 조금 더 자유로울 것 같은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게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가족이 모두 함께 가는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아이 아빠는 직장 문제로 해외 거주가 불가능했다. 아이와 아빠가 오랜 시간을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해 우리 부부는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가피하다면 2년 정도 남편이 기러기 아빠를 해보겠다고 양보해 주었다. 그러나 아이만을 위한 유학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었기에 무리가 되더라도 나 역시 이번 기회에 대학 때 배운 전공을 살려 석사 과정 공부를 해보자는 계획까지 하게 되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없이 고민했지만, 이대로 아이를 방치할 수는 없었기에 한 큰 결심이었다.


석사 과정을 위한 대학원 지원 등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단은 어학연수 과정으로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내 학생비자가 거절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게 되었다. 석사과정 합격증이 없는 나에게는 학생비자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 이런 방식(엄마는 어학연수에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으로 아이들을 저렴하게 미국 내 공립초등학교로 보내려는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터라 대사관 측에서 대부분의 비자 신청을 거절했던 것이다.


영국이나 영어권의 다른 나라로 다시 준비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금전적인 문제와 비자 문제로 선택이 쉽지 않았다. 고민이 깊어지면서 과연 유학만이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아빠의 부재가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대해 또다시 고민하게 되면서 결국 유학이 아닌 다른 대안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로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이었다.


대안학교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하기 시작했지만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인맥이 넓지도 않았을뿐더러 평소 학교 밖 교육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에 정보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소규모이거나 학부모들의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보니, 그 그룹의 성격과 맞지 않거나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경우 오히려 일반 공립학교보다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또한 종교를 믿지 않는 우리 가족에게는 종교적인 출발선에서 시작한 대안학교들이 많아서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도 있었다.


학교마다 지닌 결이 너무나도 달라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일일이 각 학교를 방문해야 했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일일이 찾아가본다 해도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아 보였다. 결국 대안학교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주변에 학교를 나오고자 하는 친구들 몇 명만 있었어도 공동 홈스쿨링 형태로 시작했을 것이다. 결국 대안학교를 살피다 지쳐 홈스쿨링하는 사람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초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링하는 학부모를 만나게 되었다. 생각보다 거창한 커리큘럼을 계획하지도 않았고, 그저 자식 키우는 방법 중 하나라는 본인의 경험담을 나누어주었다. 그 어떤 화려한 정보를 얻었을 때보다도 용기가 생기는 만남이었다. 교육의 형태나 구체적인 일과표보다는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부모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희미하게나마 ‘어쩌면 내 아이가 홈스쿨링을 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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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교육통계서비스(kess.kedi.re.kr) 자료 기준 교육부 인가 초등학교가 8개교, 비인가 18개교, 기독교 비인가 대안학교 중 초등과정이 포함된 곳이 대략 13개교, 도시형 대안학교(미인가)가 23개교 정도로 추정된다. 이외 비인가 학교로 도시형 대안학교 23개교, 전원형 대안학교 12개교, 초등 대안학교 18개교, 기독교 대안학교 75개교로 추정된다. (자세한 사항은 이 책 끝의 <부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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