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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Nov 09. 2020

공부 그릇은 몰입의 경험이 좌우한다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13


공부는 하루 2시간, 그러나 집중도는 최고!


공부 그릇은 몰입의 경험이 좌우한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자 다행히 아이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듯 보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도 학교 들어가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몰입의 시간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일주일 내내 종이접기에 빠져 아침에 눈떠서 잘 때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종이만 접었다. 100장도 넘는 종이를 계속 접어가며 로봇처럼 큰 작품을 완성하기도 하였다. 


나도 만들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퀼트, 재봉틀로 소품 만들기, 코바늘 뜨기 등을 시작하면 밥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하던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을 때가 많다. 완성된 것을 빨리 보고 싶어서 잠도 안 자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그러는 것이 다소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의무적으로 하는 공부는 하루에 두 시간 남짓이고 그 마저도 안 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는 그 시간만큼은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다닐 때보다 공부 시간은 적지만 오히려 속도도 빠르고, 성취도도 높게 느껴졌다. 


아마도 강제적으로 정해진 학습 스케줄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정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해진 학습은 6시 이후에는 하지 않는다는 큰 원칙 안에서 공부 시간을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 던 이유 중 하나이다.


공부라는 것은 누군가가 시키는 순간 하기 싫어진다.


더구나 기질적으로 순종적이지 않은 아이이다 보니, 자신이 스스로 원할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준규는 흥미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종이접기나 로봇과 같은 활동들을 학습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다. 


사실 학습이 재미있지는 않다. 스스로 학습에 대한 의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공부할 수 있는 그릇만 잘 키워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공부 그릇이라는 게
무언가에 몰입을 해본 경험이 있고,
책 읽는 습관이 배어 있는 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계획들을 지속적으로 수정해가며 학습적인 부분에 대한 욕심을 살짝 버리니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6학년 마칠 때까지만 배워야 하는 양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스스로 공부하고 있으니 실컷 놀면서 공부했는데도 그리 더디지 않다. 


학교에서 좀비처럼 앉아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긴 시간을,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채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다시 밝아졌고, 행복해했다. 처음에 걱정했던 학교 공부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고 했다. 


이렇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공부 방법과 집중 시간을 찾아가며 준규는 오늘도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한다.


Tips. 아이가 주도하는 학습 계획 세우기

학습 교재는 워낙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교재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내가 두세 가지 정도를 선별하고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하도록 했다. 

학습 시간은 초등 고학년의 경우 하루에 두 시간씩 일주일에 4~5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공부 시간을 무조건 많이 잡기보다는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체크해서 30분에서부터 그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계획된 시간을 채워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학습량이나 시간이 부담되지 않아야 아이도 꾸준히 할 수 있다. 


홈스쿨링의 장점은 아이와 상의해서 언제든지 학습 시간을 늘이거나 줄이며 학습량과 진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또는 엄마와 하는 학습을 힘들어 한다면 또래 친구와 함께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때 내가 준규의 친구에게 수학 과외를 해주고 준규는 그 옆에서 스스로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가끔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서로 묻고 가르쳐주면서 더 나은 효과를 보기도 했다. 

자신의 아이보다 어린 친구들을 모아 선생님이 되어 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게 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어린 나이에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저절로 생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관심사를 토대로 독서나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가 관심 있어 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강연회나 그 분야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때로는 적극적인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도 좋다. 물론 엄마 혼자 적극적이기보다는 아이와 상의하면서 진행해야 그 효과도 있다. 낯선 경험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가의 강연이나 개인적으로 듣는 짧은 격려의 말 한마디는 그 어떤 것보다 좋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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