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도 안 되는 녀석을 붙잡고

GOLF

by HenRy

이곳 조지아는 이제 추위가 다 풀린 듯하다. (최근 2~3주 동안의 날씨는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지난주부터 다시 골프를 치러 나가기 시작했다. 돈이 많냐고? 아니 그래서는 아니다. 잘 치냐고? 아 그건 더더욱 아니다. 그냥 진짜 나가는 거다.


미국에 와서 좋은 점을 찾자면 좀 많은 생각을 해야겠지만, 그나마 하나 좋은 점을 꼽으라면 '골프' 인프라가 꽤 좋다는 것이다. 일단 멀지 않은 곳에 언제든 갈 수 있는 골프장이 더러 있고 한국처럼 예약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해 이제 회사 동료들과 다시 나가기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골프는 신체적인 능력보다도 멘털 싸움인 운동이라는 게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체격으로 따지면 모두들 장타자일 거 같다고 비거리가 괜찮을 거 같다는 얘기를 더러 들었지만, 현실은 형편없.. 다. (좋아질 거다. 암 그럴 거다.)


가장 어처구니가 없을 때는, 내가 의도했다고 생각한 샷이 전혀 아무런 의도를 갖지 못했을 때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그냥 힘 빼고 천천히 치겠다고 쳤는데 현실은 힘 꽉 주고 말도 안 된 샷을 하고 그것도 공 위를 맞춰서 얼마 가지 못 하고 굴러갔을 때의 허탈함이란...


일할 때보다도 사실 정신이 번쩍 드는 곳은 잔디밭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러면 안 되지라는 말을 몇 번 되뇌는지 모르겠다. 잘하기 전에 그냥 하면 되는 걸 또 무슨 이런저런 핑계를 대 가면서 잘하려고 하는지..


결코 오늘의 골프 결과가 속상해서는 아니고, 올해부터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자주 칠 생각인데, 샷을 치듯이 마음도 좀 더 힘을 빼고 편안하게 가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물론 레슨은 계속 갈 거다.


마음의 여유는 대개 내가 갖고 있는 실력이나 지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풍경 하나는 기가 막혔던 오늘의 라운딩은 한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 좋은 기억만 갖고 가자. 그게 맞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는‘ 건 그만하고, 잘 ’사는‘ 방향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