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대상

by 서정희

몇 달에 한 번씩 일회용 카메라 필름 스캔을 맡긴다.

주로 내가 키우는 식물, 달팽이 그리고 나랑 같이 사는 남편 사진들


돌보는 걸 좋아하는 게 내 천성이려니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매 시절마다 나의 애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집착의 대상을 찾아왔던 것 같다.


20살, 혼자 서울에 상경했을 때 눈알이 시릴정도로 외로웠다. 그럴 때마다 호은이, 영경언니 그리고 극소수의 친구들에게 항상 찐따 붙곤 했다. 심지어, 호은이의 마지막 데이트 코스는 우리 집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징징대던 사람이었고, 마흔이 다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우리 둘이 만나면 여전히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다. 다음에 만나서 깔깔거리다 또 사고를 친다.

잠시 연남동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 밥 먹고 하루 종일 누워서 드라마 스페셜을 보던 백수였다. 영경언니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하루 일과였다. 처갓집 양념통닭을 시켜 먹고 좋아하던 닭발집을 가던 게 고작이었지만 꽤나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작업을 관두고 나서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필요했다. 마음에 드는 식물을 한두 개 키우다 보니 공방 입구는 어느새 화원이 되어 있었고, 새끼손톱만 하던 우리 집 동양달팽이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훨씬 커져버렸다. 초등학교 방학마다 하루 종일 하던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 속 보라색 머리 소녀처럼, 우리 남편도 애지중지 대하며 키우듯 챙기고 있다.


20년이 다되어가도록 똑같은 신발을 신는 것, 10년 동안 같은 향수를 변함없이 사용하는 것, 좋아하는 음식을 일주일 내내 먹는 것이 누군가에겐 미련하고 답답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게 내가 나를 애정하는 방식이고, 내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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