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어수선했던 첫 연애가 끝나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헤어짐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만났던 시간의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
그땐 그 말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마흔이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뒤로 여러 번의 연애와 헤어짐이 있었지만 헤어짐의 빈도와 슬픔의 강도는 반비례해져 갔다. 그저 그랬다. 연애도, 친구도, 내 일상 자체도 흘러가는 시간만큼 점점 무뎌져갔다.
도예가로 보낸 10년,
현실적인 문제를 돌파하기 힘들었던 나는 10년의 도예가 생활을 정리했다. 쓰레기도 10년을 모으면 작품이 된다는데, 나는 반대로 10년 동안 예쁘고 비싼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엔 재능 있는 작가들이 너무 많다. 젊고, 재능 있고, 노력까지 하는 작가들을 내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난 아니었다.
점점 열등감과 무력감만 쌓여갔고,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대상 없는 서운함과 원망이 늘어갔고, 내 마음을 나라도 알아주고 싶은 마음에 그때마다 짤막한 글을 썼다. 핸드폰 메모장에도, 탁상 달력에도, 책상에 굴러다니는 공과금 고지서에도 글을 썼다.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사람처럼 순간의 감정들을 토해내 듯 글씨를 써 내려갔다.
그러다, 누군가가 나에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려줬다.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였고, 몇 해 전 요가강사로 전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보다 더 온화하고 편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평일 오전, 한 카페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는데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났다며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랑하던 모습이 좋아 보였나보다.
그 뒤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도예 작업하면서 진행 과정과 느꼈던 감정들, 오랜 기간 취미 생활이었던 일회용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 나에게만 특별할 수 있는 경험들. 나의 애정이 가득 담긴 글들로 내 공간이 조금씩 채워져 갔고, 어떤 방식으로든 평생 글을 쓰며 나를 표현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바라는 건 없다.
대단한 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아직은 뾰족하게 이루고 싶은 바도 없다.
아직까진 내가 글을 써서 뭔가 되고 싶은 마음보다, 도예가를 그만둔 상실감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시간은 없고, 원인 없는 결과도 없지 않은가!
첫 연애의 마무리가 쓰라렸지만 잘 아물어 갔듯이, 실패한 도예가로서의 상처도 잘 아물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 생채기는 글을 쓰며 잘 메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실패한 도예가가 아닌, 새롭게 자라나는 인간이 되려 한다.
나 스스로에게,
이 글을 마주한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