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충동 이제 그만
최근에 X(트위터)에 떠도는 사진 중에 유명한 글귀가 하나 있었다.
‘망설이는 이유가 가격이면 사고, 사는 이유가 가격이면 그만 둬라‘
(원문은 일본어였는데, 迷う理由が値段なら買え、買う理由が値段ならやめとけ)
최근 본 문장 중에서 가장 명문이 아닐지 싶다. 우리 말에도 대략 그 뜻이 통하는 말이 하나 있다면, ‘싼 게 비지떡이다’ 정도가 아닐는지.
살아가면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살 수 밖에 없다. ‘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원시시대도 아니고 자급자족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더는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따라오는 고민은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싸게 잘 살 것인가‘로 귀결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떤 것'에 대한 고민이 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리고서는 결국 싼 건 찾아서 간다. 처음엔 '득템'했다는 기쁨을 갖는다. 어째 잘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얼마 가지를 않는다. 그렇게 결국 돈 낭비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비용만 모아놨어도 정말 뭐라도 했을 듯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과거형으로 쓸 수 밖에 없는 건,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기에 너무 먼 길을 왔기 때문이리라 ㅜ)
미국에 와서 사실은 더 뼈져리게 느끼는 부분이긴 하다. 미국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물건의 천국이다. 뭐가 없는 게 없고, 항상 어딜 가도 재고처리(Clearlance)가 있다. 할인이 만연한 곳. 이 안에서 사실 초반 얼마간은 '싸게 사는 것'에 눈이 돌아가서 엄청 사서 쟁였다. '아니 이 브랜드 옷이 어떻게 00달러야? 말이 안 되잖아. 이건 담자'로 시작해서 결국 합계 금액은 꽤 나오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아 물론 그 안에서 잘 쓰고 있는 것들은 많지만, 되돌이켜 생각했을 때 정말 그 때 샀어야 맞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머금고, 나만의 원칙을 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 보았다.
1) '양'보다는 '질'을 고민해 보자. '박리다매'에는 이유가 있다.
2)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해도, 한 나절만 좀 더 고민해보자.
3) 기존에 갖고 있는 것이 멀쩡하면, 아예 쳐다 볼 생각을 말아야 맞다.
내가 이렇게까지 글을 써서 다짐을 하는 건, 나름의 천명이라고 생각한다. 일평생 버는 돈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고, 요새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투자라는 것도 역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것을 내가 못 갖추고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면, 결국 내가 생각해야 할 것은 산다면 뭘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무슨 대단한 부자가 되겠다고 이러는 건 아니고, 결국 소비라는 것이 지출 습관에 달린 것이라, 더 늦기 전에 내가 힘을 빼지 못하면 나중에 스스로 걱정이 되서 그렇다.
나중에 남을 돕고는 못 살더라도, 남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1월은 어느 정도 선방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2월부터는 정말 잘 '사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