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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Nov 22. 2020

언택트(Untact) 시대의 면접위원 감상

모든 취준생들을 응원합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선 현재 신입사원 채용이 한창이다. 서류 공고를 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서류전형을 거치고, 인적성을 통과하여 1차 면접까지 마쳤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한 단계 단계가 고비이고, 정말 어려운 관문이렷다. 사실, 채용업무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끊임없이 다가오는 일정의 연속이라서, 겨우 합격자를 냈는데 어느새 인적성을 준비해야 하고, 또 합격자 선정해놓고 한숨 돌릴 틈 없이 면접을 준비하는 그런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고 일을 소홀하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채용담당자라면 대개 겪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음 주는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다.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했던 일은 면접에 참석할 분들을 섭외하고 면접장소를 확보하고, 그 외에 잡다한 것들을 깡그리 준비하는 게 일이었다. 면접장에 깔아놓는 컴퓨터, 다과, 표지판 등등 모두 말이다. 그중 하나라도 잘못됐다 하면, 면접 당일 정말 대차게 깨지는 건 물론이고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의 긴장감, 떨림 그런 건 내게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도 한 1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인사담당자가 되었다. 정말 여러 가지 상황을 겪어가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됐다고 봐도 괜찮은 상태라 생각한다. 그렇게 작년까지, 아니 올해 상반기까지는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까지는.


모든 트렌드가 비대면으로 아주 급격히 바뀌었다. 누구의 의지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대면을 고집하다가 어떤 불미스러운 상황을 겪을지도 모르니까.

2차 면접을 두고서도 내부에선 해프닝이 없지 않았다. 어느 윗분께서는 ‘그래도 임원면접인데 서로 얼굴은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하셔서 대면으로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돌았다. 난 정말이지 썩 내키지 않았다. 경력 면접은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비대면으로 면접을 진행해 오고 있고, 특별한 불만 없이 최종 합격까지 내서 입사 진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확진자의 증가 덕분에(?) 대면 면접은 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다음 주 화상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본론에 앞서 서설이 길었다.


1차 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하면서 느꼈던 면접위원 감상은 다음과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므로, 읽고서 받아들여도 무시하셔도 괜찮다.


첫 번째, 면접위원이든지 면접자이든지 제발 오디오, 비디오 체크 잘 하자. 과거 면접에서 제 때, 정확한 장소에 도착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면, 서로 만날 일이 없는 화상면접에서는 서로의 연결 상태가 매우 매우 중요하다. 정말 양쪽 모두에게 중요하다. 면접위원들께도 거듭 부탁드리지만 꼭 접속해서 이어폰이 없으셔서 후보자의 이야기가 랩탑 스피커로 피드백되어 돌림노래 되는 경우가 잦다. 후보자들은 끊김 없이 얘길 잘하려면 되도록이면 유선 이어폰을 쓰는 게 (아니면 차라리 휴대폰으로 하는 게) 좋은데, 학생들이 좋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쓸 일이 잘 없어서인지 끊김이 아주 심각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네트워크 문제도 그렇고. 아무리 스펙이 좋고, 이야기가 잘 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면접 전에 정말 두 번, 세 번이고 확인하고 주로 쓰게 되는 화상회의 플랫폼에 친구들이랑 접속이라도 꼭 해보셔서 테스트를 마쳐주시길를 바란다. (회사는 네트워크 문제는 대체적으로 없다.)


두 번째, 후보자들 뭐 보고 있는 거 다 안다. 그래 이해는 한다. 면접이란 게 얼마나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도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정직함’일진대, 대놓고 화면에 뭘 띄워서 보는 친구들은 정말이지 면접 때 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공정성을 그렇게도 외치는 요새 젊은 지성들인데, 왜 본인은 떳떳하지 못하게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쉽게 얘기해서 눈알 굴러가는 거 다 보인다는 말이다. 되든 안되든 당당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 회사는 그런 사람을 더 원한다. (그렇다고 아무 말 못 하는 사람이 좋을 순 없으니, 준비를 꼼꼼히 하셔라)


세 번째, 스터디를 하랬지 서로 복붙 하라고는 안 했다. 요새 면접스터디들 많이 하시는 거 잘 안다. 혼자 어찌 막막하게 모든 회사를 완벽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뻔히 같은 스터디 원이 같은 날 면접이라고 하면, 서로 전략은 다르게 짜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분명 이 얘기를 앞선 후보자에게 들었는데 다시 리바이벌하는 느낌이 들 때는 둘 모두에게 신뢰도가 떨어져서 좋은 점수를 주려다가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스터디의 목적이 복제가 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네 번째, 답변은 간결하고 짧게 해줬으면 하며, 핵심만 잘 대답해주셔도 아주 충분하다. 화상면접은 대면 면접보다도 시간 운영이 대체적으로 타이트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장황하게 늘어지는 답변은 아쉽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물어보는 이유만 명확하게 잘 집어서 얘기하고, 거기서 부족하다고 느끼면 알아서 면접위원들이 부가 질문을 해 드릴 터이니, 콤팩트하게 허를 찔러주셨으면 좋겠다.


다섯째, 오픈 카톡방은 단순히 정보교환 창구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겠다. 요새 많은 취준생들이 뇌피셜들을 주고받는 창구로 알고 있다. 뭔가 궁금하면 차라리 그 회사 채용담당자에게 공식적으로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생각보단 친절히 답해 줄 준비가 되어있다.) 현직자들의 말도, 결국 인사담당자의 정보는 아니라서 부정확한 것들 투성이고, 채용 전형이 매번 똑같이 진행되는 것 같아도 항상 회사와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코로나로 화상면접 볼 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적어놓고 보니, 불친절해 보이는 말들 같지만, 정말 취업을 열심히 준비하면서 놓치는 것들일 수 있어서 현직 담당자로 얘기해 보았다. 그리고 그 옛날 내가 취업 준비하던 생각도 나고 해서 과거에 내게 했을 말이라고 생각해서 적어보았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준비한 사람은 분명 이 험난한 취업난을 뚫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숱한 채용담당자 중 한 명이지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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