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 Out of Mind
그 얼마나 유명한 말인가. 이 말을 아주 여실히 깨닫고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나’지 싶다.
한국과의 시차는 그나마 서머타임을 적용해서 -13시간, 그러니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밤 11시는 한국의 낮 12시. 밥 먹을 시간이 다 됐겠구나. 난 빨리 자야 하고. (얼른 쓰고 자겠습니다.) 낮밤이 거의 반대인 상황이다. 해와 달이 동시에 빛날 수 없는 것처럼, 한국과 미국은 서로 동시간 대에 공존하면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
거리가 멀다는 건, 어쨌든 실시간 소통보다는 주기적인 소통 그리고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삶을 산다는 것이다. 면대면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이곳 오피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 가족, 그리고 마켓이나 식당 가서 만나는 점원 정도뿐이다. 직접 소통의 범위가 상당히 줄어든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일을 하러 왔다. 본사에서 필요로 하는 것, 생각하는 것들을 여기서는 일로 일궈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하고, 보고해야 한다. 생각을 전달받고, 내가 만든 결과를 전달하고. 그래서 주간회의를 하게 된다. 허구한 날,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다. 상대방이 잠들어있는 시간 동안 난 내 일을 해야 하고, 그래야지만 그쪽이 깨었을 때 내가 잠들기 전 전달해야 하는 것을 다 전달하게 되는 거니까.
어쨌든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전화를 하거나, 주로 화상회의를 해서 얘기를 나눈다. 그냥 아무 때나 보자고 할 수도 없다. 미국은 상대방이 새벽이 되는 시간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아침/미국의 전날 저녁 또는 그 반대 정도로 잡아야만 한다. 시간의 한계가 주는 압박감이 있다. 회의는 보통 1~2시간 남짓. 끝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국은 점심시간으로 향해간다. 그 덕분일까, 어차피 답 없는 회의는 잘 안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사람의 시각이나 생각도 바뀌기 마련, 거기서 오는 격차는 잘 좁혀지지 않는다. 각자 논의 후에 낮/밤이 바뀌고 하다 보면 또 다른 의견과 방향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지시도 바뀌곤 한다. 시간의 차이가 주는 부분이라서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받아들여야지, 생각하면 편할 수 있지만 모든 게 다 그리 되지는 않을 터. 잘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될 거다. 시공간의 격차가 있기에 만나서 술 한 잔 하며 풀 수 있는 부분도 아닐 거고.
‘그래도 어쩌겠나.’ 하고 넘어가는 또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