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한식 세계화
이번 이야기는 아산 YMCA에서 진행하는
‘상상 내일 프로젝트’ 속 특별한 도전기입니다.
(2017년도)
상상 내일은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우리가 선택한 주제는 바로 아시아X한식 프로젝트!
아산이라는 지역에 이주여성분들이 많다 보니,
그분들과 함께 아시아 요리와 한식을 섞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짜조와 쌀국수
이주여성연대의 이수연 선생님이 오늘 요리를 이끌어주셨다.
선생님은 행사마다 베트남 음식을 많이 만드셨다고 하는데
특히 짜조와 쌀국수는 빠질 수 없는 메뉴라고 한다.
“오늘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재료들.
고기, 숙주, 표고버섯, 목이버섯, 당면, 적색 작은 양파, 파, 라이스페이퍼까지!
마치 시장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에 감탄했다.
쌀국수 면은 월드푸드에서 구입했는데,
들어가자마자 특유의 향과 낯선 재료들이 가득했다.
이런 재료들로 요리할 줄 알면 멋있겠지?
쌀국수 준비는 면을 물에 불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육수!
선생님께서 집에서 무려 3~4시간 동안 고기 육수를 끓여오셨다고 했다.
비밀 레시피라며 알려주실 듯하다가 아직 배우지 못했지만, 확실한 건 하나.
쌀국수의 생명은 바로 육수!
우리 국밥도 결국 국물 맛으로 승부하니깐 인정 했다.
짜조에 들어갈 고기는
돼지고기 앞다리살(다진 고기)로 준비했다.
숙주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목이버섯과 표고버섯은 물에 충분히 불려준다.
그리고 당면까지 준비 완료! (베트남 당면은 한국 당면과 또 다르다. 참고)
적색 작은 양파와 일반 양파, 그리고 파까지 잘게 다져 넣는다.
모든 재료를 한데 모아 소금, 설탕, 후추로 간을 맞추고, 계란을 풀어 함께 섞어주면 속 재료 완성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섞다 보면 채소의 아삭함, 고기의 고소함, 계란의 촉촉함이 한데 어우러져 향만으로도 군침이... 하하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살짝 적셔 펴주고
속을 올리고, 동글동글하게 끝을 접어 돌돌 말아준다.
솔직히 몇 개는 부서져 실패했지만, 그 또한 경험!
말아놓으니 제법 모양이 나기 시작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듯이 튀겨내는 게 포인트!
너무 세면 타고, 약하면 눅눅해지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바로 ‘굽듯이 튀기기’였다.
그래도 노릇노릇 잘 튀겨낸 순간, 모두가 환호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베트남식 만두, 짜조 완성!
짜조의 영혼은 바로 소스다.
베트남 홍고추, 마늘, 당근을 잘게 다져 넣고,
물과 설탕, 레몬을 섞어주면 완성.
새콤달콤하면서 매콤한 소스와 바삭한 짜조의 조합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쌀국수의 고명으로 올릴 소고기를 얇게 손질한다.
마블링이 예술이라 가격에 잠시 주춤했지만… 역시 좋은 재료는 맛으로 보답
숙주는 살짝 데쳐주고, 쪽파도 송송 썰어 고명을 준비한다.
뜨끈한 육수를 부어낸 베트남 쌀국수.
비주얼만 봐도 이미 한 그릇 클리어가 예상되죠?
레몬과 고수는 취향껏 곁들여 먹으면 된다.
솔직히, 고수는 힘들어서… “고수는 고수들만 먹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레몬만 꾹 짜 넣고 한 입 후루룩!
국물과 면, 고기와 숙주가 어우러지는
순간, 머릿속은 텅 비고 그냥 “아… 맛있다”
아시아X한식 프로젝트라며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결국은 단순하다.
맛있으면 장땡!
짜조와 쌀국수, 이 두 가지 조합은 그냥 최고였다.
음식은 국경도 언어도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힘이 있다는 걸,
이번 베트남 편을 통해 제대로 느꼈다.
품피아와 판싯비혼
이번에도 아산 이주여성연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요리를 배워보는 시간이다.
이번엔 잘리 선생님
오늘의 요리는 필리핀 만두 룸피아와 필리핀 잡채 판싯비혼!
이름은 조금 생소하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쉽게 말해 필리핀식 군만두와 잡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필리핀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
양배추, 당근, 양파, 샐러리, 강낭콩, 그리고 당면 같은 얇은 면까지.
필리핀 잡채라 해서 특별히 복잡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필리핀 간장!
한국에 다시다가 있다면, 필리핀에는 이런 육수 큐브와 특유의 간장이 있다.
(닭 모양이면 닭육수, 소 모양이면 소고기 육수라는..)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준비했는데… 지방이 꽤 많아서 순간 당황!
