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활동 일지 in 빵 굽고 사랑나누기

대학교 2학년 봉사 활동 일지

by 현상이지

2016년 가을,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모든 것이 아직 서툴고 낯설었던 복학의 시기.
그때 내 마음을 가장 크게 붙잡은 건 다름 아닌 ‘봉사’라는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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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축제는, 그야말로 작은 세상이었다.

각자의 색을 지닌 동아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열정을 뿜어내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그 수많은 색채 속에서 내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노란색 배경에 선명히 적힌 한 문구였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행동으로.”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서는 울림이 있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설명하기 어려운 몽글몽글한 감정이 번져갔다.

언젠가 나도 이 길 위에 서서, 같은 마음으로 걸어가고 싶을 거라는 것을.


내가 들어간 동아리의 이름은 소박하게도 ‘빵굽고 사랑나누기’였다.

식품과학과 전공 동아리였지만, 활동은 단순히 제빵 기술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아산 지역의 아동센터와 보육원

그리고 온양온천역 근처에서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께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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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를 지나가던 학생들이 실험실 앞에서 “빵 냄새 난다~!” 하고 수군거릴 때면

은근히 어깨가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마치 내가 만든 빵이 인정받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이다.


사실 우리 과에는 남자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동아리에서도 남자는 나 혼자였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괜히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선배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오는 작은 부스러기들이 있다.


그 조각들을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부스러기 역시 빵의 일부였구나.”

세상도 어쩌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잊히고, 또 누군가는 소외되지만, 결국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사회라는 커다란 빵을 이루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봉사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내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지금까지도 ‘흥청청망’ 동아리를 이어가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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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사회봉사 활동일지’는 빵을 만들고 나누러 갈 때마다 조금씩 채워졌다.


하얀 종이 위에 남겨진 날짜와 장소, 그리고 짧은 기록들.

지금 돌아보면 참 소박한 흔적들이지만, 그 속에는 분명히 땀과 웃음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환희애육원으로 향한 길, 그리고 단팥빵

주말 아침, 우리는 환희애육원으로 향했다. 걷다가 작은 농담이 따라붙었다.

“혹시 독이 들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한입씩 먹어봐야지!”
(사실은 그냥 먹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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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한입 베어 물던 단팥빵, 종이봉투에 차곡차곡 담긴 빵….

그 순간들은 지금도 내 기록함 속에서 또렷하게 남아 있다.


아이들의 얼굴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지만, 빵을 건네던 그 순간의 미소는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가 작은 것을 나누었다고 생각했지만, 되려 더 큰 것을 선물처럼 받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 그리고 함께 땀 흘리던 동아리원들의 모습.

그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켰고, 나의 청춘을 단단하게 빚어 주었다.


작은 빵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작은 나눔이 결국은 나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

내 청춘의 가장 소중한 장면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