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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Aug 12. 2021

다시 신입사원이어도 괜찮아.

재취업 준비, 중고 신입의 길, 그 선택을 응원합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방침은 '상시(수시)채용'으로 변화가 있었다. 횟수를 거듭해 갈수록 기존에 봄/가을 치러지던 대규모 공채 때와 다른 양상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중 두드러진 것이 '중고 신입' 지원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진행했던 신입사원 면접에서 졸업한 지 1~2년이 된 분들을 많이 뵐 수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 대부분이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 이어서 약간의 안도감도 들었다. (당장의 밥벌이는 하고 계시니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지만, 이 채용 면접의 세계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미 여러 면접 경험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 꼭 유리 하지도 않다. 면접위원들 입장에서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다시 신입으로 오겠다는 점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면접위원 대부분은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한 조직에서 쭉 성장하신 분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다시 새로운 조직을 찾아가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하시는 분이 여럿 계셨다. (현재 있는 업종이 제조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만약 커리어를 시작하신 지 오래지 않아 다시 어딘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분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 단단히 드셨으면 좋겠고,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들었을 때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을 몇 가지 조언드리려 한다.


1. 왜 나왔는지(나오려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여기서 '제대로'란, 면접위원 입장에서 납득이 갈 만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질문들은 의미가 없다. 조직생활을 수십 년 간 해오셨던 면접위원의 입장에서 볼 때, 속한 조직을 나오려는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면 또 유사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줄 안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일과 너무 달라서, 또는 사람이 안 맞아서, 지역이 멀어서 등등.. 이유를 너무 솔직하게 말한다면, 더 깊게 질문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거짓을 얘기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입장을 바꿔서 내가 조직을 이끄는 입장에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보셨으면 한다. 일, 사람, 환경 모두 내가 조절하기 어려운 변수이니 말이다. 

  흔히 말하는 멀쩡한 직장을 관둔다고 했을 때, 부모님들이 느끼는 노파심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본인이 지금 꼭 다시 도전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 논리를 만들어 보자.


2. 짧은 기간이었을지라도 분명 배운 것이 있다.


  이왕 나오기로 결심을 했고(또는 이미 나왔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한 이상 지나간 과거가 없어지지 않는다. 면접위원들은 중고 신입에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해봤으니'하고 나름의 기대를 갖고 있다. 짧게는 1개월~수개월의 인턴생활을 통해서도 내가 얻은 바를 줄줄 뽑아내는 대학생 후보자들도 즐비한데, 하물며 월급도 받아가며 해 본 나름의 고생은 얼마나 이야기하기 좋은가. 

  신입사원 적응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 나름 잘 헤쳐낸 경험, 이를 통해 깨달은 것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물론 시간이 충분치 않을테니 핵심 위주로!), 진정성 있는 답변은 면접위원들에게 잘 전달될 것이다. 

  다만, 어설프게 일 좀 해봤다는 티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1~2년간 경력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보다는 프로세스나 조직생활을 배워가는 기간이다. (물론 내세울 게 있으면 자랑하셔도 된다.) 신입사원은  대개 2~3년간 다양한 트레이닝과 반복적인 업무, 조직생활을 통해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는 중견사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래서 조기 퇴사시 회사의 손해가 크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운 것은 배웠다고 할 것이나, 해보지 않은 부분을 과장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으니 주의하자.

  만약 동종업계 내에서 지원한 경우엔 면접위원에 따라서, 현 직장에 지인이 있거나 나름 경험이 있어서 매우 공감(?) 해 주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직의 사유를 매우 이해한다는 격한 고개 끄덕임도 경험해 볼 수 있다.) 신입으로 지원했는데 현재 회사에 레퍼런스 체크를 하진 않느냐는 문의도 있는데, 레퍼런스는 경력사원을 대상으로 하고,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일일이 진행할 여력도 없다. (걱정마라. 그게 걱정스러울 정도면 뭔가 큰 잘못을 한 게 아닐까...)


3. 명확한 본인의 비전, 포부, 계획을 밝히자.


  위에서도 말했듯이, 중고 신입사원에 대해 리더들과 선배들은 '양가감정'이 있다. 사회생활을 해봤으니 바로 적응을 잘하겠지 하는 믿음이 하나요, 이러다 또 수 틀리면 다른 데 가겠지 싶은 의심이 하나다.

  그렇다고 '이러쿵저러쿵 해서 제가 정말 이제 이곳이 아니면 죽음도 불사하겠습니다!!!!!'를 원하는 건 아니다. (이러면 오히려 무섭습니다....) 본인이 지나온 과정을 덤덤하게 돌아보고 거기서 얻고 잃은 것을 자각하면서, 다시 새로운 각오로 시작해보겠다는 '신입사원'다운 자세를 듣고 싶은 것이다. 

  이때 어필해 볼 수 있는 건, 

  1) 유사한 업무(또는 업종에 종사)를 해 봤기 때문에 빨리 전력화될 수 있음

  2) 나름 많은 고민을 거쳐 지원을 했고 진심으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가짐

  3)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마지막 사랑이고 싶은 (이건 그냥 내 생각...)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지원회사와 직무에 대한 성숙한 이해도는 필수이다. 특히 유사업종으로 다시 지원하는 경우에 이미 유사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있기 때문에 사업환경이나 지원직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졸업예정자보다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앞으로 본인의 장래계획이나 지원 직무에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얘기해 본다면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면접, 참으로 사바사 케바케의 영역이다. 구조화를 열심히 해도 지원자들의 면면이 다르고, 그들을 살피는 면접위원들의 성향도 교육을 열심히 시켜드리지만 각자의 개성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운에 맡기자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진정성을 보이고 준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누구든 그간의 의심은 떨쳐내고 포용해 주실 테니.


  속담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고 한 게 사실 괜히 나온 말은 아닐 테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력사원을 공고에 내거는 기준을 대개 3년으로 잡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간을 채우고 경력으로 갈까 고민도 있겠지만,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굳이 억지로 참고 갈 필요도 없잖은가.

  대학교 반수생같은 재취업 준비, 이미 취업의 맛을 보았기에 해볼 만하다. 알기 때문에 겁나고 조심스럽겠지만, 마음먹은 거 제대로 해 보자는 굳은 의지와 꼼꼼한 사전 준비가 있다면,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응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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