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생활 내내 홈스쿨링 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실컷 놀았던 아이가, 어느 날 영재고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준비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결정적인 공부 시기나최소한의 학습 수준이라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주변에 초등학교 자녀를 둔, 많은 부모님들이 고민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선행학습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미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 아이만 뒤쳐지는 것은 아닌지 많이들 불안해하십니다. 수학 과목에서 특히 그렇더군요.
그 불안함 마음,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선행학습은
아이의 동의(의욕),
아이의 학습 역량,
선행학습의 목적이
심심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행학습은 솔직히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분위기니 우리 아이도 일단 시켜보자며 선행학습을 시작하고 보는 경우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선행학습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가, 필요 없는가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순서가 우선 잘못되다 보니 학습 동기를 찾을 기회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그전에 지쳐버리거나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다른 아이들도 이미 다 선행을 하고 있으니... '
'너도 혹시 모르니...'
혹은 '안 듣는 거 보다야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선행학습을 시키고, 그렇게 했다가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해서 수업시간에 제대로 듣지 않기도 하고, 배운 개념들이 제대로 정리되거나 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려운 상위 개념들을 계속 주입시키다 보니 수학적 사고력을 확장시키기보다는 그냥 암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수학에 대해 자신감을 잃기도 하고, 말 그대로 학원만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 초등 고학년 혹은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에 접어들며
스스로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자기 성적에 더 마음 급했던,
부모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대한
반항심이 커져, 공부 시늉을 그만두려고 해 갈등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중학 입학 즈음, 학습이 중요한 시기가 가까워지는 데, 그동안 잘 따라주던 자녀들이 오히려 의욕을 잃기도 하고, 부모 의견을 순순히 따라주지 않는 경우들이 생기며 부모들은 당황스러워집니다.
준규는 홈스쿨링 하는 동안 어쩌다 보니 수학 선행학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홈스쿨링 기간(초등 3학년 2학기~ 중학교 입학 직전) 동안 수학 교과서로 초등 3~6학년 과정을 개념 정도만 가볍게 익히고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5학년 후반쯤, 중학교 과정으로 넘어갈 것인지 초등 과정 복습과 심화학습을 할 것인지 아이와 의논했고, 아이는 중학교 과정을 미리 해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서 수학 선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엄청난 학습 양을 소화한 것 같아(ㅋㅋㅋ) 오해의 소지가 있어 첨언을 하자면 학교 교과서로 기본적인 개념만 익히고, 익힘책 수준의 문제집으로 개념을 확인한 정도입니다. 어머님들이 소위 생각하시는 최상위 수학 수준의 심화 개념들은 거의 한 적이 없답니다. (한번 시도했다가 포기^^)
그리고 수학 한 과목이라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하실 것 같아...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준규가 홈스쿨링 하며 학습의 형태로 집에서 공부했던 과목은 수학 과목이 유일했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전과목을 다 공부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며 전과목 학습을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준규네 홈스쿨 책을 참고하시길...]
이후 생각을 고쳐먹고, 초등 교과서들을 모두 구입해, 조금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수학처럼 시간을 두고, 개념을 단계적으로 배워나가야 하는 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서를 통해 초등 교과과정을 익힐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초등 교과과정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학교 대신 선택한 홈스쿨링 시간 동안 학교와 똑같은 일과를 보내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아이가 학습지든, 온라인 강의든 착실하게 듣고 교과과정을 학습했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모든 과목을 당연스럽게 시켰겠지요?
하지만 아이는 늘 제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법ㅋㅋㅋ
아이가 잘 따라주지 않을 때 무조건 관철시키려 하기보다는 대안이 될 방법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근본적으로 부모의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더 나은 방법을 찾을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요^^
1. 유일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과목이 수학이었고, 전과목에 대한 욕심과 의무감을 버리고 최소한의 학습으로 선택과 집중을 택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참고 1] 들로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수학 초등 교과과정들을 공부했지만 시간이 남아돌았습니다. 고작 한 과목 학습이었으니까요.
2. 일주일에 한두 번 하기도 했고, 종이 접기나 로봇에 덜 빠져 있을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 공부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시간은 30분에서 50분을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학습은 짧고 효율적으로'가 제 지론이랍니다. 하기 싫어서 몸을 베베 꼬고 앉아 있을 때는 깊이 있는 학습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날은 나가서 자전거라도 30분 타고 오게 하든지, 마당에서 줄넘기라도 하게 한 후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서 빨리 끝내도록 도왔습니다. [참고 2]
3. 홈스쿨링의 장점을 활용하여 수학 선행학습은 학기별로 몰아서 학습 [참고 3] 하도록 함께 계획했습니다. 학교 교과과정과 다르게, 학기별로 몰아서 하다 보니 왠지 친구들보다 앞서간다는 우월감도 드는 눈치였습니다. 초장에 질리게 하기보다는 개념만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겨, 학습 난이도 또한 학교 수준에서 개념 익히고 푸는 정도로만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전혀 계획에도 없던 선행학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적 없는, 부모의 불안감에서 시작한 선행학습에 대해 늘 반대하던 저였지만, 홈스쿨링 하며 수학 과목 하나로 학습을 양보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예상치도 못했던 선행학습까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수학도 학기별로 몰아서 1,2,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2학기 수학들을 익혀나갔습니다.
