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선택일수록 오히려 결과 값은 단순하다.
인생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는 중요한 상황인데도 선택의 결말은 간결하고 명쾌하다.
아마도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내적갈등을 겪으며, 오로지 혼자 치열한 감정싸움을 견뎠기 때문일 것이다. 심플한 결말일수록 과정은 치열하다.
올해 초부터 평생교육원에서 문헌정보학과 강의를 들으며 사서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문화예술 관련 공고를 찾아보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지원하는 게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다. 심지어,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문화재단에서 워크숍 매니저로 근무하기도 했다.
재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내가 5살만 어렸어도 재계약을 했을 것 같다.
마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1년의 용역계약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의미 없는 시간은 없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계약이 끝난 1년 뒤 지금과 똑같은 고민을 해야 될 텐데 안정적인 수입을 잠시 포기하더라도 이왕이면 내가 오래 할 수 있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될 때라 생각했다.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서 깊게 알지 못하지만, 도서관에서 강의를 했을 때 만났던 사서님들께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었고 '도서관'이라는 공공시설이 주는 신뢰감과 안정감이 굉장히 다정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다니는 내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책과 관련된, 혹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나에게 더없이 의미 있는 일로 다가왔다.
머리가 빠개지도록 고민했다. 불현듯 사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부터 하고 싶던 일인 것 마냥 빠르게 결정하게 되었다. 2~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동안 평생교육원을 알아보고, 예전에 함께 강의를 진행했던 사서님을 만나 이런저런 조언도 들었다. 얼마 전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참혹한 성적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희망적이고 후련했다.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전공을 한 것도,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입사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사서라는 직업을 쉽게 생각한 건 절대 아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바로 일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사서공무직, 사서교사는 꿈도 못 꾸겠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