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디자인부터 업체 선정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진행했던 거야?
그렇지, 거의 나 혼자 다 했지. 내 사비로 제작된 앨범이거든. 지원금을 받아서 제작하면 금전적으로 여유롭게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주제가 정해져 있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는 어렵지. 오히려 이번앨범은 곡수도 많고 열심히 했지만 지역 내에서 공연은 잘 안 들어올 것 같아. 오로지 내 노래니까.
너는 노래 스타일이 다양하잖아. 추구하는 취향이 있어?
난 내 취향이 없는 게 내 취향이야. 앨범 낼 때도 그게 제일 어려웠어. 여러 요소가 담겨있는데, 장르를 구분하기가 어려웠어.
어떤 콘셉트를 정해서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안 내켜. 나중에 나를 도와주는 분들이 생기면 한 장르의 음악을 연구해 보겠지만, 지금은 나 혼자 작업하기 때문에 모방하는 것 밖에 안 돼. 그래서 아직은 뚜렷한 방향이 없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스타일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내 감성을 고수하는 게 좋아. 10개의 앨범을 발매하는 게 목표인데, 10개의 앨범을 다 채워서 내공이 쌓이면, 그땐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지 않을까?
가사나 멜로디 중 어떤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우선, 나는 가사를 중요시 생각해. 가사가 어떠냐에 따라 멜로디도 다르게 느껴져.
나도 노래 가사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해! 노래 한곡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 편이라서. 그래서 나는 한곡만 듣거나 아예 안 들어.
나는 한곡만 들으면 감정이 너무 깊어지더라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계속 신나고, 우울한 노래를 들을 땐 한없이 우울해져.
예전에 슈퍼키드의 ‘바라던 바다’라는 노래를 매일 들었어. 그 노래를 한참 들을 때 엄청 신나서 친구들한테 ‘우리 바다갈래?’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진짜로 바다를 갔어. 또 한 번은,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에 꽂혔었는데 내가 데미안 라이스가 된 줄 알았어. 괜히 기타 칠 때도 센티해지고.
음악 하는 사람들은 맨날 새로운 음악을 듣는 줄 알았어.
음악 잘 안 들어. 심지어 요즘 트렌드도 잘 몰라. 그래서 주변에서 내가 굶어 죽을 까봐 많이 걱정해 줘.
맨날 돈 없다면서 무슨 돈으로 매일 술을 마시는 거야?
일단은 옷을 안 사고 하루에 두 끼만 먹어. 핸드폰 요금도 한 달에 얼마 안 나가.
공연이 없을 때 기가 막히게 레슨이 들어와. 다음 달을 걱정하면 다음 달 공연이 들어와. 나는 늘 이렇게 살았어. 벼랑 끝에 떨어지기 직전에 일이 들어와.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직전에는 같이 살았던 친구들한테 연락하면 돈을 빌려줘. 내 친구들이 이러는 이유가 뭔지 알아? (뭔데?) 원래 강아지를 같이 키웠는데, 지금은 나 혼자 키우잖아. 그거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서 그래.
‘강아지 간식은 있는데, 내 간식이 없어.’
이렇게 얘기하면, 걔네가 돈을 보내줘.
주변에서 이렇게 널 챙기고 네가 원할 때 응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진짜 행운인 것 같아.
많이 듣는 얘기고 나도 항상 느끼고 있어.
오늘은 뭐 하다 왔어? 평소에 낮 시간에 뭐 하고 지내?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 가고. (작업은?) 낮엔 안 해. 낮에는 희한하게 집중이 안 돼. 작업하다 나왔는데 해가 떠있으면 집중이 안 돼. 나왔을 때 어둑어둑해야 집중이 잘 돼. 이건 만국 공통일걸?
나는 밤 9시 반부터 12시까지 작업하고 술 마시러 가는 패턴이야. 술 마시기 위해서 바짝 집중하게 되는 거야. 실제로 이번 앨범 작업 할 때도 거의 그렇게 작업했어.
너는 내가 하는 말을 꼬아 듣지 않아서 편하고 좋아. 주변 사람들이랑은 어떻게 지내?
나는 같이 살던 친구들을 식구라고 생각하거든. 전화해서 걔네한테 빨리 오라고 하면 내가 본인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아. 근데, 내일이 되면 내가 전화를 안 받을 거라는 것도 알아. 내일이 되면 걔네가 필요 없거든. 근데, 그 친구들은 나를 이해해 줘.
있는 그대로 표현하니까 나를 정확하게 알아주는 거야. 그래서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아. 이렇게 밉상인데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진짜 좋은 사람들인 거지. 근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쩔 수 없지 뭐.
작년 여름쯤, 방학천 문화예술 거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민우킴을 처음 만났다. 문화재단에서 진행했던 지원 사업에 떨어진 예술가들의 모임이었다. 후줄근한 반바지와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심지어 약속 시간에도 늦게 도착했다. 말투도 꽤나 껄렁했고 조금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가볍게 맥주를 마셨고, 민우킴은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김현식 님의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목구멍이 뜨거워졌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 크지 않은 카페에서 많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이 좀 멋있고 뭉클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나와는 전혀 다른 부분들 때문에 그를 찾는 것 같다.
나는 나의 어두움을 덮기 위해 내가 아닌 어색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에는 솔직한 내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거나 우습게 여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솔직함 또한 치장된 무엇이라 생각했다.
그는 내 생각보다 사려 깊고 맑은 사람이었다.
너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어?
그런 거 없는데, 신념? 신념은 있어. 재밌게 사는 거! 재밌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긴 한데. 진실하게 살자?
민우가 부러웠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모습이 잔뜩 꼬여있는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솔직함’이라는 단어를 의인화할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마지막 질문의 답은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이 났지만, 명확한 물음표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답이 필요치 않았다.
좋은 시간이었다.
'낮에 만난 사람들' 인터뷰는 2021년도에 진행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minoo0061/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