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에서의 메이커 교육 사례-결핍이 동기부여로...
요즘은 코딩교육이 대세다~, 21세기에는 융합인재가 필요하다~, IOT 사물인터넷이니, AI 인공지능이니 해서 뭔가 해야할 공부가 더 많아진 것도 같고 내 아이도 빨리 미래형 인재로 준비해야할 것 같아 엄마들의 마음은 급하고 불안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들은 겪어보지 않은 시대니까요.
준규는 초등 2학년때 우연히 시작한 로봇 방과후수업을 시작으로 온라인컵 로봇대회에서 상도 받고, 영재발굴단 로봇영재로 소개도 되고, 로봇 대회에서 몇 차례 수상도 하다보니 뭔가 로봇영재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항상 책상에 앉아 로봇을 조립하거나, 설계도를 그린다거나 하는 아주 학구적인 풍경을 예상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준규와 하루이틀만 함께 지내면 막연히 품었던 그 학구적인 기대감은 당황스러움과 난감함으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저러고 논다고~?" 하면서요.
홈스쿨링을 4년째 하고 있는 준규의 일상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노는 시간입니다.
어찌 보면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을 만드느라 아낌없이 하루를 씁니다.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만들기의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
나뭇가지를 주워다 만드는 새총
신문지를 접어 만드는 도끼, 창, 투구와 방패
노란 고무줄을 하염없이 엮어서 만드는 그물 커튼
털실을 묶고 연결해서 만드는 방 한가득 거미줄
신문 전단지로 만드는 온갖 장식물
레고로 만드는 공룡과 로봇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온갖 무기들
나무젓가락과 빨대를 이용한 각종 총과 무기
만들다 실패한 솜사탕 기계
등 이루 셀 수가 없습니다.
방과후 수업으로 시작한 로봇 수업 덕분에
IOT스마트 전등,
IOT 강아지 급식기,
스마트 강아지 장난감
IOT 휴대폰 위험방지 시스템
스마트홈
IOT 정원사
생체모방로봇
처럼 로봇 부품을 사용해서 만든 얼추? 로봇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커다란 종이를 접어 만드는 수백마리의 드래곤, 각종 종이 로봇과 곤충들, A4종이 100~200장으로 일주일 내내 종이를 접어 만드는 건담이 방한가득, 온라인 게임에 나오는 총을 만들고 싶다며 박스, 나무젓가락, 고무줄, 플라스틱등으로 한달 내내 방이 난장판이 되어 있기도 하고, 최근에는 나무를 깎고 LED 램프를 연결해 해리포터의 마법봉을 만들겠다며 정신이 푹 빠져 있습니다.
로봇영재라 해서 로봇을 만든다기 보다는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며 노는데 나무젓가락, 고무줄, 플라스틱, 박스, 종이와 같은 만들기 재료중 로봇부품이 가끔 포함되어 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뭔가를 만들고 망치기를 수없이 하는 과정 속에서 가끔씩 너무 멋진 것들이 탄생할때도 있습니다.
평소 고속도로 휴게소나 시내에 나가면 인형뽑기 기계를 종종 보게 됩니다. 준규는 항상 그 인형뽑기를 해보고 싶어하고, 잘 시켜주지도 않지만 어쩌다 한번 시켜주면 눈깜짝할 사이에 1~2천원이 사라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한번만 더하면 뽑힐 것 같은 인형뽑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번만 더요'를 외치며 끌려오곤 합니다. 그러다 작년, 로봇부품을 넉넉하게 제공받을 기회가 생기자 아이가 가장 만들고 싶어한 것은 '인형뽑기 기계'였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이 로봇의 제작동기는 돈 걱정 안하고, 엄마눈치 안보고 실~~컷 인형뽑기를 해보고는 것이 이 인형뽑기 로봇을 만든 이유였습니다. 처음에만 해도, 실은 코웃음을 쳤었더랬죠. 쓸데없이 그런걸 왜 만드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원없이 인형을 뽑을 생각에 꿈에 부푼 아이를 보며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했답니다. 그렇게 아이는 눈에 불을 켜고 60cm*60cm*60cm사이즈로 1차 인형뽑기기계를 제작하더니, 실제와 같은 인형뽑기 기계처럼 아주 큰것도 만들어 보고 싶다며 90cm*70cm*60cm인, 승용차에 실리지도 않는 철제프레임으로 2차 인형뽑기 기계를 만들기에 이르렀답니다.