“앞다리살이 아니라 앞지방살 아닌가요?”라며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이 지방이 볶을 때 기름이 되어 따로 기름을 넣지 않아도 되는 큰 그림(?)이였다.
양파, 당근, 샐러리, 강낭콩을 잡채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고등학교 때 양식 수업에서 "양단샐(양파·당근·샐러리)만
기억하면 반은 합격"이라 하셨던 선생님 말씀이 떠올라 반가웠다.
야채와 고기를 함께 볶아주고, 필리핀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양은 정해진 게 아니라 색감으로 판단!
노릇노릇 고소한 냄새가 올라올 때쯤 “이 상태로 고기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불려둔 필리핀식 얇은 면을 넣어 볶아준다.
카메라가 잘리 선생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손놀림!!
드디어 완성된 필리핀 잡채 판싯비혼!
한국 잡채에 비해 면이 얇아 더 가볍고 담백했다.
거기에 필리핀 간장의 특유의 풍미가 더해져 정말 새로운 맛
필리핀 만두, 룸피아 만들기
이제는 만두 차례.
필리핀에서는 라이스페이퍼 대신 스프링롤 페이퍼를 사용
냉동 상태라 물에 잠깐 담가 해동해야 합니다.
다진 돼지고기, 당근, 양파, 마늘을 넣고 간은 소금·후추·필리핀 간장으로 맞추고
스프링롤 페이퍼는 라이스페이퍼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만들기가 한결 수월했다.
속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주면 된다.
삼각형이든 길쭉한 모양이든,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룸피아는 기름에 살짝 굽듯이 튀겨낸다.
겉은 노릇노릇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
잘리 선생님은 스프링롤 페이퍼로 멋지게 꽃 모양까지 만들어주셨는데,
나는 그만 태워버리고 말았다.
‘굽듯이 튀기기’는 아직 내게 조금 버거운 기술인 것 같다.
그래도 드디어 완성된 필리핀식 군만두, 룸피아!
스위트칠리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정말 환상의 궁합이다.
한식 잡채는 늘 손이 많이 가는 편인데, 필리핀식 잡채는 훨씬 간단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보여주었다.
룸피아 역시 한국 만두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음식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라기보다는 그냥 맛있게 먹는 자리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경험이야말로 진짜 ‘문화 교류’가 아닐까 싶다.
.
른당과 나시고랭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은 것은 아니었지만, 부엌 안에서 우리는 재료와 향신료를 통해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있었다.
CNN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 바로 인도네시아의 른당을 만들 차례다.
처음엔 조금 헷갈렸다.
‘인도네시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인도와 같은 나라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인도 몇 시야?” 하고 묻자, “4시야.”라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허술한데, 과연 아시아 요리를 개발해 창업까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쩌면 이런 작은 웃음과 실수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온양온천역 앞 골목. 늘 무심히 지나치기만 했던 가게 ‘월드푸드’에 들어섰을 때,
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밀려왔다.
진열대마다 빼곡히 쌓인 재료들 사이로 짙은 향신료 냄새가 공기 속에 흩어졌다.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적힌 포장지 속에서는 새로운 맛의 가능성이 반짝였다.
마치 어느 시장 골목 한복판에 서 있는 듯, 낯섦을 마주한 우리의 눈빛도 함께 반짝였다.
여행에는 늘 길잡이가 필요하다. 오늘 그 역할은 정호였다.
필리핀 요리 편에서 뜻밖의 ‘앞 지방살’ 사건을 겪은 뒤라, 정호는 이번만큼은 누구보다 신중했다.
정육점의 붉은 조명 아래서 그의 눈빛은 마치 보석을 고르는 사람처럼 매서웠다.
그가 집어든 것은 큼직하게 큐브 모양으로 썰 수 있는 소고기였다.
“이번에는 제대로다.”
우리 모두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팬 위에서 하얀 코코넛 가루가 볶아지기 시작했다.
조용히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이 부엌 가득 퍼졌다.
순간, 우리는 마치 먼 나라 해변가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코코넛 특유의 달콤한 향은 햇볕에 데워진 모래 냄새처럼 기분 좋은 온기를 품고 있었다.
향 하나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여행이었다.
소스와 향신료, 그것은 곧 인도네시아의 심장이었다.
르당의 비밀은 향신료에 숨어 있다.
카피르 라임 잎, 월계수 잎, 레몬그라스, 그리고 갈랑갈.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 잎사귀와 뿌리들은 기름에 닿자마자 금세 이야기를 풀어내듯 향을 내뿜었다.
그 순간 우리는 잠시 국적을 잊었다.
분명 한국의 부엌이었지만, 퍼져 나온 향은 인도네시아의 깊은 숲과 바다를 동시에 닮아 있었다.
정호가 고른 큐브 모양의 소고기가 팬 위로 떨어졌다.
