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우울한날마이클이찾아왔다+오펜바흐캉캉
오늘은 가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간식도 남편을 위한 저녁 준비도 하기 싫습니다.
아이들 원에 데려다주고 스탠바이 준비 상태에서 다시 데리러 가는 것도, 어질러진 집안을 청소하는 것도 다 귀찮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요.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엄마의 손길이 무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일을 하지 않고 집에 있지만 오늘따라 아무것도 해야 할 일이 없는 이 시간이 속상합니다. 늘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는데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잠시 내 이름을 접어 두고 있자니 화가 나고 억울하고 짜증 나고 그렇습니다.
달보씨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우울 따윈 하지 않아요. 다만 생각이 많을 뿐.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초인종 벨을 시끄럽게 누르는 누군가에게 화가 납니다.
문을 열어보니 춤추는 공룡이 서 있습니다.
달보씨가 우울하다는 소식을 '듣고' 온 마이클.
느닷없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춤을 추는 공룡이 의아하지만
어느새 달보씨도 함께 춤을 추고 있습니다.
춤을 추고 난 후 둘은 그제야 통성명을 합니다.
그리고 함께 하자는 마이클의 제안을 수락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나섭니다.
달보씨는 단지 생각이 많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요?
아니면 문 뒤에 혼자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어서 그랬을까요?
달보씨와 마이클은 어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을까요?
둘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니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1858) 중 '캉캉' 음악이 떠오릅니다.
Offenbach - Infernal Galop from "Orpheus in the Underworld"
이 곡은 오펜바흐가 작곡한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 제2막 2장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지옥의 오르페]의 원작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입니다.
당시 낭만주의적이고 이상적인'사랑'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퍼져 있었지만
현실의 결혼 생활과는 정말 달랐어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고 할까요?
오펜바흐는 이런 점을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자기의 밥그릇만 챙기고 일은 하지 않고 있는 고위 관료들을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빗대어 말하고자 했어요.
이 곡은 오페레타(operetta) 형식인데요 오페라의 축소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밝고 경쾌한 느낌이며 이야기의 구성이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펜바흐는 100여 편에 편에 달하는 오페레타를 작곡해 19세기 파리를 오페레타의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ytgJy-u8w
Offenbach - Infernal Galop from "Orpheus in the Underworld" (Orchestre de Paris)
저의 우울함은 '생각'이 많아서였을까요?
아니면
'혼자'라는 섬에 갇혀서 생긴 것일까요?
아마도 저에게는 '캉캉' 춤을 같이 추고 수다를 떨 '누군가'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생각이 필요한 날도 있지만 인생의 많은 순간을 '생각'에 파묻혀 혼자만의 섬에 갇히지 않기를,
시시하고 무료한 일상을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기를,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