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기온은 아직까지는 영하 2도로 그런대로 괜찮은데, 기온이 점점 내려가서 내일부터 한동안은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란다. 이렇게 추워지면 나는 행복해진다. 왜? 아무리 추워도 우리집 세탁기가 얼지 않으니까!
새집으로 이사온 지 조금 있으면 만 4년이 된다. 결혼해서 이집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우리는 주로 지어진 지 최소 20년 이상이 된 구축 아파트에서 살았었다. 일부러 구축으로만 고른 건 아니었는데, 아이들 학군 때문에 비싼 동네에서 살려다 보니 신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싼 구축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다.
구축이라도 사는데 별 불편은 없었지만, 아파트 외벽이 갈라져서 틈이 벌어졌다든지, 샷시가 오래되어서 외풍이 세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추워지면 영락없이 북쪽 베란다에 놓은 세탁기가 얼어붙었다. 헤어 드라이어로 바람을 쏘이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서 녹여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기온이 올라가서 세탁기가 저절로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강추위 예보는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지금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그런 스트레스는 싹 사라졌다. 이 집은 우리가 첫 입주자인 신.축. 아파트니까! 새집이 역시 좋다. 단열이 잘 되어서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별로 춥지않다. 당연히 세탁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신축 신축' 하는 구나 싶다. 이제 아무리 추워져도 언제든 빨래를 할 수 있으니 참 행복하다.
이 참에 내 행복(사실은 새집 자랑)을 더 얘기하자면, 또 하나는 '주차'이다. 이사오기 바로 전에 살았던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서 주차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3중 주차는 기본이고, 밤 늦은 시간에는 그나마도 자리가 없어서 아파트 바깥 담벼락에 세우고는 딱지 뗴일까봐 밤새도록 조마조마했었다. 그러니 아이들 학원 라이딩을 해야할 때마다 얼마나 스트레스였을지 말하면 입만 아프다.
이제 지하 3층까지 있는 넓은 주차장은 나같은 초보 운전자도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아이들이 다 커서 라이딩할 일이 없는게 아쉬울 정도이다. 게다가 신축 아파트답게 외관에 신경을 많이 써서 주차장 입구로 들어설 때마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딱 내리는 순간 또 한번 행복하다. 복도가 없고 양팔을 뻗으면 양쪽 집 현관문이 닿을 것 같은 좁고 답답한 곳에서 살다가 현관 앞이 넓어지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그래서 매일 매일 행복하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행복한 건, '내집(자가!!)'이라는 것. 결혼하고 2년만에 장만한 집을 남편의 유학비용으로 쓰고 25년간 남의 집에서 살았다. 2년마다 올려줘야 하는 전세금 스트레스는 그 어떤 스트레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끌어모을 영혼도 없어서 구축 아파트 전세로 전전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이 행복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행복,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느끼는 감사,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지. 난 오늘도 행복하다. 난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