결핍의 중요성 & 놀이의 중요성
사실 만들기 전만 해도 쓸데없다 생각했던 이 로봇은 준규 스스로도 만든 후 가장 뿌듯해 한 로봇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이 로봇을 만들기 위해 청계천에 가서 아크릴이나 PVC같은 재료를 알아보고 외형을 만들고, 레일이 움직이는 원리를 고민하고, 인형집게를 구동시키는 원리들을 연구하며 영상을 찾아보며 고민하는 과정들을 보며 저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온갖 재료들로 외형을 만드느라 그저 만들기에 불과해 보이던 것들이 작동원리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는 기계원리나 문제 기반학습( Problem-based learning)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집게의 물건을 집는 방식
도르레 원리
줄이 내려가는 구동방식
힘이 약한 모터를 어떻게 극복할지?
모터 파워를 높이기 위해 차용한 기어의 원리
레일을 오가는 집게의 평형과 속도 연구
등 그 안에 과학 원리들이 가득했습니다. 역학 원리들이 소개된 책을 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튜브를 통해 '3D'로 각 원리의 시뮬레이션, 구동원리 영상들을 보며 이해하고, 다시 기계만들기로 적용해 보며 아이는 스스로 학습을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태블릿 PC로 첨단 기술을 학습에 제대로 이용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Project-based learning(프로젝트 기반학습) 이었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들 때문에 21세기 미래형 교육방법 가운데 하나로 메이커 교육을 꼽는 것이겠다 싶었습니다.
메이커 교육(Dale Dougherty 의해 만들어진 용어, 2013년)이란 STEAM learning 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실습적이고 때론 협력적인 학습경험에 의존하는
"Problem-based learning(문제기반 학습)과 Project-based learning(프로젝트 기반학습)에 대한 접근 방식" 을 말합니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maker movement의 일환으로 STEAM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교육부에서도 메이커 교육을 활성화 시키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교육계에서 중요한 교육방법으로 꼽고 있는 것이 메이커 교육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메이커 교육이 뭔가 거창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메이커 교육의 기회들이 무수히 많으며, 이미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교육이라는 형태로 메이커 스페이스나 학교에서 메이커 교육이 진행될 경우, 그안에 Rules가 존재하고, 장소 또한 지정되어 있고, 결과물 도출까지의 프로세스들이 좀더 시각화되며 완성된 형태로 Output이 나오다보니 좀 더 그럴싸해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또한 일상생활에서 뭔가 만들기가 생활화되어 있거나, 간단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툴더라도) 직접 해보는 경험들이 바탕이 된다면 메이커 교육의 일상화나 그 바탕이 충분히 마련되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언뜻보면 아이들 장난 같아 보이는 일련의 활동들이 진짜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메이커 교육의 사례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노는 과정들을 지켜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한번 두번 어지르며 놀던 것들이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어, 더 확장된 프로젝트, 더 완성도 있는 프로젝트, 더 어려운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과정으로 확장되지 않을까요? 놀이처럼 여기는 수없는 시도를 통해 실패를 경험하고, 그 실패를 발판으로 새로운 시도를 또다시 하는 아이들! 그 과정에서 더 나아가 어떤 동기부여가 생기고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수없는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또 한걸음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뭔가 세상의 도움이 되는 로봇도 좋지만 어른들의 틀에 가두어 학습하게 하기 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고,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다보면 이 원리들이 융합된 그 무엇이... 로봇으로, 때론 미래의 예상못한 어떤 형태로 탄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