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쑥스러워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윤예본입니다. 도봉구로 이사 오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문화예술기획과 문화예술교육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 일을 한지도 벌써 4년 차가 되었네요.
저희 그동안 많이 마주쳤었죠? 근데, 생각보다 예본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원래는 지금 하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원래는 연기를 전공을 했고, 예전엔 2년 정도 강사로 직접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제가 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아는 분께서 문화예술 관련 일을 권해주셨고, 연기 교육 강사에서 기획자로 전향하게 되었어요.
교육이랑 기획 중 어떤 게 더 잘 맞으세요?
지금은 기획일이 훨씬 편하고 좋아요.
교육을 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고 뭔가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는 함께하는 분들과 지향하는 바가 잘 맞지 않았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면 더 열성적으로 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저 혼자 꾸려나갈 경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게 되었어요. 기초지식은 있지만 활용하고 실행시키는 것을 주저하게 된 것 같아요.
예본님 얘기가 궁금해요. 알음알음 예본님에 대해 듣기는 했는데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있던 사무실에서는 정직원도 아니었고, 사무 업무 정도만 보는 파트타이머였어요. 일을 하면서 (여성인력센터에서) 내일 배움 카드 같은 걸로 공연예술기획자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들었어요.
그 계기로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프로그램이 끝나고 정직원으로 일하게 됐어요. 주로 동두천에서 꿈의 학교, 꿈다락과 같은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이나 어르신들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예본님의 얘기를 듣다 보니, 엄마 생각이 났다. 예본님께 엄마 자랑을 좀 했다.
우리 엄마는 나와는 다르게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새로운 환경에도 거침이 없으시다. 경남 양산에 거주하시는데, 양산 문화원에서 민요 장구도 배우시고 한때는 라인 댄스며 노래 교실까지 섭렵하셨다. 양산에도 예본님 같이 똘똘한 청년 문화예술기획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예본)이건 여담인데, 어제 친척 언니네 갔다가 사주를 봤거든요. 저는 예전부터 문화예술기획 일을 오래 할 생각이 없고, 발가락만 담그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래요. 그리고 주변에서도 저를 인정해 주고, 항상 격려해 줘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은 다 하면서 살게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타 지역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년에 어느 정도 주변 정리가 되면 타 지역에서 알바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외부인에 대한 텃세가 있더라도 그런 분위기도 재밌을 것 같아요.
타 지역에서 지내기 말고 또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요즘은 독립을 하고 싶어요. 자취 말고 독립!
결혼 전에는 꼭 혼자 살아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결혼 전에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결혼하면 배우자와 계속 같이 살게 되잖아요. 온전한 내 시간을 활용해 보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연습하거나 공연할 땐 늦게 끝나서 졸업 학기에는 자취를 했었어요. 독립이 아니라 그냥 자취였어요. 저한테는 ‘자취’와 ‘독립’의 개념이 다르게 느껴져요.
그런 개념이면, 저는 아직도 독립을 못한 것 같아요. 저는 대학을 진학하면서 강제로 자취를 하게 된 거라 자의적으로 독립을 한건 아니에요. 저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혼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도 느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우울한 감정도 느껴봐야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나만의 루틴도 생기게 되죠.
예전엔 눈물도 많고 외로움도 많이 탔는데, 지금은 전보다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나 많이 컸다! 대견해!’ 이렇게 생각하기도 해요.
처음에 기획 일을 시작했을 땐 밤 10시에도 문의 전화를 받았어요. 기획적인 부분을 잘 모르시는 몇몇 예술가분들 중에 간혹 요일과 시간 상관없이 연락하셔서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땐 아무것도 몰라서 전부 응했는데, 이제는 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요즘엔 일하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가끔은 저만의 카드가 없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앞으로 어디를 가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될 텐데 아직은 제가 혼자서 내세울 만한 부분이 부족하다 생각해요.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기보다는 항상 도움이 되고 싶고, 제 몫을 잘 해내고 싶어요.
저도 그렇고 지금 일하는 분들이랑 나이차이가 꽤 나는 편인데, 또래들이랑 일해보고 싶지는 않으세요?
있어요. 근데, 지금 일하는 선생님들이랑 생각보다 세대 차이를 잘 못 느끼겠어요. 그래도 또래랑 일하면서 유대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은 있죠.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그렇다고 아무 하고나 친하게 지낼 수도 없잖아요. 저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낮은 편이라 저한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을 피하거나 싫어하지 않아요. 남의 평가에 신경 쓰기보다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문화예술 교육, 극단 기획, 아르바이트!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는데 연애할 시간은 있어요? 연애나 결혼은 어떻게 생각해요?
제 친척 언니가 저보다 6살이 많은데 ‘너도 내 나이쯤 만나서 결혼해’라고 항상 얘기해요. 생각해 보면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독립해서 결혼도 하고 제 가정을 빨리 이루고 싶어요.
나는 현재 안정되고 아름다운 연애를 하고 있다. 예본님 나이 때에는 적당한 조건의 사람을 만나서 적당한 시기에 결혼해서 살고 싶었다. 흐지부지 시간이 흘러 30대 중반이 되어버렸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나이가 덜 들어서 인지 결혼하게 되면 바뀌는 관계가 무섭고, 아직은 지금처럼의 적당한 책임감이 좋은 것 같다.
글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것도,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책임감이 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취미 생활 하나에도 책임감이 느껴지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살면서 책임져야 될 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저는 거의 도예 관련 일만 하다 올해 들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일 생각이 나서 하루 종일 머리가 복잡하던데, 예본님은 더 많은 역할을 맡고 계시는데 평상시 생활은 어떠세요?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온오프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 같아요. 일부러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해야 될 일들을 적어놓고 일하는 시간 안에 가급적 끝내려 노력해요. 오늘 못 끝내면 내일 하면 되죠!
가끔 집에서도 일을 할 때가 있는데 어차피 제가 해야 되는 일이라 불만이나 불편함은 없어요. 아직까지는 그런 적이 없는데, 제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속상할 것 같아요. 칭찬의 말들이 저한테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잘한다고 얘기해 주면 진짜 더 잘하고 싶어 져요.
평소에 실수가 없는 것 같아요. 원래 꼼꼼한 성격이에요?
아니에요. 저 실수 많이 해요. 예전에는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회피하는 성격이었어요. 사실, 실수하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정정하면 되는 건데 인정하는 게 어려웠어요. 요즘엔 잘못된 부분에 대해 바로 사과하고 고치려 노력해요.
인정하고 변화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변화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실수를 인정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예전에 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 본인의 실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이 계셨어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싫더라고요. 누군가의 싫은 모습이 저한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싫은 이유가 그 사람의 싫은 모습이 나한테도 있기 때문이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되돌아보니 저한테도 그런 모습이 있었던 거죠.
처음에는 사과의 말이 입 밖으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한 두 번씩 하다 보니 이제는 많이 자연스러워졌고 그게 제 마음도 편해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웃음)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좋은 모습을 보고 영향을 받기도 해요?
그럼요. 제가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주변 분들의 영향도 크죠. 제 자리를 찾아서 맡은 바 역할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시너지가 발생하잖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달라져 있었겠죠?
'낮에 만난 사람들' 인터뷰는 2021년도에 진행되었습니다.