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가 민우킴이 될 때 I

by 서정희

민우킴 : 자, 어디 해보세요!

서정희 : (크게 웃으며) 건방지게


새로 발매된 앨범을 축하하는 의미로 와인과 애기 머리통만 한 핑크색 수국 한 송이를 샀다. 와인을 좋아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꽃을 좋아하네? 앨범을 발매하고 처음 받아보는 꽃다발이라며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마음이 싱긋했다.

작년 1년 동안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 ‘내가 이렇게 남들을 부러워하고 열등감에 휩싸여있는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롭고 혼란스러웠다.


바람이 서늘했던 작년 늦가을, 어쩌다 보니 민우와 평화문화진지에 전시를 보러 가게 되었다. 합류하기로 한 다른 사람을 기다리며 서울 창포원을 잠시 걸었다. 젊은 사람 둘이 대낮에 서울 창포원을 걷고 있는 장면이 꽤나 이색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때가 ‘낮에 만난 사람들’을 구상하게 된 첫 순간이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인터뷰 약속을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7월 1일에 발매된 음반을 핑계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그날 아침까지 민우킴의 전곡을 듣고 또 들었다.



민우야, 가사를 너무 잘 쓰더라. 너는 이번에 나온 앨범 중에 어떤 곡이 가장 마음에 들어?

개인적으로 ‘강아지 새벽’을 좋아해. 사실 다섯 곡 다 좋아하지만, 제일 애착이 가는 곡이야. (왜?) 다른 곡들은 어떤 스토리가 있는데, 강아지 새벽은 내가 키우는 강아지만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야. 유독 강아지한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커.

혼자 강아지를 키우지만 잘 키우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야. 혼자 있는 시간도 거의 없고, 밥과 간식도 잘 챙겨주고 많이 놀아줘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그래도 아무리 내가 잘하려 해도 잘할 수가 없는 거야. 강아지는 주인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주잖아.

원래 친구랑 같이 키웠는데, 이사 온 지 1~2주 만에 친구가 한 달 동안 외국 출장을 갔어. 강아지도 갑자기 주인 한 명이 안 보이니까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문 앞에서 하울링을 하더라고. 막연히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그냥 기타 치면서 불렀던 노래야. 강아지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녹아있는 곡이지. 어디 누구랑 있든 그 노래를 부르면 항상 눈물이 나. 되게 좋아하는 노래야.


나는 ‘파트타이머’ 가사가 재밌었는데, ‘강아지 새벽’이 가장 이입이 되는 노래였어. 근데 나는 시점이 반대야. 내가 그 강아지가 되는 거지. 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맹목적이거든. 이 노래가 나한테 고맙다고 얘기해 주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그 노래들을 때 찡했어.

(의아하다는 듯) 신기한 관점이네. 나랑 완전 정 반대잖아.


‘강아지 새벽’ 가사 중에서 ‘새벽을 보내, 별을 보네.’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

나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가사 없이 멜로디만 흥얼거리면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없잖아. 물론, 멜로디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하지만 나는 별로 선호하지 않아.

나는 요즘에 내 노래를 많이 들어. 모니터링하는 것처럼 계속 확인해야 돼. 요즘에 산울림의 ‘풋내기들의 합창’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어. 가사가 너무 좋아.



풋내기들의 합창 (산울림)

생긴 대로 하고 다녀 구두 대신 운동화 신고 뛰어서 다닌다
잘난데도 못난데도 없는 우린 풋내기들
찡그리지 않고 한숨도 안 쉰다
가슴을 활짝 펴고 태양을 향해 달려
아직 철 덜 들었지만 꿈이 큰 풋내기들
의리 있는 풋내기들

있는 대로 하고 다녀 화장 안 하고 수수한 우린 뛰어서 다닌다
잘난데도 못난데도 없는 우린 풋내기들
후회하지 않고 절망도 안 한다
어깨를 활짝 펴고 내일을 향해 달려
아직 철 덜 들었지만 꿈이 큰 풋내기들 의리 있는 풋내기들



평소에 가사는 어떻게 쓰는 편이야?

거의 90프로는 그냥 나오는 거야. 계획해서 가사를 쓸 때도 있지만,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쓰는 편이야.


네가 쓴 가사들의 내용은 담백한데, 표현들이 은유적인 것 같아.

나는 직설적인 걸 잘 못해. 그중에서 그렇지 않은 노래도 있지만, 은유적인 표현의 노래들이 많은 것 같아.

‘나 원래 그래’도 내용은 직설적인 것 같지만 본인의 찌질함을 감추려 강한 척하는 내용이잖아?

그 말을 실제로 내가 했거든. 근데 상대방이 그 말을 너무 싫어하더라고. 그 모습도 이해가 잘 안 됐어. 주변 친구들한테 그 얘기를 해줬는데, 특히 여자 친구들은 다 질색을 했어.

그때 ‘아, 내가 찌질 하구나. 이게 진짜 찌질한 말이구나’ 알게 됐지. 노래로 만들면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노래 자체도 마음에 안 들어하더라고.






'낮에 만난 사람들' 인터뷰는 2021년도에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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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0Zyaandbbco


https://www.instagram.com/minoo0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