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김밥

by 서정희

오늘 아침부터 돈가스 김밥이 먹고 싶었다.

빠삭하게 튀긴 돈가스가 눅눅해질 정도로 데미그라스 소스가 범벅된, 오이 뺀 돈가스 김밥말이다.


작업실 걸어서 5분 거리 종종 사 먹는 김밥집이 있다. 이름도 예쁜 민들레 김밥.

작년에 잠깐 회사에 다닐 때가 있었다.

퇴근하고 쌍문역에서 작업실까지 항상 걸어갔는데, 입맛 없을 때 이곳에서 김밥을 사 먹었다.

오늘 그런 날이었나 보다. 뭐 하고 있는지 정신은 못 차리겠지만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하고, 바삐 움직이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이다.


내가 김밥이 먹고 싶은 날은 남편도 같이 먹어야 된다. 정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길을 걸었다. 휙 하고 튀김 냄새가 났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바로 옆에 치킨집이 있었다. 추측해 보건대, 내가 맡았던 튀김냄새와 가게 안 치킨 냄새가 달랐다. 그때 내 옆을 지나갔던 배달 오토바이의 음식 냄새였던 것 같다.


주춤주춤 망설이다 남편의 결단으로 치킨을 먹기로 했다. 김밥을 사러 가는 와중에 치킨을 먹기로 한건, 나에겐 나름의 일탈이었다. 대낮에, 이렇게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 와중에 나는 치킨에 맥주를 먹었다. 그야말로 소소한 일탈이었다. 손잡이까지 시원한 맥주잔을 짠하고 부딪히는 순간, 그 청량한 소리에 깊숙이 박혀있던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이런 게 행복이지, 행복이 뭐 별거 있나!


옛날식 치킨에 똥집튀김까지 때려먹고, 왕창 나온 배를 퉁퉁거리며 집에 왔다. 홀딱 벗고 거실 바닥에 누워 한참을 있었다. 콧구멍의 알딸딸함과 등드리의 시원함, 미지근한 공기와 살짝 열어둔 창문 밖으로 들리는 사람들 소리까지 완벽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였다.


000050.JPG
000049.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애정의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