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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16. 2023

저도 주재원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복잡미묘한 감정

주재원, Expat.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떤 업무를 띠고 파견되어 일정한 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어에서는 'A person who lives outsite their native country' 라고 정의한다. 한 마디로 자기 나라가 아닌데서 사는 국외 거주자.


  뭐 사실 엄청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못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려놓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전화 너머로 '준비'하란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런 건 직접 들어야 했겠지만, 아이가 아파서 휴가를 낸 상황이라 대면으로 듣지 못했다.


  막상 듣고나니 잠깐 멍했다. '알겠습니다' 답은 했는데, 아 이제부터 뭘 해야하는거지? 어떤 것부터 준비를 시작해볼까? 머리가 새하얘진다. 학창시절에도 교환학생조차 못 가본 나였다. 갈 의지는 충만했었지만, 그 때 당시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남들보다는 빠른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지내온 세월이 13년이 지났다.


  부임지는 '미국'이 될 예정이다. 출장으로는 몇 번 큰 도시 위주로 다녀온 경험이 있다. 

  보스턴, 시카고, 뉴욕 등. 한 번씩 갈 때마다 내가 이 땅에서 지내볼 기회는 있을까 혼자 상상만 했던 곳들이다. 이번에 갈 곳은 위의 도시와 모두 상관은 없지만, 아마도 지내면서 많은 출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또 닿을 기회가 있겠지 싶다.


  아직 많은 곳에 얘기하진 못했고, 먼저 가족들에게 알린다. 

  와이프는 사실 나보다도 감정이 더 복잡할 것으로 안다. 장모님이 조금 편찮으셔서 올해 고생을 하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가깝지도 않은 곳에 몇 년이나 나가야 한다는 것의 심적인 부담. 그리고 해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의 부담이 모두 밀려올 것이었다. 일단은 두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는 초등학생 저학년인데, 금방 나갈 것이라하니 갑자기 '영어' 걱정을 한다. 학원은 여러 해 다니고 잇는데 여전히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는 아이에게, 가서 뭘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주었다. 중요한 건 적응이지, 뭘 더 잘하고 말고는 그 다음에 생각해 볼 주제니까.


 본가에 아버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사실 이전에도 몇 번 정도 만나뵐 때마다 이럴 가능성에 대해서 조금씩 말씀드렸던 적은 있다. 막상 현실이 될지는 몰랐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이역만리 타향으로 몇 년을 가게 된다는 것을 들었을 때 마냥 기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잘 됐다며 격려해주시는 한편, 아이가 적응을 잘 할지, 또 몇 년간 자주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걱정되는 여러가지 심정이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살면서 여러 가지 이벤트가 있을텐데, 나에게 꽤나 의미가 있는 이벤트다. 그래서 이제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솔직히 감정이 복잡미묘해졌다. 물론 모든 게 다 지나가면 별 것이 아닐 수 있지만, 현재로는 그렇다.


  이번에는 조금 차근차근히 준비과정이나 그 이후의 삶이나 느끼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놓으려 한다. 

  블로그도 하고 있는데, 그 곳에서는 조금 더 실용적(?)인 컨텐츠를 쓰고, 이 곳에는 내 감정과 상황을 잘 전달해 보겠다.


(편의상 반말모드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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