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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Nov 16. 2020

학습은 홈스쿨링의 일부일 뿐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14



즐겁고 효율적인 시간 만들기 

홈스쿨링을 결정하기 전만 해도,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1년 계획은 고사하고 하루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도 막막했고, 그 결과가 온전히 내 책임이 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감도 컸다. 


하지만 막상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보니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고, 학습 계획은 단순히 홈스쿨링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사교육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학습적인 부분은 큰 고민거리가 아 닐 수도 있었다. 


오히려 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컸으면 하는지가 더 크고 중요한 문제였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가장 즐겁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루한 공부는 최대한 짧게 끝내고, 본인의 호기심에 이끌린 것들로 즐겁게 하루를 채워나가 보자고 생각했다.


지루한 공부는 안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내심 있었지만, 그 정도로 과감하지는 못했다. 

다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아이에게 납득시키고, 동기 부여를 해주는 과정이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공부 방법에 있어서 준규만의 방식을 찾고자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준규가 더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그 방법으로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학습보다는 아이의 즐거움이 우선!


학습 계획을 짤 때, 크게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부분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 그리고 사교육을 이용해 배워나갈 수 있는 부분들로 나누었다. 처음에 수학은 내가 직접 가르치는 방식을 시도했었다. 그렇게 하니 아이는 나를 무서워하거나 내가 설명하고 있을 때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준규 혼자 공부하다가 막힐 때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으로 해보니 준규가 기존 방식보다 훨씬 집중도 잘하고, 설명을 들을 때도 경청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재 고르는 것과 계획 짜는 것 그리고 시간 배분하는 법은 서로 조율하며 함께 준비했다. 


준규가 한 학년 과정을 끝낼 때마다 나는 기꺼이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준규가 자기 주도 학습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아이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것,
그 뿐이었다. 


반면 과학은 집에서 도와주기 어려워 실습 위주의 수업 환경이 제공되는 사설 학원을 이용했다.

홈스쿨링을 하면 학원도 이용하지 않고 오롯이 집에서, 부모가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준규는 학교를 다닐 때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오히려 홈스쿨링을 하며 적절히 사교육을 이용한다. 

스스로 학습이 불가능한 과목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과목, 부모가 도와 줄 수 없는 과목,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 과목은 학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워낙 사교육 시장이 다양해서 잘만 선택한다면 오히려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수업 중 가정에서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라면 사교육을 활용해 아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 재능 발견 등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신문 읽고 토론하기는 시사를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토론 능력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준규의 경우 영국문화원 수업은 학습의 목적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 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다. 영국문화원에서는 일반영어학원 수업과 달리 영어를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학습하는 편이다. 주입식 영어 교수법보다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몸으로 영어를 익히고, 그룹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를 배 울 수도 있다. 포스터 만들기처럼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발휘해 자유롭 게 학습한 주제를 표현할 수도 있어서 수업 시간을 너무 재미있어한다. 

마치 학교와 학원의 중간 같은 느낌이랄까? 


스포츠는 동시에 여러 종목을 배우지는 않았다. 그때그때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선택을 했다. 집 근처 구립체육센터를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운동을 저렴하게 배울 수 있었다. 

잠자리 독서는 퇴근 후 잠깐 그리고 주말에나 함께할 수 있는 아빠와의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고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자 실행하고 있다. 평소에 선뜻 읽지 않을 책들을 아빠와 함께 의논해서 읽기도 하고, 책 내용에 대해서로 이야기해보는 좋은 시간이 된다. 모험과 관련된 소설을 좋아하는 특성상 남자들끼리의 모험심을 다지는 시간이 되고 있다. 가끔 씩은 나 몰래 둘만의 게임을 즐기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장사도 아이 주도 교육이다


학습은 홈스쿨링의 일부일 뿐이다

어쩌면 학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다양한 삶의 경험일지도 모른다. 


준규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일상에서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적으니 먼저 다가가 같이 놀자고 말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배우기도 했다. 또한 학교의 현장학습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장학습을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준규가 했던 자기 주도 활동들은 중고책과 종이접기 작품 판매하기, 종이접기 강사 활동, 게스트하우스로 손님맞이하며 용돈 벌기 등이었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이런 일들을 계획하게 되면 마음먹는 그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 된다.


아이 스스로 해보겠다고 용기를 내고, 그 일정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프로젝트 수업이 된다. 당일의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세세한 것들까지 메모하거나 챙기고, 준비한 것들을 현장에서 실행하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 들을 접하며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을 대하는 법, 본인의 상품을 홍보하는 전략, 상대가 궁금해하는 것을 파악해서 미리 알려주는 배려, 돈의 가치 등 살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아마 학교 안에 있었다면 시도해보려고조차 하지 않았을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아이는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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