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함께한 하루 II

by 서정희

조금 가까워진 거리 2021년 7월 14일 수요일


그래도 두 번째 보는 거라 친해졌나 보다. 비속어와 사투리가 조금씩 섞여 나왔고, 은근히 오늘이 기다려졌다.


사실, 태현님이 신나서 얘기했던 대부분의 내용들은(프로그래머, 컴퓨터 관련, 엔지니어, 펌웨어 등)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또 들어도 또 모르겠다. 근데, 진짜 재밌게 들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얘기들이라서 그런가? 전문적이고 귀한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 내용들을 전부 옮기지 못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

훗날, 로봇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얘기에 가슴이 찡하고 뭉클했다. 힘들어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수많은 말들보다 구체적이고 설명적이었다. 갑자기 이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태현님이 개최하는 로봇 대회를 꼭 관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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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는 내용의 얘기를 나누다 뼈 없는 닭발로 주제가 갑자기 옮겨갔다. 닭발의 뼈는 기계로 발골할 수 없다고 한다. 닭발 뼈 발골 얘기로 시작해서 또 음식 얘기로 마무리되었다. 도봉구 토박이답게 도봉구 전역의 맛집과 무한 리필집, 예전의 시장 풍경이나 지금은 없어진 곱창 거리와 같이 기계보다 더 재밌는 얘기를 해주셨다.

다음에 책이 나오면 곱창을 쏘겠노라고 약속했다.


“지금 몇 시예요? 이제 슬슬 옮겨 볼까요?”


가을에 진행될 행사를 대비해서 3D 프린터를 행사장소로 미리 옮겨 놓기로 했다. 사이좋게 하나씩 들고 함께 택시에 올랐다.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2021년 7월 17일 토요일


이제 창동 스타트랩 창작 공방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정리와 청소를 돕기 위해 갔는데, 며칠 사이 사무실이 휑해져 있었다. 생각보다 계약 기간이 짧아(6개월) 아쉬움이 그득해 보였다. 그래도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어 나름 괜찮은 성과였다고 한다.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오랜 기간 동안 함께했던 느낌이다. 태현님은 이번 인터뷰가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오고 갔던 숱한 얘기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깊게 남은 말이 있었다.


“저는 중간 과정을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눈앞의 것에 충실하려 하죠. 또는 먼 미래를 바라보려 해요.”


요즘에 머뭇거려지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의 말이 좋은 자극이 되었다. 내가 앞으로도 인터뷰를 하게 되고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땐 공부도 더 많이 해서 태현님 인터뷰를 다시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현님이 너무 유명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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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태현님 녹취록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핸드폰에 한 장의 사진이 와있었다.

도자기 작업에 조명을 설치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얘기를 나눴던 걸 기억하시고는 LED 조명 장치를 직접 제작해 주신 것이다. 내가 지금 태현님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있던 것처럼 태현님도 지금 나를 생각하면서 회로를 설계하고 장치를 만들었겠지?


우리 오늘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다.





'낮에 만난 사람들' 인터뷰는 2021년도에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