지글지글 기름에 부딪히는 소리, 그와 함께 튀어 오르는 향.
순간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양은 한국의 큐브 스테이크와 닮았지만, 코코넛과 향신료가 더해지자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해갔다.
르당은 그렇게 서서히, 우리 눈앞에서 빚어지고 있었다.
흰 우유처럼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가 소고기 위로 흘러내렸다.
소스는 점점 색이 짙어지고 걸쭉해지면서, 고기는 천천히 익어갔다.
약불에서 졸이는 동안 우리는 괜히 말이 줄었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퍼져 나오는 향을 바라보며,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노란 강황밥, 깊은 소스에 졸여진 른당, 그리고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볶음밥 나시고랭.
완성된 한 접시는 마치 작은 여행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한 입 먹는 순간, 코코넛의 은은한 단맛과 향신료의 깊은 풍미가 혀를 감쌌다.
살짝 매콤하게 남는 뒷맛은 다시 숟가락을 들게 만들었다.
른당은 한국의 갈비찜을 닮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였고
나시고랭은 익숙한 볶음밥 같았지만, 분명 다른 나라의 공기를 품고 있었다.
기록이라는 여행
우리는 아시아 음식을 배우고 있지만, 사실은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골목의 작은 가게와 부엌 한쪽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를 만난다.
아직은 ‘먹기만 하는 프로젝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배우고, 웃고, 기록하고 있다.
언젠가 이 기록들이 모여 새로운 한식을 만들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오늘, 우리는 인도네시아를 맛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아산 YMCA의 작은 부엌이 세계 여행지가 되었다.
어묵탕과 오꼬노미야끼
아시아X한식 프로젝트는 잠시 멈춘 듯 보였지만, 일본 편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언젠가 창업으로 이어질 우리의 여정을 기록하며, 한 끼 한 끼가 모두 추억이자 배움이 되었다.
(물론 사업비는 이미 다 써버렸지만 말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히 “아시아 요리 배우기”에 불과했지만, 어느새 이 프로젝트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 웃고, 요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기록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동기들의 뒷모습이었다.
양파를 다듬는 친구, 큰 냄비에 물을 올려놓은 친구,
그리고 뒤에서 “야, 물 넘친다~” 하며 잔소리(?) 하는 나까지
그 풍경은 마치 일본 가정집의 부엌 같았다. 좁은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함께 요리하는 모습.
그 순간 깨달았다. 요리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함께하는 과정이 훨씬 더 따뜻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만든 것은 어묵 꼬치였다.
길게 뻗은 꼬치에 접힌 어묵을 꿰면서, 모두들 괜히 신중해졌다.
“이거 방향 반대로 꽂아야 해?”
서툰 손길이었지만, 꼬치 하나하나에는 정성이 묻어났다.
완성된 꼬치들을 접시에 모아 두니, 마치 일본 거리의 포장마차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묵 꼬치를 넣고 국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게 껍질이 국물 위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초록 고추가 송송 떠다니며 은근한 매운 향을 더했다.
국물이 팔팔 끓자, 방 안은 금세 바닷가 냄새로 가득 찼다.
내가 “이거 진짜 일본식 맞아?” 하고 묻자, 유학생 친구들이 웃으며 대답했다.
“일본의 어묵탕은 집마다 다 달라요.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국식 일본 가정식이라고 해도 되죠.”
드디어 완성된 어묵탕! 이제는 오코노미야키 차례였다.
오코노미야키를 만들 때, 시작은 일본 요리답게 꽤 멋지게 보였지만…
사실 반죽의 핵심은 한국 부침가루였다.
우리는 일본 오코노미야키에 한국 부침가루를 넣어버렸다.
내가 말했다. “이거 한식 퓨전 요리 인정?”
모두들 빵 터졌지만, 속으로는 조금 걱정도 했다.
‘이거 괜히 일본 요리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욕먹는 거 아냐?’
그래도 괜찮았다. 요리는 결국 누군가를 웃게 한다면 그걸로 이미 성공이니까.
부침가루를 쏟아 넣고, 물을 조금씩 부어 농도를 맞췄다.
양배추와 햄, 해산물까지 넣어 섞으니 반죽은 점점 묵직해졌다.
반죽을 지글지글 굽자 고소한 향이 금세 퍼져 나갔다.
소스를 듬뿍 바르고, 마지막에 가쓰오부시를 솔솔 뿌리자 종잇장처럼 얇은 조각들이 춤을 추듯 흔들렸다.
모두들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야, 빨리 먹어! 다 식겠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접시는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일본 편의 요리들은 화려하지 않았다.
어묵탕의 뜨끈한 국물, 오코노미야키의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식감.
그 두 가지가 전해 준 건 다름 아닌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었다.
창업의 꿈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