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이 뜨겁다. 하루에도 몇번씩 틈만나면 증권앱을 열어본다. 한동안은 파란색으로 도배를 한 내 계좌를 열어보는게 두려웠다. 마이너스 70퍼센트에 육박하는 절망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식은 나랑 안맞는구나 생각했다. 명색이 경제학 전공자가 이렇게 투자를 못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 투자실력은 꽝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주식을 할 만하다. 제일 꼭대기에서 산 주식이 아직도 헤매고 있어서 전체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요즘 가장 핫한 S*와 삼* 덕분에 마이너스가 한자리수로 내려왔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엄청난 큰손 투자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는 개미 중에서도 눈에 보일락말락 하는 아주 작은 불개미이다. S*은 1주, 삼*은 2주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참을성이 매우 부족해서 내가 산 주식이 조금만 오르면 팔고, 눈독드리던 주식이 조금만 내렸다 싶으면 산다. 그러니 내가 팔면 오르고 사면 내리는 마이너스의 손이 되었다.
평소의 나라면 S*과 삼*을 벌써 팔았어야 했다. 매일 경신하는 수익률과 우뚝 솟는 빨간 막대를 보는 것이 흐뭇하기는 했지만, 반대로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몰라서 드는 조바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팔지않고 가지고 있다.
일해서 벌지 않으면 돈이 생길만한 구멍이 그 어디에도 없는 나에게 주식계좌의 빨간 숫자는 그야말로 '꿈'이고 '희망'인 것 같다. 마치 로또를 사서 가슴에 품고 당첨을 상상하며 행복해 하는 것처럼 이 주식이 앞으로 이만큼 더 올라준다면 하고 꿈꾸게 된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언제라도 오른만큼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둔다. 그래서 주식을 파는 순간 나의 희망도 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만 같아서 쉽게 팔 수가 없다.
27년을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아이들이 크고 할 일이 줄어들면서 나는 주부퇴직과 자유를 꿈꾸지만, 남편은 가정경제에 일조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이다.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나는 살림을 맡고 남편은 돈을 벌어오는 것으로 두사람의 역할분담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주부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게다가 푼돈일지언정 꾸준히 돈도 벌어서 살림에 보태왔다.
그런데 남편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남편에게 나는 버는 사람이 아니라 쓰기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이제 자기와 똑같은 수준으로 경제를 책임지기를 기대하는듯 하다. 그래서 자꾸만 기분이 가라앉는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때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남편에게 당당하고 싶은데 내세울 게 없어서 자존심이 상한다. 부부사이에도 돈이 힘이고 권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꼴랑 3주의 주식으로는 아무리 날고 뛰어도 큰돈을 벌 수가 없겠지.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더 사놓는건데 워낙 새가슴이라서 이 모양 이 꼴이다. 주식이 엄청 올라서 남편에게 "그까짓 쥐꼬리만한 월급은 자기 용돈으로나 써!" 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쓰는 사람이 아닌 버는 사람이라는걸 보여주고 싶다. 참 사는게 구질구질하다.
오늘도 주식이 조금 올랐다. 꼴랑 주식 3주에 희망을 얘기하는 신세이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나를 지탱하며 살란다. 올라라 올라라 부디 쭉쭉 올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