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미묘한 감정
주재원, Expat.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떤 업무를 띠고 파견되어 일정한 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어에서는 'A person who lives outsite their native country' 라고 정의한다. 한 마디로 자기 나라가 아닌데서 사는 국외 거주자.
뭐 사실 엄청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못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려놓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전화 너머로 '준비'하란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런 건 직접 들어야 했겠지만, 아이가 아파서 휴가를 낸 상황이라 대면으로 듣지 못했다.
막상 듣고나니 잠깐 멍했다. '알겠습니다' 답은 했는데, 아 이제부터 뭘 해야하는거지? 어떤 것부터 준비를 시작해볼까? 머리가 새하얘진다. 학창시절에도 교환학생조차 못 가본 나였다. 갈 의지는 충만했었지만, 그 때 당시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남들보다는 빠른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지내온 세월이 13년이 지났다.
부임지는 '미국'이 될 예정이다. 출장으로는 몇 번 큰 도시 위주로 다녀온 경험이 있다.
보스턴, 시카고, 뉴욕 등. 한 번씩 갈 때마다 내가 이 땅에서 지내볼 기회는 있을까 혼자 상상만 했던 곳들이다. 이번에 갈 곳은 위의 도시와 모두 상관은 없지만, 아마도 지내면서 많은 출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또 닿을 기회가 있겠지 싶다.
아직 많은 곳에 얘기하진 못했고, 먼저 가족들에게 알린다.
와이프는 사실 나보다도 감정이 더 복잡할 것으로 안다. 장모님이 조금 편찮으셔서 올해 고생을 하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가깝지도 않은 곳에 몇 년이나 나가야 한다는 것의 심적인 부담. 그리고 해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의 부담이 모두 밀려올 것이었다. 일단은 두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는 초등학생 저학년인데, 금방 나갈 것이라하니 갑자기 '영어' 걱정을 한다. 학원은 여러 해 다니고 잇는데 여전히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는 아이에게, 가서 뭘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주었다. 중요한 건 적응이지, 뭘 더 잘하고 말고는 그 다음에 생각해 볼 주제니까.
본가에 아버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사실 이전에도 몇 번 정도 만나뵐 때마다 이럴 가능성에 대해서 조금씩 말씀드렸던 적은 있다. 막상 현실이 될지는 몰랐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이역만리 타향으로 몇 년을 가게 된다는 것을 들었을 때 마냥 기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잘 됐다며 격려해주시는 한편, 아이가 적응을 잘 할지, 또 몇 년간 자주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걱정되는 여러가지 심정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살면서 여러 가지 이벤트가 있을텐데, 나에게 꽤나 의미가 있는 이벤트다. 그래서 이제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솔직히 감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물론 모든 게 다 지나가면 별 것이 아닐 수 있지만, 현재로는 그렇다.
이번에는 조금 차근차근히 준비과정이나 그 이후의 삶이나 느끼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놓으려 한다.
블로그도 하고 있는데, 그 곳에서는 조금 더 실용적(?)인 컨텐츠를 쓰고, 이 곳에는 내 감정과 상황을 잘 전달해 보겠다.
(편의상 반말모드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