초등 5학년이 끝나갈 무렵 우연히 영재고의 존재를 알게 되며 욕심도 생겼지만, 아이의 역량면에서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고, 아이가 가볍게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너무 적극적으로 학원을 보낼 필요가 있나 싶어, 제동을 한번 걸고 말렸습니다(추후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아이의 동기를 강하게 하기 위한 숨은 전략이었던 부분도 있답니다^^)
이후에 초등 6학년을 마칠 즈음, 아이가 영재고 입시 준비에 다시 도움을 요청했고, 학원이나 과외 등, 공부 방법을 찾아보며 학원 레벨테스트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최소한 중학 과정의 수학 개념들을 익혀야만 영재고 2차 시험 준비를 위한 진도를 겨우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홈스쿨링 6학년, 아무리 본인의사를 반영해 주도적인 학습 계획을 세우고 고작 한 과목 학습이었다 하더라도, 혼자 하는 수학 공부는 시시때때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어려운 개념을 접하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이유 없이 그냥 하기 싫어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새로 사 온 종이로 종이 접기가 먼저 하고 싶거나, 로봇 만드느라 미루고 싶은 날도 셀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쉬다 가다를 반복하고, 학습 동기가 약해질 때면, 아이가 보내달라던 영재고 입시학원을 외적 동기로 이용하기도 했답니다.
"영재고 입시학원 가고 싶으면 중학교 수학 개념 다 마쳐. 그럼 엄마가 학원 보내주는 거 한번 생각해볼게~"라고요.
결국 선택과 집중 덕분에 중학교까지 개념 정도의 가벼운 수준이지만 선행학습을 마칠 수 있었고, 영재고 입시 준비에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입학 직전, 레벨 테스트를 하고 아이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학원에서 학습이 훈련된 아이들에 비해 초반 적응에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더구나 심화학습이나 반복 학습이 되어 있지 않았고, 수업과 숙제들을 감당하기에 힘들어 보일 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는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열렬히 도... 잘하고 싶어 했습니다.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것을 배우는 건 혼자 하는 학습보다 훨씬 속도도 빠르고, 배우기 쉽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더듬더듬했던 선행학습을 바탕으로 더 깊이 배우고, 더 많이 배우며 그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과제를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할수록
초등 저학년에
반복된 학습 훈련을 시키기보다는
공부 그릇을 키워놓았던 부분이
장기적인 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공부 그릇 키우기에 대한 포스팅도 추후에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애쓰고
모든 분야에서 평균 이상이 되게 만들고자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하며 온갖 시도와 실패를 겪으며, 모든 것을 남들처럼 잘하게 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살피고,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반영해 최소한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한 것을 책임감 있게 완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선행학습에 필요한 세 가지, 아이의 동의(의욕)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웠고, 아이의 학습 역량을 살피며 난도 조절을 하고, 선행 학습의 목적이 영재고 입시로 이어지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모든 조건들을 갖추었음에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전과목을 배우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들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유도 모른 채 학원으로 향하는 자녀가 있다면...
다시 한번 그 이유들에 대해 부모 스스로 되묻고, 아이와 솔직한 대화를 통해 그 목적지를 잘 찾아나가시길 바랍니다.
선행학습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저 같은 사람은 불안감도 높고, 안전 지향주의라 홈스쿨링을 하면서도 모든 과목을 평균 이상 해내도록, 꾸역꾸역 하나부터 열까지 시키고도 남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 평균의 엄마를 깨어나라고 만든 것은 항상 아이였던 것 같아요.
"왜 해야 해요?"
"왜요?"라는 아이의 질문을 반항이라고 여기기보다는, 그 답에 대해 부모 스스로 솔직하게 답하려 애써 본다면 적어도 일방적인 부모의 (선행) 학습 강요로 공부에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은 안 오지 않을까요?
늘 지혜로운 답을 찾도록 질문을 던진 것은 아이였어요.
부모가 어른이라고 해서 어른이 생각한 해법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부모 자신을 경계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칩니다.
[ 참고 1 ]
<준규네 홈스쿨>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1. 제가 선생님이 되어 직접 가르치기- 개념 설명을 해주고, 익히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과외선생님이 되는 방법/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아이가 울기도 하고, 사이가 나빠지는 것 같아 중단^^
2. 혼자 스스로 공부해보기- 교과서와 개념을 익힐 정도로 쉬운 문제집을 선택해서 혼자 해보도록 함. 개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들도 있어서 중간중간 개념을 다시 잡아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음
3. 온라인 학습 사이트 이용- 칸 아카데미라는 영어로 강의가 올라와 있는 사이트를 통해 복습을 우선 해보게 하고, 학습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 성향상 진득하게 강의를 듣는 편이 아니라 문제를 풀다가 막히며 개념을 다시 찾는 방법을 취하더군요. 개념이 체계적으로 잡히지 않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4. 혼자 공부하며 질문하게 하기- 아이의 친구를 수학 과외를 해주며 준규는 옆에서 혼자 학습을 하고, 중간중간 막힐 때마다 질문하도록 하는 방법. 학습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킬 수 있고, 집중도도 높아 학습 효율이 높은 편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