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사진만 올리지 마시구요

by 서정희

나는 의도와 목적 없는 글을 쓴다.

간혹 주변에서 답답해하기도 한다.


얼마 전, 좋아하는 예술 기획자님을 만났다. 나는 원래가 적극적으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잡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그분이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 왠지 지금이 아니면 당분간 못 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내 성향을 잘 아는 그분은 흔쾌히 응해주셨다.

이 더운 날씨에 꾸역꾸역 약속을 잡았다.

근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함께 보았다.

사실 전시는 핑계였다.


그저, 얼굴이 보고 싶었고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분의 해사한 표정을 보고 다정한 말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런저런 대화와 여러 갈래의 감정을 나누었다.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인스타그램에 식물사진만 올리지 마시고, 글도 가끔 올려주세요!"


인스타그램에 가끔씩 글을 올리긴 하지만, 정말 가끔씩이다.

뭐랄까. 나를 사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나를 깊이 아는 것을 원치 않기도 하지만, 꼴값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사실, 그들은 아무 생각이 없을 것이다. 예전부터 쭉 그래왔다. 관심받고 싶지만, 관심을 받으면 부담스럽다. 내 존재를 확인받고 싶지만, 내 영역 안에 들어오는 것은 무섭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걱정투성이다.


아직은 글 쓰는 일이 식물을 좋아하는 것만큼의 마음인 것 같다.

10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하며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식물을 키우는 게 업이 된다면, 글 쓰는 게 업이 된다면 또 그때처럼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 될 것 같다. 나는 적당히가 없는 사람이라 내 살을 갈아 작업에 바칠게 분명하다. 그럼, 그 어떤 것도 더는 애정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된다면 내 삶에서 커다란 숨구멍하나가 없어지는 듯,

혼자만 치열했던 예전처럼 지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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